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국민들은 “코리아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조은뉴스=종합] 박태호 기자= 1265명의 캄보디아 국민들은 “코리아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지난 1월 28일과 29일 설연휴 이틀 동안 캄보디아 깜퐁참주 바티에이군 땅크라상현에서 바티에이국제대학과 높은뜻푸른교회 의료선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의료봉사를 통해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7년째 이어지고 있다.

바티에이국제대학은 10년전 김득수 선교사에 의해 캄보디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지만 전형적인 농업지역인 깜퐁참주의 외곽 바티에이군에 설립되어 현재 한국어과 영문과 유아교육과 3개의 학과를 운영중이다. 서울의 높은뜻푸른교회와 협력하여 2011년부터 이곳에 매년 설연휴마다 무료진료를 해왔다. 처음에는 바티에이국제대학을 알릴 겸 학교 캠퍼스에서 진료를 진행했으나, 환자들이 병든 몸을 끌고 찾아오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마을들 한가운데로 직접 찾아가는 봉사를 시행하고 있다. 


킬링필드의 후유증으로 교육수준도 낮고 국민들은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이곳에는 변변한 병의원도 없어 한국에서는 간단히 나을 것도 큰 병이 된다. 일례로 원두막 형식의 시골 전통가옥 아래층에는 물소, 돼지, 개, 닭, 오리, 염소 등의 가축들이 살아 바닥이 분변투성이인데 신발이 없는 아이들이 집을 오르내리다 발에 외상이라도 생길라치면 쉬이 낫기는커녕 세균감염으로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하루 1달러 내외로 생활하는 가난한 농민들이 대부분인 이 지역 주민들은 아파도 돈이 없고 병원이 멀어서 그리고 의료의 수준이 낮아서 많이 아프다.

“올 때마다 평생 의사를 처음 본다는 노인들이 꼭 있어요. 이동진료다 보니 할 수 있는 치료의 수준이 제한되어 있지만 그래도 해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모든 걸 다해주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 팀은 예전 베트남에서는 무려 10kg에 달하는 종양을 20년 달고 살던 사람을 수술로 떼어내준 적도 있는데, 우리에겐 큰 일이 아니지만 그분에게는 일생이 달라진 사건이 되더라구요.”

정형외과 전문의인 이문환 장로는 7년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 산 증인이다.

“구충제를 주는데, 참 어려워요. 온가족이 한꺼번에 다 먹어야 효과가 있는데, 그렇게 줄 수가 없으니 가족 중에 하나만 기생충이 있어도 도로 다 감염이 되거든요.”

“만성병은 일년 내내 치료해야 하는데 우리는 약에 한계가 있어서 한달치 정도 밖에 못줘요. 이게 도대체 무슨 효과가 있을까, 11개월은 약도 없이 아플 텐데 이런 생각이 들죠. 하지만 이분들은 그 덜 아픈 한달도 아쉽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이 있는 사람이 예상외로 많아요. 그리고 제복 입은 사람만 보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피합니다. 아직도 킬링필드 이후 정신적 트라우마가 짙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나쁜 정치가 국민을 이렇게 만들었다 싶어 지도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곳 어린이들은 대단히 밝아요. 눈도 아주 예쁘고요. 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길러내면 이 나라에도 희망이 생길 겁니다.”

“말이 안 통해도 사람은 사람을 알아봅니다. 서로 마주보는 눈길과 표정으로, 그리고 진료과와 약국으로 손잡고 데려가면서 피부의 접촉이 일어나는데 다 뭔가를 느껴요. 그것을 서로 같이 느끼면 둘 다 뭉클해지죠.”

“우리나라도 구한말부터 6.25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당했고 그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았잖아요. 이제 이만큼 되었으니 받은 사랑을 갚아야죠.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더욱 그렇고요.”

“서울에 있었다면 세뱃돈은 좀 받았겠죠. 하지만 돈보다 훨씬 더 귀중한 것을 느끼고 가는 것 같아 별로 아쉽지 않아요.”

한달 후 중학생이 될 김정윤(13)군부터 환갑이 넘은 장명순 약사까지 27명으로 구성된 의료선교단원들의 증언이다.


이번 캄보디아 바티에이 의료봉사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치과, 정신과의 8개 진료과와 약국, 주사실, 접수안내팀으로 꾸려졌다. 이틀간 총 1265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았는데, 특히 노인들의 경우 여러 증상들을 가지고 있어 2~3개 과에서 복합진료를 받아야 하므로 진료 연인원으로 따지면 23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었다. 둘쨋날의 진료는 이민가방 7개를 가득 채워온 약들이 바닥나고서야 끝났다.

“의료봉사는 사실 몸보다는 마음의 치료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니 몸까지 반응하는 거죠. 하나님이 가르친 이웃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이렇게 배우고 돌아갑니다.”

총괄본부장 박태호 caff@ca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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