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속의 의미를 찾아서(2편) -

🐾 손자병법/6부 [제2.154회] 🐾

- 졸속의 의미를 찾아서(2편) -
(어제에 이어집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졸속(拙速)’이라는 용어가 부쩍 많이 등장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졸속 처리, 쇠고기 협상 졸속 처리, 지방자치단체들의 졸속 행정 등이다. 

이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졸속은 대체로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사전에선 졸속의 의미를 ‘서투르지만 빠르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서둘러 함으로써 그 결과(結果)나 성과(成果)가 바람직 하지 못 함을 이르는 말’로 풀이한다. 역시 부정적 의미다. 

졸속의 출처는 『손자병법』이다. 그런데 손자는 졸속을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다. 졸속이 포함된 작전(作戰) 제2편의 원문을 보면 이렇다. 

“전쟁에 있어 그 솜씨가 매끄럽지 못 하더라도 빨리 끝내야 함은 들었어도, 솜씨 있게 하면서 오래 끌어야 함은 보지 못했다. 무릇 전쟁을 오래 끌어서 나라에 이로운 것은 없다(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 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

손자가 말 하고 있는 졸속은 무엇인가? 그렇다. 빨리 끝내라는 것이다. 뭔가 제대로 해 보겠다고 질질 끄는 것보다 적당한 선에서 빨리 끝내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훨씬 좋다는 얘기다. 

인류 역사에서 오래 끈 전쟁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먼저 7년 전쟁(Seven Years’ War)이 있다. 프랑스혁명 이전에 벌어졌던 마지막 주요 전쟁으로 유럽 열강들이 모두 참전했다. 1756년 시작돼 1763년에야 끝났다. 이 전쟁의 결과로 프랑스는 해외 식민지 모두를 잃게 된다. 동양에서 이와 기간이 비슷한 7년 전쟁은 조선과 일본 그리고 명(明)나라 사이에 있었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다. 

1592년 시작돼 1598년에 끝이 났다. 조선은 국토가 황폐화 되어 170만 결이나 되던 경지 면적이 전쟁 직후 54만 결로 급감했다. 

중국에선 명나라가 오랜 전쟁에 지쳐 만주 여진족이 흥기했다. 결국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전쟁 오래 끌어 나라에 이로운 것은 없다”
세대를 건너 뛰는 장기전도 적지 않다. 30년 전쟁(Thirty Years’ War)의 경우 1618년부터 1648년까지 계속됐다. 

이 파괴적인 전쟁은 유럽 대륙 거의 전역에서 벌어졌으며 전쟁이 끝났을 무렵 유럽의 지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변모했다. 심지어 80년 전쟁(Eighty Years’ War)도 있다.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다. 1568년부터 1648년까지 계속된 이 전쟁으로 네덜란드는 북부 네덜란드와 남부 네덜란드로 분리되고 네덜란드 공화국(Dutch Republic)이 성립되었다. 

역사상 가장 오래 끈 전쟁은 백년 전쟁 (Hundred Years’ War)이다.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벌인 전쟁인데 문서로 볼 때 이 전쟁은 1337년에 시작돼 1453년에 끝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슬러 올라가면 12세기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니 백년이 더 넘는 전쟁이다. 

왜 이렇게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는 것일까? 바로 인간의 채울 수 없는 욕심(慾心) 때문이다. 아니 욕심을 넘어선 과욕(過慾) 때문이다. 

적당한 어느 선에서 끝을 내야 하는데 과욕이 생겨 끝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장기전으로 치닫게 되고 그로 인해 패자도 승자도 많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뒤에 일본 군부가 자체적으로 패인을 분석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손자병법』이 말하고 있는 졸속의 정신을 알았더라면 이렇게 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철학자 칸트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행동은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욕망에 기반을 둔 모든 행동을 가언적 명령(hypothetical imperative) 이라고 명명했다. 

가언적 명령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리는 조건부 명령으로서 그 목적을 승인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보편 타당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타당성을 부여하는 명령일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비정상적인 행동까지 정당화 하며 끝을 향해 치닫게 되는 것이다. 

1947년에 처음 공연된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명한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욕망을 따라가는 인간의 행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욕망이라는 전차에 한 번 타면 내리지 못하고 절벽에서 떨어질 때 까지 달리게 되는 것이다. 욕망이라는 전차에서 과감하게 뛰어 내리려면 손자가 말한 ‘졸속’이라는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주식투자에서 망하는 사람을 보면 대체로 졸속의 정신이 부족해서다. 잘 달리고 있다고 해서 뛰어내릴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부부싸움에도 졸속의 정신이 필요하다. 극한의 감정대립으로 갈 데 까지 갈 수 있는 것이 또한 부부간의 싸움이다. 대체로 부부싸움은 거창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세계평화를 운운하다가 부부가 싸우는 일을 봤는가? 

손자의 표현대로 한다면 부부싸움을 오래 끌어서 가정에 도움이 됐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 

손자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비록 못마땅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끝내라. 아니 가능한 한 빨리 끝내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게 나중에 돌아보면 후회하지 않는 길이다. 

졸속을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 단어 ‘STOP’을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이 단어의 철자 S를 Stop, T를 Think, O를 Observe(주변을 둘러본다), P를 Plan(계획한다)으로 기억 해 보길 권한다. 

"멈추고", "생각하고", "둘러보고", 그리고 다음 행동을 "계획"하는 것이다. 현명한 리더는 어디서 멈추고 언제 떠나야 할 것인가를 잘 안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리더들이여!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언제라도 뛰어내릴 준비를 합시다. 그래야 나폴레옹처럼 실패하지 않습니다. 끝이 아름다워야 제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손자의 멈출 때 멈추는것, 승자효과, 과욕, STOP의 의미 등을 알아 봤습니다. 오늘도 지혜로운 수요일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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