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존폐, 일방적 폐지론 경계해야"

“세상이 싫다”며 무차별 칼부림 끝에 6명이 사망한 논현동 고시원 ‘묻지마’ 살인을 계기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또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사형수에 대해 단 한건의 집행건수도 없는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이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사형제 존치국가이다. 그러나 갈수록 흉폭해지는 잔혹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사형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 우리국민 10명 중 7명이 사형제 유지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는 인권단체와 기독교단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천주교인권위와 같은 곳은 “범죄 예방을 위해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고 흉악범죄는 가해자 개인 뿐 아니라 사회공동의 책임도 있다”면서 맞서고 있다. 이들은 인권의 신성함, 권력의 정치적 악용, 또 오판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

지난 10일 ‘세계 사형폐지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김형오 국회의장과 같은 이도 “생명권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기에 18대 국회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길 바란다”고 말해 폐지에 힘을 보탰다. 안경환 인권위원장도 “반인권적인 사형제가 있는 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사형제 폐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사형제를 찬성하는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같은 이들은 “아동, 여성에 대한 연쇄 토막 살인을 하는 흉악범들에겐 사형이 집행돼야 한다"면서 사형제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인간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자들에 대해 종교, 인권의 이름으로 두둔하고 보호한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어떤 욕을 먹더라도 양심과 이성으로는 사형제가 필요하다"고까지 말하며, 사형제 존치를 역설한 바 있다.

이재교 변호사와 같은 이들도 형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사형제 존치를 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인 ‘죽은 자’보다 가해자인 ‘죽인 자’의 인권을 앞세우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 될 수밖에 없다. 지난 전남 보성에서 남녀대학생 4명을 살해한 70대 어부는 사형제의 위헌여부를 가려 달라고 요청해 광주고법이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한 상태.

인권을 유독 강조한 지난 정권하에서는 사형수들이 대거 무기수로 감형되었다. 25명의 목숨을 무참히 빼앗은 유영철이 체포된 이듬해 국가인권위는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선진국이란 허울 속에 피해자의 인권이 두 번 버림받고 있다고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사회학과 교수는 “사형수 57명 가운데 전과가 있는 경우는 43명으로 75.4%에 이르며, 살인죄로 징역을 살고 출소, 다시 사람을 해친 사형수도 5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흉악범죄자라고 해서 무조건 사형을 해야 한다는 것도 옳지 않지만 흉악 범죄로부터 억울하게 죽어가는 선량한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생명권 방어수단인 사형제를 무조건 폐지하는 것도 마땅한 대안이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아무리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극형을 처벌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최근 사형제 폐지 분위기에 일침을 가했다고 전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헌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실제로 사형집행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서 국민적 결론을 내려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히 맞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일방적 폐지론으로 흐르는 분위기는 경계했다.

그는, “이성적으로야 사형제 폐지를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 또 인간생명은 절대적인 것으로 분명 존중해야 할 부분이지만, 역으로 절대적인 인간생명을 무시하는 강력범죄자들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남북대치와 같은 특수한 상황도 있기 때문에 일방적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는 논리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특수성이 있다. 다른 나라 인권 기준에 무조건 맞춰가야 한다는 것 또한 지나친 이상론”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과 같은 경우에도 알카에다와 같은 자들은 똑같은 인권 잣대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해자 인권만 더 중요시 되는 분위기는 안된다”고 비판하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그는, “내가 면접에서 첫 질문을 받은 뒤 벌써 20년이 넘게 사형제 폐지 문제가 계속 논란거리가 돼왔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고고한 사람으로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은 마치 속된 사람처럼 여겨지는 풍토는 대단히 잘못됐다”고 꼬집었다./독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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