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뫼기, 녀는 줜영 나룰 이∼줬나.”

한국 프로야구의 메카 부산 사직구장에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의 ‘부산갈매기’가 울려퍼졌다. 비록 발음이 부정확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묻혀 크게 노래 실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분명히 ‘부산갈매기’ 박자에 맞춰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노랫말을 음미하고 있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이 약속을 지켰다.

시즌 초 “롯데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 사직구장 관중 앞에서 ‘부산갈매기’를 부르겠다”던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의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인 28일 사직 KIA전이 열리기에 앞서 그라운드에 나와 허남식 부산시장과 ‘부산갈매기’를 열창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미처 가사를 다 외우지 못한 듯 영어 철자로 풀어 쓴 가사를 큼직하게 써 넣은 A4 용지를 펼쳐 들고는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불렀다.

허 시장에 비해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아 가사 전달이 미흡했지만, 후렴구는 자신있는 듯 ‘부산갈매기’를 크게 불러 제쳤다. 로이스터 감독의 노래에 대한 기대로 시즌 마지막 홈 경기까지 관중석을 꽉 채운 3만 명의 팬들은 열광하며 함께 노래를 불러 사직구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모했다.

3분 남짓의 짧은 ‘쇼’로 끝났지만 로이스터 감독에게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달 남짓 짬짬이 준비한 역작이었다.

한국말이 생각처럼 발음이 안되자 통역인 커티스 정에게 영어 철자로 적어 달라고 해 외우고 또 외웠고 그래도 자신이 없자 이날 오후 1시부터 감독실에서 비밀리에 최종 리허설까지 했다.

그라운드에 나서기에 앞서 로이스터 감독은 취재진에게 “비록 부산시장님이 약속을 해서 나도 부르게 됐고, 노래 실력도 안 좋지만 내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현실(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기뻐서 기분좋게 부를 수 있다”며 “준비했지만 한국말이 빨리 늘지 않아 힘들었다.

많이 부족하니까 듣고 웃지 말아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내년에는 다른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싶다. 노래보다는 춤이 더 자신있다”며 2009년 포스트시즌 진출 시 ‘댄스쇼’를 예고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또 롯데와 함께 한 지난 한 시즌을 돌아보며 “내 인생의 큰 이정표로 남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딸들이 태어난 것 이후 최고의 경험이었다. 책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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