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烏飛梨落(오비이락)'이라는 말이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뜻으로, 아무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억울하게 의심을 받거나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울산시는 숙원사업으로 진행하던 온산 국가 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공사에서 잇따라 공사 비리가 터져 나오자 부쩍 이 말을 자주 인용한다.

공사 비리와 관련, 일련의 과정들이 공교롭게도 연결고리가 형성되면서,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는 국가감사원과 국토관리청에서 현장조사 결과, 6억 원 이상의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된 데다, 일부 구간에서는 부실하게 공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으면 그때 가서 바로잡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초 알려진 것처럼 사전에 이 같은 공사 비리를 인지하면서도 사건자체를 은폐했다는 대목에서는 ‘오비이락’이라며, 펄쩍 뛴다.

시의 입장은 이렇다. 최초 감사원으로부터 공사 비리를 통보받아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당시에는 사건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조사담당 공무원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다른 부서로 인사 조치됐고, 이 사건 역시 그때서야 내부 종결된 것인데, 일각에서는 사건자체를 덮기 위한 수순이라며 의심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오비이락’의 희생양이라고 항변하는 시의 궁색한 변명들을 꼼꼼히 되짚어보면, 궁색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다.

우선, 울산시의 자체 감사에 참여해 공사 비리를 증언했던 현장관계자들이 이후 급작스럽게 퇴사했거나, 영문도 모른 채 퇴출당해버렸다는 점이다.

조사공무원에 대한 선연치 않은 인사 조치는 내부 사정이라고 치더라도, 공사 비리를 국가감사원에 신고한 내부 고발 자 등이 시의 자체 조사 이후 차례로 퇴출됐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시에서 조차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면서도, 그 역시 ‘오비이락’의 일부분이라며 일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당초 감사원에 신고 된 내용의 심각성 여부다. 시에서는 감사원으로부터 공사 비리를 통보받아 조사를 벌인 결과, 문제의 심각성이 크지 않아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신고내용을 보면, 교량공사의 기초부분인 교각이 당초 설계와는 달리 방수시설 없이 시공되는 바람에 교각내부에 물이 차있는 상태에서 부실시공이 이뤄졌다.

교량공사에서 교각은 다리의 상부구조의 하중을 기초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교량의 ‘발’ 또는 ‘기둥’에 해당한다. 때문에 교각이 부실하게 시공됐다면, 향후 ‘교량붕괴’라는 대형 참사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심각한 상태다.

그런데도 오히려 억울하다며 항변하는 시를 보면, 도대체 뭐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고 무엇이 억울한 일인지 납득이 안 간다.

우리는 불과 10여 년 전 부실시공에 따른 교훈을 호되게 경험한 적이 있다. 출근길 성수대교의 붕괴로 5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은 지 6년밖에 안된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5백여 명이 사망하고, 1500명가량이 잔해 속에 묻히는 끔찍한 잔상이 그것이다.

부실시공이 부른 이 끔찍한 참사와 ‘오비이락’타령만 늘어놓는 시의 처사를 연관시켜 보면, 아마도 멀지않은 시점에서 우리는 또다시 제2, 제3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참상을 울산에서 경험해야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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