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면 용량 큰 게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

[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지진과 태풍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민안전처와 기상청 홈페이지가 다운되자 국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많았다. 그러자 국정감사에서 몇몇 국회의원들이 각 홈페이지 첫 화면(메인 화면) 용량이 일본 기상청에 비해서 큰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적은 맞고 의미가 있는데, 전체 행정기관 홈페이지를 측정하지 않고 한두 개 기관 홈페이지만 측정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못본 아쉬운 지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지난 13일 모든 중앙부처의 홈페이지 첫 화면 용량을 조사한 자료가 발표돼서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홈페이지 관리 정책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과 웹·애플리케이션(앱) 평가·인증 전문기관인 웹발전연구소가 처음으로 45개 전 중앙행정기관(중앙부처)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용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국민안전처와 기상청이 용량을 줄였어도 일본 기상청의 7.7~6.1배이고, 최고 85.5배까지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기상청과 비교할 때는 45개 중앙부처 모든 기관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상청과 국민안전처보다도 메인 화면 용량이 큰 기관이 대부분인데, 다른 기관들은 이에 대해 전혀 관심을 안기울이고 있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에게 공공정보 접근 권리를 보장하고, 정책 참여의 수단이 돼야 할 중앙부처의 홈페이지(웹사이트)가 외관에 치중한 나머지 과도하게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 홈페이지가 국민과의 소통의 창구가 아닌, 부처 홍보를 위한 창구로 전락한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한 달이 넘도록 다운 원인을 못밝힌 것도 문제가 크다.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과 웹발전연구소가 45개 중앙부처 홈페이지의 메인 페이지 용량을 측정한 결과를 보면, 가장 무거운 홈페이지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첫 화면을 보는데 필요한 용량이 15.4메가바이트(MB)에 달했다. 반대로 홈페이지가 가장 가벼운 곳은 국민권익위원회로 1MB였다. 두 부처의 홈페이지 용량은 15.4배 차이가 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이어 국가보훈처(13.4MB), 외교부(11.2MB), 고용노동부(11.2MB)가 홈페이지를 보기 위해 10MB 이상의 데이터 전송량을 요구했다. 5MB 이상 10MB 이하 홈페이지도 14곳(새만금개발청,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무조정실, 교육부, 조달청, 법제처,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국세청, 문화재청, 경찰청)으로 집계됐다.

국민안전처·기상청 줄여도 일본 기상청의 7.7~6.1배
미래부·국가보훈처·외교부·고용노동부 최악, 10MB 이상


홈페이지 용량이 크면 사용자가 접속을 시도하는 기기에서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내려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도 길어진다.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을 시도하면 해당 부처의 서버에도 부하가 걸린다. 지난 9월 12일과 19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연이어 먹통이 된 것도 갑자기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과도한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는 첫 화면을 보는데 필요한 용량이 0.18MB밖에 되지 않는다. 불필요한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텍스트 위주로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예다. 실제 접속 속도도 매우 빠르다. 반대로 국내 부처 홈페이지는 대체로 국정 홍보에 초점을 두고 있어 많은 이미지를 배치해 용량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지적에 우리 기상청도 최근 홈페이지 전면 개편에 나섰다. 이번 조사에서 기상청의 홈페이지 용량은 국민권익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1.1MB를 기록했다. 여전히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보다는 6.배 용량이 크다.

물론 홈페이지 용량을 줄인다고 해서 해당 사이트가 무조건 빨리 열리는 것은 아니다. IT 인프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최적화 여부에 따라 성능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얘기다. 아무리 가벼운 홈페이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서버에서 운영된다면 수시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하물며 용량이 몇 배 이상 큰 홈페이지라면 제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문형남 숙명여대 IT융합비즈니스전공 주임교수 겸 웹발전연구소 대표는 "지진 발생 당시 기상청과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다운되면서 뭇매를 맞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부처 홈페이지가 기상청과 국민안전처보다 용량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다양하고 종합적인 성능 테스트는 물론, 중앙부처 홈페이지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홈페이지 관리 가이드와 자체평가 기준도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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