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날 우리들의 소풍이야기


[(부산)조은뉴스=이재훈 기자]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들은 공통으로 교사의 책임감 있고 적극적인 보살핌과 교육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보육교사 전체가 오해를 받거나 어린이집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와 교육을 담당하는 보육교사의 입장에서 교육효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부산시 민간어린이집 연합회에서 주최한 2013년도 교사 및 학부모 수기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을 기획으로 게재한다.

어린이집을 통해 올바르게 양육되고 있는 자녀를 바라보는 학부모와 열악한 교육환경속에서 올바른 교육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보육교사의 실제 고백을 들어보자.


<10월의 어느 날 우리들의 소풍이야기>, 신평 꿈나무 어린이집 황미숙


그 날은 날씨가 참 좋은 날도 아니었습니다. 일본에서 태풍이 불어온다는 뉴스에 걱정이 되셨는지 새벽부터 원장님은 문자를 보내십니다.
“날씨가 흐리네요. 오전엔 흐리고 오후에는 구름인데 소풍 가야 되겠죠?”
“넹~ 비가 오지 않는 이상은요. 갔다 일찍 오면 안될까요?”
일주일 전부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밟혀 안된다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질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신이 나서 어찌나 소리를 지르는지 버스가 들썩거립니다. 센스있는 우리 선생님, 오늘은 또 10월 동요를 가지고 오셔서 교실에 불렀던 노래가 하나둘씩 나오니 더욱 신났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버스 천정이 뚫릴 지경입니다. 산길을 꼬불꼬불...... 우리는 부산의 한 수목원으로 소풍을 가는 것인데 어디 시외에 가는 것 마냥 시간이 안가나 봅니다. 언제도착해요? 아직 멀었어요? 보채는 물음에 답을 해줄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도 오늘 처음 가는 길이란다.’

드디어 도착한 수목원은 아이들의 시선은 한눈에 잡았습니다. 형형색색 인위적으로 만든 조형물이 아닌데도 그냥 조용한 수목원이었을 뿐인데, 아이들은 내가 가르쳐주지 않은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선생님, 공기가 너무 상쾌해요.”
“선생님, 너무 좋아요”
“선생님, 나무가 너무 예뻐요”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전에 발견한 나무위의 장수풍뎅이는 교실에 있는 것의 한 100배는 되어보였습니다. 순진한 우리친구들은 이렇게 큰 장수풍뎅이도 있냐며 1초를 고민하다가 “에이~가짜네!” 하며 실망 아닌 실망을 하였답니다. 아무튼, 무슨 길만 보면 뛰려고 하는 것인지. 가방을 놓아두려고 간 수변 휴식터를 다녀오면서도 열심히 뜀박질을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뛰어도 상 주는 것도 아니라 그래 말했지만 아무튼 바람을 가르고 뛰어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그러면서도 관람객 주의사항 팻말에 하나 둘씩 모여 글을 읽기 시작합니다.

‘오~ 이런, 그래 이것도 필요하단다. 박물관의 관람예절이 있듯이 수목원도 우리가 예절과 규칙을 지켜야하지.’ 하며 함께 읽어 나갔습니다. 또한 깨끗하고 정돈되어져 있는 여러 나무들을 보며 우리가 어제 나누었던 보호에 대해 개념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요?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맞은 흩날리는 가을비에 우리는 좌절을 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어쩌니?”
모두가 걱정하며 숲 전시실 먼저 가보았습니다.
어제 우리는 나뭇잎에 대해서, 나무에 대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왔는데, 이곳에 이렇게 좋은 실물자료와 영상자료가 있을줄이야~ 너무 좋았는지 연신 카메라를 눌러대어도 절대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향기 나는 허브에 코를 갖다 대어보고는 비누냄새가 난다며 웃더니만 한쪽 켠에 있는 작은 단풍조화에도 연신 웃음을 터뜨립니다. 아무리 빡빡한 도시에 살아도 아이들은 여전히 자연을 좋아하나 봅니다. 한 여름 땡볕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은, 작은 벌레 하나에도 감동하고 신기해하는 하니 말입니다.

여느 때와 같이 우리는 사진을 또 멋지게 찍었습니다. 소풍가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항목이죠. 어느 샌가 우리는 소풍의 의미보다 아이들의 사진 찍기에 더 열중하였는지 모릅니다. 한 줄을 세워놓고 한명씩 찍고는 밥 먹고 돌아오는 이런 소풍이 되지는 않았을까요?

우리 아이들과 사진을 찍을 때면 더 놀고 싶은 저 욕구를 억제시켜야하니 드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또 멋진 포즈는 스스로 표현해내는 아이들입니다. 예술사진 찍는 담임선생님 덕에 여러 포즈를 유도하기도 하지만요. 멋진 장수풍뎅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는 자기 사진을 다시 확인하는 센스도 발휘합니다. 이런 모습을 찍으시면서 흐뭇해하시는 원장님의 모습도 보이십니다.

