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최고 의료책임자 이영희 원장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가 많은 동계 스포츠는 부상의 위험이 많다. 동계올림픽 유치 조건에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 제공이 포함되는 이유다. 이영희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의료책임자는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의료 수준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의 최고의료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CMO)인 이영희(60) 연세대 원주의료원장은 이번 올림픽을 “한국의 의료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로 보고 준비 중이다. 올림픽의 최고의료책임자는 올림픽 개최 도시의 의료기관 및 의료 서비스와의 연계는 물론, 올림픽 경기 중 발생하는 질병 및 사고, 선수의 도핑 관리까지 올림픽에 필요한 모든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는 직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고의료책임자의 자격으로 전문 의료인이면서 풍부한 올림픽 경험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이 원장은 재활의학 전문의로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등급심사위원과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동계 스포츠의 의료 서비스는 쉽지 않다.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알파인스키 등의 종목은 난이도가 매우 높아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 현장에서 대기해야 하는 의료진에게는 선수 못지않은 스키 실력이 필요하다.

이 원장은 “IOC가 해외 경기 경험이 많은 의사를 활용하라고 권유했으나 전원 한국인 의사로 의료진을 구성했다”며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훌륭한 의료 인력을 양성했다”고 설명했다. 훌륭한 의술을 갖춘 의사는 많지만 스키 실력을 갖춘 의사를 찾기는 힘들 것 같았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이 원장은 “의사들 가운데 스키 마니아가 많다”며 “매주 함께 모여 스키 훈련을 하면서 IOC가 인정할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고 답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활동할 의료지원단은 의사 300여 명을 비롯해 간호사,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등 2300여 명에 달한다.

2300여 명 규모 의료지원단 구성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평창, 강릉 등지에 동계 스포츠 기반 시설이 완공되고 나면 향후 강원도에서 다양한 동계 스포츠 행사가 열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경기 운영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가 꾸준히 필요하다. 이 원장은 “이번에 양성된 한국 의료진은 다음 올림픽에도 유용한 인적 자산이 될 것”이라며 “동계 스포츠를 즐기는 열정적인 의료진을 대회 운영에 지장 없게 충분히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선수촌에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자가 상주하면서 선수단과 코치진에게 수시로 의학적 심리상담을 해준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부상의 위험뿐 아니라 심리적인 고충도 크다. 이런 이유로 IOC가 먼저 심리치료를 요청했다. 이 원장은 “역대 하계·동계 올림픽을 통틀어 상시 심리상담을 해주는 올림픽은 평창이 처음”이라며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선수들의 심리 상태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4년간 준비한 능력을 단시간에 평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이 매우 크다. 선진국의 경우 국가대표 의료진에 심리상담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시킨다. 이번 올림픽부터 선수촌에서 심리상담이 가능하게 되면서, 선수들의 심적 부담을 더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단기 경기력 향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국 선수단 내에서 여러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 인종이 다르고 성별이 다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지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IOC는 고충 상담 창구 수준에서 상담 조직을 운영하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전문성을 더 높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가 전면 배치된다.

부상 치료의 경우보다 심리상담을 할 때는 언어가 중요한 문제다. 게다가 각국의 다양한 문화도 이해해야 한다. 이 원장은 “영어로 상담이 가능한 의료진을 이미 확보했으며 선수들의 다양한 고충을 듣고 의학적으로 해결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IOC는 경기 도중 선수가 부상을 입으면 긴급조치는 10분 내에 하고 병원까지 1시간 내에 이송하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우 교통 등의 사정으로 이 규정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지난해 초 강원 정선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주최 월드컵 경기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헬기 등을 동원해 의료지원단이 부상당한 프랑스 선수를 54분 만에 원주의료원으로 이송하는 등 국제 무대에 한국 스포츠 의료의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 원장은 “다양하게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올림픽 유산’이 될 것”이라며 “선수단의 생명과 건강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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