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만남


[(부산)조은뉴스=이재훈 기자]  정부와 교육청 모두 영유아의 안전한 교육을 위해 주력해야 한다. 어린이집이 안정되어야 아이 낳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교육감과 대통령만의 문제로 치우치지 않고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지방재정법이 개정돼 지방교육재정의 교부율을 높이면 어린이집의 안정화에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가 누리과정비 지원계획을 확정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보육료가 인상되지 않았다. 민간어린이집의 차별 없는 누리과정 예산 지원으로 교육효과의 극대화가 필요하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지원 중단을 정부와 국회가 책임지고 조속한 해결을 위한 서명운동으로 부산시 민간어린이집 연합회에서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또한 부산시 민간어린이집 연합회에서는 매년 교사 및 학부모 수기공모전을 주최하며 작품을 통해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만남>, 해운대 푸른어린이집 안지영 원장


한통의 급한 전화를 받았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갑자기 허리를 다치셔서 급하게 교사를 구해야 하는데 교사를 구하기가 힘들어 나에게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전화를 받았다. 이미 몇 번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했었고, 나의 교사인생에 도움을 많이 주셨던 원장님의 부탁이라 이번에는 쉽게 거절 할 수가 없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선생님을 구하실 때 까지 만이라도 도와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주저되는 마음을 뒤로하고 어린이집에 방문하여 인수인계를 받고 다음날부터 얼떨결에 수업을 하게 되었다. 올망졸망 동그란 눈으로 새로 등장한 나를 보고 있는 아이들.

한참을 교사생활은 하지 않았던 탓에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의외로 나를 잘 따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도를 느끼고 조금씩 나 스스로도 자신감도 찾으며 어린이집에 적응하며 며칠을 보냈던 것 같다.

새로운 곳에 낯설음을 갖고 있는 나는 한동안을 보육 현장에서 쉬었고 기존에 계시는 선생님들과도 나이차가 많아 혹시 나를 어려워하시거나 불편해하시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라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가 있었다. 먼저 밝게 인사도 해주시고 친절하게 차도 대접하시며 편안하게 해주셔서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선생님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던 차에 원장님의 상기된 목소리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선생님, 자기 A유치원 교사했었지?”
“네에∼했었어요!”
“몇 년도 였었지?”
“하하하 맞네 ∼ 혹시 Y 알아?”
“Y? 이름이 낯설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왜요?”
“아니∼ 오늘 우연히 선생님들이랑 차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어릴 적 유치원, 어린이집 이야기가 나왔는데 Y 선생님이 자긴 유치원 나왔는데 6살 때 선생님이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며 자기이름을 이야기 하는 거야!! 세상에 자기 제자네!” 하신다.
“어머나, 진짜요?”
“그래! 내일 만나서 이야기해봐!”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정말로 기억하고 있을까?
두근두근... 콩닥콩닥...
그때의 설레임이 지금도 전해지는 것 같다.
‘정말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구나’ 라며 내 입가에 저절로 기분 좋은 웃음이 번졌다.

급한 마음에 책장서랍 구석에 묵혀두었던 앨범을 뒤지며, 잊고 있던 그때를 기억하고 더듬어 보았다. 내가 처음으로 담임을 맡았던 예쁜반 그리고 앨범 속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 벌써 22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거짓말처럼 내 기억에서 그때의 추억들이 파노라마 영화처럼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 옛날이야기가... 선명한 어제 일처럼...

사진 속에는 앞머리를 양껏 세우고 하얀 투피스 차림으로 두려움과 설레임을 양쪽 가슴에 꼬옥 숨기고, 빨갛게 홍조를 띄며 활짝 웃고 있는 24살의 내가 우리 반 아이들을 양팔 벌려 한껏 안으며 함께 서있다. 그리고 웃고 있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을 때 마다 신기하게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까무잡잡한 얼굴에 안경을 낀 용준이는 여자 아이들이 참 좋아했었지...
하얀 얼굴에 웃는 모습이 유난히 귀여웠던 아이는 태윤이...
맞아! 우리 반 친구들과는 조금 달라 친구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던...하늘이...
그리고 커다란 눈망울로 하늘이 짝지를 도맡아 했던 야무진 Y...
지금 그 Y가 20년의 세월을 넘어 나랑 같은 공간에서 교사를 하고 있다니!
그날 밤 나는 과거로 돌아가 다른 때와는 달리 빨리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그 다음날 우리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서로를 찾았고 손을 잡고 안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너무 긴 세월이 흘러서 처음엔 서로를 바로 알아볼 수 없었지만 6살 때 담임선생님 이름을 잊지 않고 있었다니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못 알아봐서 죄송해요. 이제 보니 알겠어요! 그때 사진도 갖고 왔어요!
엄마도 선생님이 기억나신대요! 전 그때 기억이 다 나요! 병원놀이도 했지요...시장놀이도 했지요...전 용준이가 좋았는데 선생님은 용준이랑 한 번도 짝지를 안 시켜주셨어요! 호호호!!”
“어머, 미안하다아∼! 선생님이 그때 너의 마음을 몰랐구나!”
“그런데 내가 이렇게 말을 놓아도 되나?”
하하하하∼호호호호∼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모두 자기 일처럼 신기해하기도 하고 좋아해주시며 우리의 대화는 몇 십 년을 뛰어넘어 쉴 새 없이 6살 Y가 되어 24살 새내기 담임선생님으로 그때의 추억들을 모두 끄집어냈고 우린 손을 잡은 채 한참을 추억에 빠져 들었다. 난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새내기 교사인 나와의 소소한 일상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제자를 보며 너무나도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나를 기억하고 있을 제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는 몇 해를 함께 같은 어린이집에서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때 전화 한 통으로 나의 중년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집 생활을 하며 아이들에게서 나는 매일매일 다른 일상의 행복을 맛보기도하고 그 하나하나의 일상이 너무 소중하다. 교사들과의 일상 또한......

내 생일이자 이번 스승의 날이었을 것이다. 출근길에 모닝커피를 타주며 드시라는데 맛이 너무 짜서 못 먹겠다라고 했더니 외국 커피라며 요새 유명한 커피는 다 이런 맛이라며 교사들이 원 샷을 외치고, 정리 정돈을 철칙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데스크를 어지럽히고, 선생님들끼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내가 들어오면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말을 돌려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고운반 선생님이 허리가 아파서 못 움직인다며 빨리 교실로 가보시라고 나를 이끌어 그렇게 건강을 조심하라고 했더니 무슨 일이냐며 놀라 교실로 뛰어 들어갔더니 그녀들이 일을 냈다.

예쁜 케익에 불을 붙이고 박수를 치며 나를 울렸다. 모든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얼마나 이 순간을 위해 머리를 짜고 생각을 했을까? 나라는 사람을 위해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나라는 사람을 위해 하루 종일 이 일들을 벌이며 두근거렸을까?

그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꼬박 속았고 다 같이 눈물을 흘렸고 다 같이 박수를 쳤다. 세상에서 소금이 가득 든 짠 커피를 마셨어도 그날 맛 본 커피는 어떤 고급 커피 맛에 비할 수 있을까? 나는 어린이집에서 한 통의 전화가 인연이 되어 참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나는 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지금 내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우리와 같은 인연으로 만날 수도 있다고. 그리고 우리생활이 일상이 추억이 되어 아이들에게 기억될거라고......

아침 출근길!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상이 오늘도 시작된다.
하늘은 더 높다랗고 구름도 어제와 다른 모습이다. 또 오늘은 우리 어린이집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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