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루밍족(grooming 族)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루밍족은 자신을 꾸미는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피부와 모발관리는 물론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외모가 제2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의 업무와 비즈니스 능력을 돋보이게 하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루밍은 여성의 뷰티(beauty)에 해당하는 남성의 미용용어로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데서 유래했다. 그루밍족의 등장 배경에는 여권 신장도 한 몫 했다.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줄어든 남성들이 신체자본이라고 표현되는 외모를 잘 가꾸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고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꾸미는 남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산업도 호황을 맞고 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은 매년 7%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성형외과도 남성의 발길이 잦아졌고 일찍감치 모(毛)테크에 나선 청년들은 탈모방지 샴푸를 애용하고 있다. 남성 자신감 회복에 도움을 주는 보정속옷도 나왔다.

남성화장품 5400억원 시장 매년 7% 성장

현재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5400억원으로 추정되며 매년 7% 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을 맞아 자외선 차단 제품이 인기다. 남성 자외선차단제의 시장 점유율은 약 5%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남성 자외선차단제 시장규모는 현재 약 270억원대로 추산된다.

LG생활건강의 오휘는 지난해 고급 남성전용 라인 '오휘 포맨' 을 출시했다 중년 남성들을 위한 한방화장품 '후 군(君)'도 내놨다. '오휘'는 매년 50%, '후'는 매년 10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중 남성화장품 매출이 전체의 약 10%에 달한다. LG생활건강이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후 스파팰리스'는 비즈니스 중년남성 고객이 늘자 이들을 위한 전용 피부관리 코스도 마련했다.

아모레 퍼시픽의 라네즈옴므 선블록로션은 매출이 지난해보다 320%나 늘었다. 라네즈옴므 강성훈 매니저는 "비누 대신 클렌징폼을 쓰고, 클렌징폼을 선택할 때도 모공 청정 기능이나 화이트닝 기능 여부를 따져가며 고르는 남성이 늘고 있다"며 "자신을 관리할 줄 아는 남자가 더욱 프로페셔널하고 능력있는 남자로 대접받고, 외모가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 성형’ 수술 상담건수 등 크게 늘어나

강남미소인성형외과 황지현 원장은 "지난해 이맘때 비해 남성들의 성형수술 상담건수가 약 1.5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남성들은 대부분 단순히 잘생겨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 능력을 돋보이게 할 목적으로 성형을 결심하기 때문에 여성들보다 상담 건수는 적지만 실제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이 쌍꺼풀 수술을 선호하는 데 비해 남성들은 코 성형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가 곧고 크며 이마와의 각도가 잘 맞을수록 더욱 남성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황 원장은 "그루밍족 현상은 사실 외모를 능력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분위기가 여성에 이어 남성에게도 퍼져가고 있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사회적 능력을 포장하기 위해 성형을 할 경우 주변에서 평가하는 요인까지 고려해 '자연스러운 성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 심벌 강조해주는 보정속옷 인기

지난 4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는 조금 특별한 팬티를 선보였다. '남성성'을 부각시키고 강조하고 싶은 남자들을 위한 신개념 보정속옷 '바디 부스터(Body Booster)'다. 브리프와 트렁크 안쪽 밴드 스트랩이 남성성을 강조하는 볼륨 업 효과와 함께 옷맵시를 살려주는 기능을 한다.

팬티 안쪽에 고무밴드가 가로로 들어가 그 부분에 '심벌'을 살짝 올려놓으면 볼륨감이 살아난다는 것. 이제품은 평균 일주일에 200여장씩 팔리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캘빈클라인 관계자는 "새로운 남성 기능성 속옷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20대 남성이 주 구매층으로 남성의 자신감을 높이려는 심리가 구매율을 높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정한 그루밍족은 탈모 관리부터

최근에는 두피관리에 투자하는 모(毛)테크까지 등장했다. 두피모발관리 전문기업 스벤슨코리아가 최근 20대 남성 876명을 대상으로 2주간 설문조사한 결과 17%가 탈모 예방을 위해 한 달에 1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용 지출 항목으로는 △탈모 전용 샴푸와 린스 제품 △센터나 병원 같은 전문 두피관리 프로그램 △생식 등 탈모 예방식품 △두피 관리기기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탈모에 투자하는 이유는 △'아버지가 탈모증상이 있어 사전 예방을 위해'가 68%로 가장 많았고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가 23% △'자신감 있는 생활을 위해'가 5%로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이 많아서' 등이다. 응답자들은 '비즈니스 자리'나 '상견례 자리'보다 '소개팅 자리'에서 탈모로 듬성듬성한 머리가 신경쓰인다고 답했고, 55%가 애인이나 배우자에겐 탈모 증상을 끝까지 비밀로 하고 싶다고 말할 만큼 탈모는 중요한 요소다.

스벤슨 코리아 김은경 부지부장은 "최근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젊은 남성들도 탈모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예방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추세"라며 "스벤슨 센터를 찾는 젊은 남성의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미용 전용 존’ 매출 10% 껑충

GS왓슨스는 지난 7월 2일 강남점을 개점하면서 남성전용 존 'men’s grooming zone'을 신설했다. 남성전용 존은 남성미용 화장품, 헤어스타일링 제품, 향수, 데오드란트, 탈모방지샴푸 등 150~200여가지 제품으로 구색을 갖췄다. 남성들의 미용에 대한 관심이 늘고, 관련 상품이 성장세임을 감안해 사무실 밀집 지역인 강남역 매장에 남성 전용 존을 기획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특히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상품들을 한 곳에 모아, 조금 더 편하게 쇼핑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헤어 스타일링 제품과 향수, 건강을 위한 아이템(비타민, 헤어로스 방지 샴푸, 콘돔 등)도 함께 구성했다. 화장품도 기본적인 스킨, 로션류보다 에센스, 선케어, BB크림 등의 기능성 화장품 라인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남성 존의 매출은 기존 매장에서 남성상품들을 따로 진열해 놓았을 때보다 10% 이상 늘었다. 현재 서울 강남과 신림점 두 곳에서 남성 존을 운영하고 있는 GS왓슨스는 남성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꾸준히 신규 브랜드를 소개하고 전용매장 수도 늘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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