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 같다”

 

[조은뉴스=김대기 기자]   호주 중앙은행이 얼마 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세계 각국이 ‘출구 전략’의 시행 시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벤 버냉키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긴축통화정책을 시행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우리나라의 출구전략은 언제 시작하는 것이 옳은지 누구도 확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당장의 경제성장률 보다는 국가 경제의 건전성과 국민 개개인의 안정된 경제활동이 판단 근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사실상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금융 완화 기조는 당분간 유지하면서 4분기 이후의 완만한 경제성장, 선진국 경기, 원자재시장 등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국내외 경제의 강한 회복이나 원자재 가격 안정 여부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 불투명성 감안한 기준금리 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월9일 기준금리를 연 2.0%로 유지하기로 결정해 당분간의 금융완화 기조 유지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는 그동안 금융통화위원회가 8개월 동안 금리를 동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최근 들어 한국경제의 역풍 요인으로 짚여온 ‘3고(高)’, 곧 원화가치·금리·유가의 우려를 걷어낸 점과 출구전략 시점에 대한 주요 20개국의 공조를 다지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특히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큰 호재로 작용했다.

앞서 10월6일 G20의 일원인 호주가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전격 인상할 당시 “호주와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짚은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 발표일에 “4분기 이후의 완만한 경제 성장, 선진국 경제, 원자재시장 등을 봐가면서 경기가 꾸준히 좋아지고 금융시장이 안정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일각에서 불거진 ‘호주의 금리 인상으로 출구전략 국제 공조에 틈이 생긴 것이 아니냐’, 혹은 ‘도이체방크의 예측처럼 한국이 그 틈을 더 벌릴 것’이라는 국제경제계 불신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함께 가져왔다.

더구나 호주는 금융위기의 타격이 미미한 사례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 금리정책 선택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다.

이런 현 경제 상황에서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국내 상황보다는 글로벌 시장의 여전한 불투명성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으로 이성태 총재 역시 해외 주요국의 경제 동향을 핵심 변수로 짚고, 금리 인상을 부추길 원화가치 상승 압박 역시 높은 수출의존도에 비춰 크나큰 위협 요인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사려 된다.

또한 최근 ‘인상’과 ‘동결’을 놓고 부딪혔던 한은과 정부간의 금리 논쟁의 결과 정부의 손이 올라갔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안정적인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고, 경기상승 후 재하강하는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금리를 계속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왔다.

정부의 말대로 지금 경기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의 제조업 평균가동률지수는 77.6%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고,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6% 줄었다.

또한 고용 면에서도 정부가 무려 32만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음에도 8월의 취업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고작 3,000명이 늘었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쏟아 붓는 등 ‘확장적 재정 정책’을 지속하는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4월 이후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달 아파트 매매가격이 주택가격 버블이 심각했던 지난 2006년 수준으로 올라섰고, 올해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697조 7,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이성태 한은 총재의 말처로 저금리가 너무 많은 가계 빚을 지도록 하지는 않은지, 물가압력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없는지를 걱정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살얼음판 위에서 금리문제로 다퉈선 안 돼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이면에는 우리 경제가 완전한 회복의 길로 들어서지 못했으며, 많은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으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지만 대외 환경은 경제 상황의 호전을 담보하기 힘들어 보인다.

달러화 약세로 인한 원고, 고정된 위안화의 대미달러 환율로 인한 상대적인 위안화의 가치 하락, 세계경제의 더블딥 가능성, 유가 상승. 무엇 하나 만만치가 않은데다 내부 환경 역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악화, 통화팽창에 따라 커지는 거품현상, 높아지는 기업 부도율이 모두 심상치 않은 흐름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는 향후 경제운용의 화두일 수밖에 없으며, 이런 불안 요인이 산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혹여 잘못된 대응은 독으로 변해 우리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끼칠 수 있을뿐 아니라 그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르며 추진했던 경기부양정책도 무위로 만들 소지도 있다.

특히 그동안 계속되어 온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의 출구전략 논쟁은 ‘부양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기획재정부와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나름의 판단은 있겠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지난해 외환시장 대응 때 빚어졌던 두 기관의 싸움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금융완화 기조 지속하겠다’는 한은의 판단
한은의 기준 금리 동결은 최근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당연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실 지금의 경제 여건은 결코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가까스로 마이너스 성장세에서는 벗어났지만 고용과 투자가 전혀 개선되지 않는 등 실물경제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세계 경제의 회복세도 너무 더딘 점도 부담이다. 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의 경제가 불안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여건 속에서 정부 재정지출 확대의 약효가 떨어지면 ‘더블딥’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환율이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경기회복세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지 걱정이 크다. 이는 경제회복세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온 환율효과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더구나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국제원자재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여서 우려를 한층 깊게 한다.

이런 점에서 금융·통화 정책은 앞으로도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 더불어 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강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먼저 서두를 이유도 없다.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결국 국제경쟁력 약화로도 연결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출구전략의 시기와 내용 등은 G20 국가들과의 긴밀한 국제공조를 통해 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대출금리 체계, 근본적인 수술이 절실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는 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고용시장이 여전히 얼어붙어있는 데다 실질 소득도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게 되면 경기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으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끌어올려 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또 이는 소비 및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다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 시행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결국 한국은행은 지난 10월9일 기준금리를 2%로 8개월째 동결했는데, 최근 수개월 간 CD 금리가 빠르게 오른 것은 조만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런데 당장 금리를 올릴 것 같던 이성태 한은 총재가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며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CD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최근 시장에서 CD가 거의 거래되지 않는데도 고시금리는 지난 9월부터 매일 0.01%포인트씩 상승했다.

CD 고시금리는 거래실적이 많은 상위 증권사 10곳이 알려온 수치의 평균치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CD 거래가 없으면 금리를 통보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증권사 직원은 채권시장의 분위기를 보고 임의로 금리를 제출했다. 가계부실을 촉발할 수도 있는 CD 금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돼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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