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보육


[(부산)조은뉴스=이재훈 기자]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들은 공통으로 교사의 책임감 있고 적극적인 보살핌과 교육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보육교사 전체가 오해를 받거나 어린이집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와 교육을 담당하는 보육교사의 입장에서 교육효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부산시 민간어린이집 연합회에서 주최한 2013년도 교사 및 학부모 수기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을 기획으로 게재한다.

어린이집을 통해 올바르게 양육되고 있는 자녀를 바라보는 학부모와 열악한 교육환경속에서 올바른 교육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보육교사의 실제 고백을 들어보자.


<함께하는 보육>, 수영동산 어린이집 정태자 학부모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 최고의 보육이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만 3세까지는 무조건 동일한 양육자여야 하고 여건이 된다면 그 사람이 엄마여야 한다며 주변 친구들에게도 되도록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기를 권했습니다.

그러나 주에 한번 반찬봉사를 다니면서 그 환경이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도 있고 칼도 있어서 놀아주시는 분이 계셔도 자칫 위험하더군요. 이제 곧 4살도 되어가서 친구도 만들어줄 겸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요즘은 또래 친구들이 4살쯤 되면 거의 다 보육시설을 다녀서 인지 동네에서 친구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예슬이를 수영동산 어린이집 4세 사랑반에 입학을 시키고 나니 아이가 처음에는 잘 적응하는 듯 보였습니다. 워낙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라 금방 적응할 줄 알았는데 단체 생활에서 오는 규칙과 수업시간에 제자리에 앉아서 무언가에 집중을 하기엔 우리 딸은 너무 산만해 보였습니다. 가끔 숨어서 아이의 모습을 보면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애만 돌아다니거나 책상위에 드러누워 있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저러다가 선생님께 자주 혼나는 게 아닐까 염려도 되더군요. 혹시 가기 싫어하는 것이 선생님께 자주 혼나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했습니다. 혼이 난적이 있는지 물어봐도 “아니”, 오늘 무슨 일을 했니 해도 “몰라”라고 대답하고 별 애기를 안 해주는 무뚝뚝이 딸인지라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볼 땐 어린이집 적응도 못하고 가기도 싫어하는 딸을 보며 혹여 내가 너무 일찍 보낸 것은 아닐까? 좀 더 있다가 보내는 게 낮지 않을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다른 애기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일찍 부모와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고, 선생님이 부모님 몰래 말썽꾸러기들이나 말 안 듣는 애들은 때리기도 해서 가지 않으려 할 수도 있으니 어린이집을 바꿔 보라더군요.

예슬이가 다니는 수영동산 어린이집은 생일 때도 체험학습 때도 따로 도시락을 준비할 일도 없고 추가로 학용품을 보낼 필요도 없고 내가 일이 생겨 다소 늦어지더라도 여건에 맞추어 아이를 더 돌봐 주시기도 해서 장점이 너무 많은 곳이라 쉽게 바꾸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만 둘 때 두더라도 선생님과 아이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예슬이가 4살 봄에 입학 후 가을이 다 지나갈 무렵 선생님께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선생님 아무래도 예슬이는 적응 하는게 힘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자리를 지키기 보단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고, 수영동산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하는데 억지로 보내려니 마음이 아픕니다. 집근처 어린이집을 가고 싶어 하기도 하구요” 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선생님께서 “어머니! 애들이 돌아다니는 것은 당연합니다. 집중시간도 원래 짧고요. 슬이가 그렇게 행동한대서 안 듣는 게 아닙니다. 물어보면 다 대답을 해요. 자세가 안 좋은 것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예슬이처럼 자기주장 강한 아이일수록 어릴 때부터 단체 생활에 적응을 시켜주는 편이 오히려 더 좋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애가 초등학교 가서 가기 싫다고 하면 그때도 초등학교를 안 보내시던지 옮기실 건가요?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보시면 천천히 좋아질 것입니다. 제가 좀 더 챙기겠습니다. 믿고 보내십시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요~” 전 그 순간 얼음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에게 참을성과 끈기도 길러주지 못한 채 초, 중, 고를 다니면서 힘들 때 마다 포기하려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란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길러주어야 하는 것이 참을성과 단체생활에서 어울릴 수 있고 함께 해나갈 방법을 터득하게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란 생각을 그 순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부모이기에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선생님이 정확히 알려 주신 것입니다. 상중에서도 개근상을 높이 치는 이유는 매일 빠지지 않고 나아오는 부지런함과 성실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을 이긴 사람만이 개근상을 탈 수 있듯이 제가 선생님과 상담 후부터 아이를 특별한 사유 없이는 어린이집을 빠지는 일이 없게 했습니다. 그 덕에 아이는 어린이집은 결석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예슬이는 일곱 살이 되었고 곧 초등학생이 될 나이가 되었습니다. 예슬이는 여전히 수영동산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으며 어린이집에서 제일 큰 언니가 되었습니다. 그때 선생님 말씀처럼 이제 예슬이는 수업시간에 제법 자리에 앉아있으며, 수업시간엔 움직이거나 떠들어서도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도우미가 될 때에는 친구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인해 선생님께 칭찬도 듣고 오기도 합니다. 여전히 예슬이는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양보도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단체생활에서 큰 무리가 없이 잘 어울리며, 무엇보다도 선생님 말씀은 꼭 지키려 노력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완전히 새사람이 되거나 확 바뀌지는 않았으나 조금씩 그 환경에 물들어가며 익숙해져 가는 모습이 오히려 안정적이며 평안해 보였습니다. 그때 나의 판단만 믿고 아이를 다른 곳으로 옮기었다면, 아이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느라 또 스트레스 받고 낯선 곳에서 또 적응하지 못한 채 자리를 옮겨 다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그 곳 선생님도 잘 돌보아 주시겠지만, 내가 아이의 말만으로 쉽게 포기를 해 버렸다면, 아이도 나를 통해 쉽게 포기하는 법부터 배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때 나를 잡아준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내 아이를 선생님의 눈으로 지켜보시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염려하셔서 인도해 주신 선생님이 있어 다행 이였습니다.

아이는 관심과 사랑으로 큰다고 합니다. 엄마의 사랑만이 아니라 선생님의 관심과 바른 인도가 내 아이를 끈기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게 함께 돌보아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이만 줄일까 합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일은 많은 데 비해, 그다지 선생님으로써 많은 존경을 못 받으시고 계시지만, 유아기때 아이의 경험은 인생을 살면서 큰 뿌리가 될 꺼라 생각합니다. 힘드시겠지만 더 사랑으로 돌보아 주신다면 그 아이들이 커서 바른 인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모든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