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서, 엄태웅 주연 '이리' 로마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망종>(2005), <경계>(2007) 단 두 작품만으로 칸, 베를린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 받았던 재중동포 감독 장률이 1977년 있었던 이리역 폭발사건을 겪은 두 남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이리>(제작: 자이로픽쳐스, 스폰지)를 갖고 11월 관객들을 찾아온다.

1977년 ‘이리’역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를 기억하십니까?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이리’는 현재 전라북도 익산시의 이전 명칭. 지금은 익산으로 지명이 바뀌어 다소 생소하지만 지금도 ‘이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이리역 열차 폭발사고일 것이다. 1977년 11월 11일 저녁, 사고 당시 창인동의 삼남극장에서는 故 이주일 씨의 사회로 '하춘화 쇼'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갑작스러운 폭음과 함께 역 주변이 초토화되다시피 했던 이 사건으로 철도 공무원 9명과 시민 등 총 59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고 1,343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35개 학교 교사와 주택 7,866동이 붕괴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무명 개그맨이었던 故 이주일 씨가 하춘화 씨를 업고 대피했다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기도 하다. 도시 전체의 주요 기반시설들이 무너지고 삶의 터전까지 잃은 이재민 수천 명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자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세계가 먼저 인정한 감독 장률이 주목한 도시! ‘이리’

바로 이 도시의 과거를 주목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망중> <경계>로 칸, 베를린 등에서 수상하며 진화하는 감독으로 칭송 받는 장률이다.

그는 목숨 걸고 중국으로 도망쳐 고향 변방에서 김치를 파는 탈북 여성, 사막 한가운데에서 외롭게 나무를 심는 몽골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처절하리만큼 무덤덤하게 스크린으로 옮겨 그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생명력을 잃은 듯한 이리의 도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상처의 시간을 오롯이 간직한 채 살아가는 두 남매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올드보이> <바람 피기 좋은 날> <비스티 보이즈> 등에서 인상 깊은 역할들로 연기파 배우임을 입증해 보였던 윤진서, <님은 먼 곳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스크린에서도 엄포스를 내뿜었던 엄태웅이 캐스팅되어 더욱 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세간의 뇌리에서 잊혀졌던 도시 이리, 그 도시에서 마치 혹한을 견뎌내듯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두 남매 진서와 태웅은 겨울로 접어드는 문턱, 11월에 극장가를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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