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건교육포럼(이사장 우옥영)이 서울특별시 ‘인권정책기본계획’의 학교 밖 청소년에게 콘돔을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해 서울시와 교육청은 단위학교의 학생과 교사, 관련 단체들이 공개 토론을 진행하도록 공론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래는 보건교육포럼이 발표한 내용 전문이다.

보건교육포럼은 학교 현장의 3천여명 보건교사 회원 등으로 이루어진 교육 시민 단체로서 체계적인 보건교육과 성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실천해온 바 있다.

청소년의 성은 이제 더 이상 쉬쉬하며 감출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한국에서의 성교육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보건교육포럼 등의 줄기찬 노력으로 2007년, 보건교육에서 의무적으로 다루도록 법률이 개정되었지만 사회적으로 감추고 싶어하거나 입시교육이 더 중요한 상황에서 부차적인 정책으로 미뤄져 왔다.

아이들이 첫 생리를 시작하는 나이가 2015년 현재 11.98세로 빨라지고 있고 2017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의 5%가 성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첫 성 경험 나이는 12.8~13.1세로서 중학교 1, 2학년으로 나타났고 성 경험 때 피임을 하지 않은 청소년이 51.3%에 달했다.

이렇게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이 낮은 것은 피임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콘돔을 구하기 어려워 그렇다는 의견도 있다(주간경향, 2017.2.21.). 청소년에게 성에 대한 책임이나 성적 결정권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의 성교육을 포함한 보건교육의 실시율은 2017년 현재 중학교 50%, 고등학교 48%에 불과하다. 보건교육에서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다루도록 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초등학교에서는 보건교육을 공식적인 국가교육과정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고 중고등학교의 경우 선택과목으로 고시해 시간 확보 등 교육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임 교육은 청소년의 성관계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원천적으로 피임 교육을 문제시하는 기류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유가 어떠하든 아이들의 성 경험 연령이 빨라지는 반면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당장 현실에 직면한 청소년들에게는 차선의 안전한 성관계를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일부 단체 등에서 무조건 학생들에게 어른이 될 때까지 혹은 결혼할 때까지 성관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만을 반복하는 일은 이미 만연한 청소년의 성 문제를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당장 시급하게 펼쳐진 문제를 외면하는 일이며 일부 편향적이고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반영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시가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공공장소를 통해 콘돔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검토한 것은 그동안 금기시되어온 학교 밖 청소년의 성 문제를 오히려 공공의 문제로 끌어낸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벨기에,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는 학교나 지원센터에서 청소년들이 자판기를 통해 콘돔을 사거나 지원받을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이 계획이 합리적인 논의과정을 거쳐 추진되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의견을 표한다.

1. 위험한 성관계에 노출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로 적절한 피임법을 실천하지 못하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콘돔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을 지지한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생과 교사들이 이 내용의 수용 여부를 포함하여 장단점을 논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2. 입시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보건수업을 정상화시켜 학생들이 피임 교육을 비롯한 충분한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3. 청소년기의 성적 호기심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때이니만큼 효과적인 피임 방법과 이를 실천할 방법을 현실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절실하다. 경우에 따라 체계적인 보건수업과 적절한 전문가 성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4. 이 계획이 일부 단체들의 편협한 성인식에 따라 합리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저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서울시가 보건교사단체, 청소년 성교육단체 등을 토론의 장으로 초청하여 공개토론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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