다리를 건너기도 전에 우리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각자가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연신 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관찰력 좋은 나는 점심을 먹다가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 껍질들을 발견합니다. 저것들을 가지고 무엇을 해볼까? 나는 입으로 밥을 먹고, 귀로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밥도 일찍 먹고는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잡으러 다닌다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그러고는 밥 먹다 말고 제안을 하지요.


“얘들아~ 우리 밥 다 먹고 도토리 줏으러 갈래?”
“네~!!!” 수목원이 떠나갈 것 같습니다. 남은 밥을 한 입에 털어놓고는 폭풍 흡입을 합니다. 체하면 안 되는데 걱정입니다. 그러고는 도토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땅밑을 살핍니다. 없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큰일입니다. 제안은 했는데 도토리가 없다니! 유심히 이리저리 살피다 작은 도토리를 발견하고는 심마니처럼 외칩니다.
“얘들아! 도토리 찾았다!”
“어디요~ 저 주세요. 저 주세요.”

모두 주고 싶지만 또 자조를 길러주기 위해서 스스로 찾으라고 말하며 뒤돌아 다시 찾습니다. 이내 작은 도토리들을 찾아서 숫자를 셉니다. “한 개 찾았어요~ 두 개 찾았어요~” 하면서 하나둘 자신만의 도토리를 찾아갑니다. 우리는 아직 다리도 건너지 못했는데 아이들은 길을 걸을 때 마다 도토리를 찾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작은 동물원의 오리와 거위를 보면서 또 소리를 지릅니다. 어른들은 맨날 보는 저 작은 동물원에 아무 감흥이 없는데, 아이들은 어찌 갈 때마다 보는 토끼들이 저 닭들이, 저 염소와 거위들이 어찌나 그리 신기하고 반가울까요? 잠시라도 자신 앞에서 꽥~ 소리라도 지르면 자신에게 덤비기라도 하듯이 달아납니다. 그런 모습에 또 한 번 미소를 짓게 됩니다. 작은 계곡물에서 조용히 올챙이를 찾겠다며 물속에 빠질 기세입니다. 물에 빠지면 안되는데.......

조심히 관찰하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그래도 발 한번 담가줘야지 우리 하늘반 개구쟁이들이 맞지요. 발이 물에 빠져도 괜찮습니다. 물고기를 잡으려다 빠질 뻔하여도 괜찮습니다. 그 맑은 미소에 가만히 함께 미소 짓게 되니 어쩔까요.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자리다툼이겠지요. 우리반은 자신의 자리와 짝지가 있지만 기나긴 산책길을 갈때면 자유롭게 줄을 섭니다. 그러니 먼저 선생님의 손을 잡을려고 자그마한 다툼들이 일지요. 그렇습니다. 밖에 나와서까지 참새~ 짹짹, 오리~ 꽥꽥 하며 줄을 맞추어 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밖에서는 물론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판단하에서겠죠. 자신이 관심있는 곳에서 잠시 머물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도 그 이유이기도 하지요.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나긴 산책길에서 한바퀴를 돌고나서 연못위에 다리를 걸으며 장난끼가 발동하였습니다. 다리가 흔들거린다면서 빠른걸음으로 아이들을 따돌립니다. 이미 눈치를 챈 아이들이 빠르게 따라옵니다. 그게 달리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잡지 못하게 뛰어도 따라잡습니다. 또 급하게 제안을 합니다. “달리기 시합할까?” “네~~”

기나긴 산책길에서 달리기 라인을 잡았습니다. 짝지를 이루어서 달리기 시합을 합니다. 있는 힘껏 달립니다. 그 표정만큼은 올림픽 나갈 정도로 진지합니다. 또한 승자와 패자의 모습도 엇갈립니다. 그래도 즐거운 것은 다 같습니다. 이제 그만 쉬고 싶은데 아이들을 아직 뛰어다닐 힘이 남아있나 봅니다. 미로 숲에 가서는 그냥 들어가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길인지 모르다가 막힌 길을 보고 미로 숲인지 알았습니다. 다들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아~ 아니닷! 하며 길을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사진을 찍어줄려도 해도 너무 빠릅니다.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실컷 뛰고 나면 지치겠지요. 하지만 지칠 기세는 없습니다. 다시 광장으로 발을 옮깁니다.

나는 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쉬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 이제 뛰어다녀요 되요?”
이제 까지 뛰어다닌 것을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래 뛰어라! 나는 사진 찍기를 포기합니다. 사진 찍기는 벌써 의미가 없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올림픽 달리기 선수가 훈련을 하듯이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그러고는 힘이 들면 잔디에 그냥 누워버립니다.
“선생님 한숨 자도 되요?”

참으로 예쁩니다. 땀나도록 뛰어다니며 눈은 언제는 선생님을 향해 있습니다. 그 산책길을 다닐 때 에도 도토리를 찾느라 눈은 언제나 땅을 향해 있습니다. 동물들과 함께 할 때는 그 마음을 읽는 듯이 한없이 조용히 눈은 마주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에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가르친 것도 알려준 것도 아닌데 아이들 스스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들어도 내가 이곳에 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유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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