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대교체] 에너지 자립 현장을 가다

[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재생에너지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신한 곳이 많다. 공공기관 재생에너지설비 설치 의무화를 실천하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부터 농촌에 있는 전원마을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에너지 자립은 물론 부가수익도 창출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생산 현장을 소개한다.

충남 아산 예꽃재
“재생에너지로 기본 전기요금만 내요”

예꽃재마을에 사는 권세은 씨는 자칭 ‘귀차니스트’다.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다 보니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등 온갖 가전제품을 구비했다. 예꽃재마을 32가구 중 가전제품이 제일 많고 전기요금도 가장 많이 내는 권 씨의 한 달 전기료는 3040원 정도.

“예꽃재 가구들 대부분이 기본 전기료만 내고 있어요. 한 달에 평균 1600원 정도 내는 가구가 대부분이다 보니 예꽃재에서는 전기료가 2000원만 넘어가도 많이 내는 편이죠.”

공이 몇 개 빠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저렴한 전기료의 비결은 따로 있다. 귀촌마을인 예꽃재는 마을을 조성할 때부터 모든 집을 정남향으로 설계했다. 그리고 단열과 방음 효과가 뛰어난 3중창을 사용해 기밀성을 높였다. 여기까지는 전국 어느 주택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 쓰는 것이 주효했다.

 

예꽃재는 에너지 자립마을 1호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마을에 있는 모든 집의 지붕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한낮에 뜨거운 태양에너지를 머금은 태양광 패널은 시간당 3㎾의 전기를 생산한다. 보일러실에는 가스보일러 대신에 세대당 17.5㎾를 생산하는 지열보일러가 자리하고 있다. 지열은 토양, 암반, 지하수가 가진 열에너지를 뜻한다. 지열에너지는 날씨나 기후 조건과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예꽃재는 태양광발전기와 지열보일러로 생산된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LPG 가스통도 도시가스 배관도 없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해서 쓰는 예꽃재는 에너지 자립비율이 80~90%에 달한다.

여름에는 어떨까.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종일 집에 있어서 에어컨을 끌 수 없는 집이 대다수다. 예꽃재 주민들은 에어컨을 종일 튼다 해도 전기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작년 여름 에어컨 두 대를 가동한 집에서는 그 달 전기료가 8000원 나왔다.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집이라면 좀체 받아보기 힘든 액수다. 하지만 이 가격도 예꽃재 안에서는 ‘전기료 폭탄’을 맞은 수준이다.

겨울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권 씨는 원하는 만큼 난방을 하고 온수를 쓴다. 그런데도 한 달 난방비는 20만 원 정도.

이들이 태양광발전설비와 지열보일러 설치가 가능했던 데는 한국에너지공단과 지자체의 지원이 컸다. 예꽃재 주민들은 효율이 높고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는 말만 듣고 한국에너지공단의 ‘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에 신청했다. 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은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2종의 에너지를 선택해 해당 시설물에 설치되는 재생에너지 설비의 설치비와 시스템 설계비, 모니터링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예꽃재의 경우 마을 커뮤니티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가산점을 받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설치비 50%를 지원했고 아산시청에서 25%를 부담했다. 주민들은 설치비의 남은 25%를 부담해 저렴한 가격에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었다. 권 씨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돈도 절약하고 자연도 보호하는 예꽃재의 사례를 보고 많은 마을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 죽도

“태양빛과 바람, 소중한 에너지 자원이죠”

 

충남 홍성군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달리면 약 30가구 주민들이 모여 사는 죽도가 있다. 집집마다 예쁜 벽화가 인상적인 죽도에 2015년 큰 변화가 생겼다. 죽도를 탄소 배출이 없는 섬, 깨끗한 친환경에너지가 가득한 섬으로 바꾸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주민들이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디젤발전소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이다. 그중 주민들에게 가장 심각했던 문제는 디젤발전소에서 나오는 심각한 소음 공해였다. 에너지 효율도 문제였다. 디젤발전소는 마을에 설치한 가로등이 깜박일 만큼 전기 생산량이 고르지 않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디젤발전기를 돌리는 원료인 석유였다. 육지에서 배를 통해 기름을 실어 나르는 과정에서 기름이 유출돼 주민들의 생활터전인 조개 양식장이 오염되는 일이 발생했다. 양식장이 기름으로 오염되자 죽도 주민들은 디젤발전소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죽도가 에너지 자립섬으로 재탄생하는 데 지자체와 한화S&C를 필두로 한 10여 개 기업이 발 벗고 나섰다. 한화S&C가 사업비의 60%, 한국에너지공단이 30%, 충청남도가 10%를 지원했다. 죽도에 설치된 에너지설비의 발전용량은 태양광발전기는 200㎾, 풍력발전 10㎾ 규모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함께 설치해 야간 전력공급 문제도 해결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 후 죽도는 서해안에서 최초로 에너지 자립에 성공한 섬이 됐다. 현재 죽도의 에너지 자립률은 약 75% 정도. 이성준 이장은 “디젤발전소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재생에너지발전소를 건립하면서 사라졌다”며 “이제 전기도 고르게 나오고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섬이라는 특이점을 보고 관광을 오는 사람이 많아져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하동군
“재생에너지로 수익 창출 효과”

2004년 공공기관에 재생에너지설비 설치 의무화 사업이 시작되면서 재생에너지로 수익을 창출하는 등 부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낳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늘고 있다. 경남 하동군이 대표적이다. 하동군은 지난 2010년 정부의 공공기관 재생에너지설치 의무화 제도에 따라 군청사와 지리산생태과학관, 청소년수련원 등 공공청사 15곳에 태양광발전시설을 구축했다. 하동군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시설에서 나오는 전력량은 연간 38만 3005㎾에 이른다. 보건소, 공설운동장, 하수종말처리장 등 공공시설 부지 7곳은 태양광발전 사업자에게 임대해 연간 1800만 원의 임대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태양광 설비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자체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되파는 방식으로 2016년 한 해에만 69만 건을 올렸다. 전국에서 재정자립도 하위를 기록했던 하동의 놀라운 발전이다. 임채신 하동군 재생에너지계장은 “태양광발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부정책에 부응할 뿐 아니라 세외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군 내 공공시설에 대한 태양광발전 사업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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