'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은 없다' [제 2.197회]

3.000명 식객을 거느린 것으로 유명한 맹상군.
그는 부자로 태어나 넘치는 재산으로 풍월이나 즐기면서 세월을 보낸 이가 아니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에게 버림받았고, 40여 명 형제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전 씨 문중의 후계자가 된 투쟁가이다. 그러면서도 일국의 재상으로서도 능력을 발휘한, 한마디로 귀를 열고, 마음을 활짝 편, 처세에도 능했던 진정한 리더였다.

주나라가 영향력을 서서히 잃기 시작하자 제후들은 각자의 영지에서 통치권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주나라 왕은 제후들의 권한을 인정해 주면서 왕실의 명맥을 이어나갔고 그 후 군웅쟁패를 통해 대륙은 ‘진, 초, 제, 위, 한, 연, 그리고 조나라’ 등 ‘전국 칠웅’으로 분리되었다.

이때가 기원전 400년 무렵이다. 이 전국시대는 약 200년간 진나라의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 할 때 까지 유지되었다. 이 시기에는 위대한 사상가와 정치가 그리고 뛰어난 문인들이 많이 등장했다.

전란의 시대임에도 책을 만드는 곳에는 항상 사람이 붐비고 학자들은 모이면 열띤 토론으로 정국을 진단했다. 그리고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칠웅들은 많은 인재를 양성하고 영입하는데 열중했다.

출신은 중요하지 않았다. 즉 진나라 출신이 위나라에서 재상을 할 수 있는 열린 시대였다. 이런 재상들을 ‘객경(客卿)’ 이라 불렀다. 한마디로 능력만 있다면 세상을 상대로 자신의 경륜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 중에 맹상군이란 걸출한 인물이 있다.

▶버림받은 서자출신, 명문거족의 후계자가 되다.
그는 전국 칠웅 중 하나인 제나라 사람이다. 성은 규, 씨는 전이며 이름은 문이었다. 즉 맹상군은 그의 군호이고 이름은 전문인 것이다.

전문은 명문 왕족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 전영은 제나라 선왕의 이복동생이다. 어쨌든 왕가와 피가 섞인 성골인 셈이다. 전 씨 가문의 영지는 지금의 산동성이 위치한 설땅으로 약 1만호의 식읍을 거느리고 있었다. 명문에다 부자 출신답게 맹상군의 아버지 전영은 후사를 많이 두었다.

아들만 무려 40여 명이 되었다. 배다른 형제간의 치열한 후계다툼은 불 보듯 뻔한 노릇이다. 하지만 맹상군은 선천적으로 불리한 입지를 타고 났다. 맹상군의 어머니의 신분은 다른 형제들의 어머니에 비해 보잘 것 없었다.

더구나 맹상군의 생일은 5월5일. 지금이야 어린이날이라 하여 놀이공원, 패밀리레스토랑이 아이 손잡은 가족들로 붐비고 동네 중국집도 탕수육 튀기는 냄새가 그득하겠지만 당시에는 ‘5월5일에 태어난 아이가 집의 문설주 높이까지 자라면 부모를 해친다’는 속설이 있었다.

맹상군의 아버지 전영은 맹상군이 태어나자마자 ‘내다 버려 죽게 두어라’ 명했지만 어머니가 비밀리에 다른 곳에서 키웠다. 가뜩이나 보잘 것 없는 외가에서 태어난 날까지 이 지경이니 맹상군의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푸대접의 연속, 생존만이 중요한 과제였다.

그렇게 성장한 맹상군은 어느날 아버지 전영과
대면하게 된다. 아버지는 크게 놀라며 “어찌 이 아이를 죽이지 않았는가?” 라며 주위 사람을 힐난했다. 맹상군이 입을 열었다.

“어찌, 죽이라 하십니까?”
“몰라서 묻느냐! 네 생일인 5월5일에 태어난 아이가 문설주 높이까지 자라면 부모를 죽인다는 것!.”
“어찌 사람의 목숨과 운명을 그깟 미신에 근거해 좌우하려 합니까? 그러면, 제 키보다 더 높게 문을 고치면 될 일 아닙니까?”

전영은 맹상군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듣고 보니 옳은 소리요, 딱히 무엇이라 꾸짖을 수 없는 현답이기 때문이다. 그 뒤 전영은 맹상군을 집에 머물게 하였다. 일단 목숨은 부지하게 된 것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맹상군의 다음 목표는 아버지 전영의 후계자가 되는 것이다. 명석한 두뇌와 빠른 판단력의 맹상군은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맹상군은 넘쳐나는 재산이 명분도 없는 곳에 쓰이는 것에 주목했다.

촌수도 모를 일가친척들이 와서 매일 먹고 마시고 노는데 큰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물론 그 정도로 살림이 휘청거릴 가문은 아니었지만 맹상군은 아버지 전영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손자의 손자는 무엇이라 하옵니까?”
“그거야 현손이라 하지 않느냐!”
“그럼, 현손의 현손은 무엇이라 합니까?”

“그거야,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을 묻느냐?”
“지금 이 집에는 고기와 생선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종들마저 고기를 부위별로 먹고 있고 모든 여자들은 비단을 두르고 있습니다. 객들도 많지만 전부 촌수도 알 수 없는 사람들 뿐입니다.

어찌 이 많은 재산을 촌수도 모르는 현손의 현손에게 물려주려 하십니까. 지금 강호에는 많은 인재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들을 식객으로 받아 대접하는 것이 훗날을 도모하기에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쓰는 돈을 좀 더 명분 있고 현명하게 쓴다면 아버지와 집안의 위광이 자손만대에 걸쳐 더 빛나리라 생각됩니다.”

전영은 아들 맹상군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 뒤로 전영의 저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모든 대접과 관리를 맹상군이 맡았다. 맹상군은 식객을 관리하는데 소홀함이 없었다. 공평하고 인정 있게 이들을 받아들였다.

신분과 직업, 귀천도 따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도둑질을 하고 도망 다니는 사람들까지 그 무리에 섞여 있었다. 서서히 맹상군의 이름 석 자가 강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전영은 맹상군을 지켜보다가 드디어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다. 태어날 때부터 천대를 받았고 목숨마저 위태로웠던 첩 출신이, 위기를 극복하고 40여 명의 형제들과의 경쟁을 뚫고 명문거족의 어엿한 주인이 된 것이다. (내일은 2부로 이어집니다.)

오늘도 맹산군의 통큰 리더십과 같이 매사에 현명하고 지혜로운 목요일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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