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死地에 등교시키는 학부모 긴 한숨 교육행정에 반영돼야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숫자가 4천명을 넘어섰고, 각국 보건 당국을 통해 확인된 감염자 수는 38만 명에 달한다.

세계적 대재앙을 실감케 한다.

이에 반해 그동안 국내에서는 여타국가에 비해 안전지대로 분류돼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관망적 자세로 임해왔다.

그러나 지난 8월 중순께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14일 현재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한 희생자가 15명으로 늘어났고, 국내 감염자만도 1만 명을 넘어서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감염자 수만 놓고 보면 건국 이래 최악의 국가적 위기상황이다.

때문에 세계적 대재앙의 위력을 실감한 국내에서는 사회전반에서 위기감이 팽배해 있고, 정부도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사항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감과는 달리 최근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일선행정의 안일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지난 1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안민석 의원이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보건교사 배치율이 학교당 한 명꼴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학교는 평균 한명에 가까운 보건교사를 두고 있지만, 강원이나 전남 등 농어촌지역학교는 보건교사 배치 비율이 50%도 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울산지역에서는 800여명에 달하는 초 중 고등학생들이 신종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 중에 있지만, 지역 내 보건교사 배치율은 총 229개교 가운데 공립학교는 68.6%, 사립학교는 전국 최저수치에 달하는 42.1%에 불과한 편이다.

게다가 6학급(분교) 이하는 아예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지 않은데다, 18학급 이상의 경우에도 상당수 학교가 보건교사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한 주간 국내에서 발생한 139건의 집단발병 가운데 학교 발생이 137건에 달한다는 수치가 말해주 듯 집단발병의 주요인이 학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적 대재앙의 가장 취약지역인 학교를 그냥 방치한 채 학생들을 위험소굴로 내몬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3일 국감에서 이 같은 지적이 한창일 무렵, 같은 날 지역 언론에서는 초대민선 교육감의 치적사항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그의 ‘탁월한 리더십’을 부추겨 세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교육청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기사였지만, 과연 학생들의 안위조차 책임지지 못한 울산의 교육행정이 칭송받아 마땅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울산교육의 수장은 1년여에 걸쳐 이룩한 자신의 공적을 자랑하기 보다는 이제라도 세계적 대재앙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학교를 보다 안전한 장소로 만드는데 우선적인 행정력을 집중해야할 것이다.

자녀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음에도 학교에 등교시킬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걱정 어린 한숨이 울산교육행정에 제대로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desk@egn.kr]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