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차민규 선수

지난 2월 1일(한국 시각)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제28회 알마티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차민규 선수. 이 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차 선수는 알마티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계기로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2016~2017 시즌 눈에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며 평창동계올림픽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 차민규 선수를 만났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기대주’, ‘다크호스’. 차민규(24) 선수에게 붙는 수식어다. 에이스가 없던 스피드스케이팅 500m 종목에 혜성처럼 등장한 차 선수는 2016~2017 시즌 동안 눈부신 활약으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서 입지를 다졌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훈련을 모두 끝내고 저녁 7시 무렵에야 차 선수를 만났다. 빙상 위에서 압도적인 스피드와 강렬한 눈빛을 뽐내던 차 선수는 빙상장 밖에서는 수줍음 많고 매사 진지한 소년이었다. 질문 하나하나에 깊이 생각하며 신중히 대답하는 차 선수의 모습에서 그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차 선수는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 시작은 스피드스케이팅이 아닌 쇼트트랙이었다.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한 이후 차 선수를 눈여겨본 담당 교수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변경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순간 스피드가 빠르고 코너링에 강점을 보이던 차 선수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병행하다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소치’ 코앞에 두고 부상, 평창에서 한 풀 것

스피드스케이팅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차 선수에게 불과 1년 만에 시련이 닥쳤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 인대에 부상을 입은 것. 부상이 완치된다 해도 부상 이전의 기량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부상 때문에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올림픽만 보고 달려왔는데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도 못 해보고 기회가 날아갔으니까요.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까지 마음잡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그래도 국가대표는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이를 악물고 다시 훈련에 매진했죠.”

다른 동료 선수들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위해 훈련에 매진할 때 그는 다음을 내다봤다. 2018년 국내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무엇보다 큰 영예다.

쉬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던 2016년 겨울, 차 선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7년 2월에 열린 제43회 전국남녀 스프린트 선수권 겸 제71회 종합선수권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500m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제98회 동계체전에서는 남자 일반부 500m에서 34초 95를 주파해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 남자 500m와 10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 선수의 상승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월 20일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린 제8회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지는 강행군으로 주위의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차 선수는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지난 2월까지 누가 봐도 훌륭한 성적을 거뒀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차 선수에게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차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으로 여름 전지훈련을 다녀오자마자 9월에 다시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차 선수가 부상을 딛고 일어서는 데 동기를 부여한 평창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캐나다 전지훈련을 통해 그의 장점인 순간 스피드를 끌어올리고 코너링 기술을 더욱 가다듬을 계획이다.

“훈련이 끝나고 텔레비전을 켜면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긴장하게 되죠.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훈련에 집중하다 보면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기까지 묵묵히 견뎌온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는 것이 목표예요. 열심히 훈련해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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