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다소곳한 비가 한차례 내린 뒤 가을이 한 결 빠르게 다가왔다. 여름날의 뙤약볕을 견디어온 녹음도 차츰 가을볕에 익어 갈 때이다. 걷기 좋은 때이고 걷는 걸음마다 여지 없이 낭만은 스며 든다.

10월의 서울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함께 걸어도 좋고, 혼자 걸어도 그만인 풍경을 곳곳에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절과 공간에 맞춤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서울 시내 50여 개 열린공간에서 펼쳐지는 무료 문화예술공연 “열린예술극장”이 있기 때문이다. 노래가 좋아, 춤이 좋아 무대에 오른 재능나눔봉사단이 선보이는 수수한 공연을 찾아가는 모든 길이 곧 낭만이 될 것이다.


<20대를 위한 오래된 공간에서 듣는 새로운 노래들>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서서울호수공원(양천구)은 50여 년간 정수장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생태호수공원으로 녹슨 대형 송수관을 그대로 세워 만든 공원 입구의 입간판부터 공간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정수장이었을 때 침전조 역할을 하던 구조물을 활용한 몬드리안 정원은 퇴색된 구조물과 담쟁이 넝쿨 따위의 식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더 없이 좋은 풍경을 내어준다.

인근에 있는 김포공항을 향하는 지나가는 비행기가 내는 소음에 반응하는 소리 분수는 소음이라는 청각적 회피의 대상을 물의 움직이라는 시청각적 아름다움으로 재탄생시켜 계절의 전환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감각과 감정의 전환을 느끼게 해준다.

아담하면서도 오래된 시간을 응축해 놓은 공간을 배경으로 매주 토요일 열린예술극장이 열린다. 인디밴드 특화공간인 서서울호수공원에는 어쿠스틱 기타, 잼배, 멜로디언처럼 과하지 않은 악기들이 만드는 선율에 사람의 소리 목소리를 더한 밴드(10/5 덤덤하모니, 10/12 정직한 멜로디, 10/19 Upright note, 10/26 포크패밀리) 공연이 이어진다.

<3, 40대를 위한 도심 속 언덕에서 즐기는 미술과 공연>

지난 24일 개관한 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노원구)은 위에서 보고 있자면 건물 전체가 야트막한 언덕처럼 앉아 있는 듯, 건물이 스스로 드러나기 보다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지하 3층, 지상 3층의 미술관은 전시실 외에도 동네 주민들을 위한 어린이 갤러리, 커뮤니티 전시실 등이 자리잡아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생활의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5년 전 기획과 설계를 시작해, 완공되는데 2년여가 걸린 미술관은 건물의 외관 디자인이나 완성도가 뛰어나고 주변과도 조화를 이뤄 ‘2013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개관 특별 전시로 한국현대미술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신스 vs 신스(Scenes vs Scenes) - 장면의 재구성>展,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서울의 모습을 살펴보는 <서울풍경(SEOULscape)>展, 어린이 체험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아이 러브 서울(I ♡ SEOUL)>展 등이 진행 중이다.

개관 특별전 찬찬히 둘러 보고 언덕 같은 미술관을 산책하다 보면 가을 볕이 잘 드는 미술관 마당에서 편히 앉아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볼 수도 있다. 미술관 야외조각공원을 객석으로 매주 토요일 “열린예술극장”의 무료 공연이 진행된다. 미술관을 찾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을 고려해 오카리나 연주(10/5바람소리 앙상블, 10/26 우아미&뵈뵈 오카향기), 마술(10/12 대니매직), 탭댄스 등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5, 60대를 위한 숲에서 즐기는 여유와 음악>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북한산 둘레길은 전체 71.5km에 이르는 생태 산책로이다. 물길, 흙길, 숲길, 마을길이 소나무숲길, 솔샘길, 구름정원길 등 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이어져 있다.

그 중 제2구간인 순례길과 제3구간인 흰구름길 사이에 자리한 북한산둘레길 탐방안내센터(강북구)는 가을 숲을 찾은 탐방객들이 잠시 다리를 쉬어가는 자리다. 올해 봄부터 탐방안내센터 내에 1,000여권의 도서를 비치하고 북카페를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어, 일상에서는 호사스러운 여유를 부리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더불어 매주 토요일 열린예술극장이 열려 클래식부터 포크송까지 풍경에 동화되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10월에는 양재 만돌린 기타합주단(10/5), 재즈듀오 Upright note(10/12), 이종우의 클라리넷 콘서트(10/19), 7080랜드뮤직의 올드팝(10/26)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 밖에도 광장, 공원, 거리 등 서울 곳곳 50여개 장소에서 매주 주말 열린예술극장을 열고 가을날의 낭만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재능나눔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간 900회의 공연을 이어가는 열린예술극장은 서울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시민이 만들고 시민이 즐기는 문화 생태를 조성 한다는 취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자세한 공연일정과 지역별 공연장 정보는 열린예술극장 홈페이지(www.seoulopenstag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열린예술극장은 서울 곳곳 매력적인 공간에서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 가볍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만큼, 주말에는 많은 시민들이 가까운 열린예술극장을 찾아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부할지라도, 단언컨데 가을은 가장 낭만적인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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