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유건식 객원기자]  요즈음 아울렛 쇼핑몰이라고 해서 미국에서 들여온 브랜드 직영판매점들이 국내에도 대형으로 조성되어있다. 사실 몇 년 전에는 이름도 생소하고 일반 사람들은 뜻도 잘 모르던 것들이 이제 우리나라도 물질 문화가 상승하여 여기 저기에서 비슷한 용어들을 쓰고 있는데 하여간 팽창일로에 있는 대형쇼핑센터들이다.

지난 추석연휴에 식구들과 성묘를 갔다가 근처 파주에 큰 아울렛이 있다고 해서 별로 살 것이 없는데도 한 번 구경가자고 하였다. 어찌 사람이 많은지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고 부부동반, 커플끼리, 가족끼리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이제 한국도 소비문화가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매매만이 아니라 나들이 겸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문화가 된 것이다. 무슨 브랜드는 그리 많은지 무식한 필자로서 혼자서는 가게에 들어가 볼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몇 몇 귀에 익은 브랜드의 매장들은 크고 사람들도 더 북적이었다. 견물생심이라고 이것 저것 들척이면서 한두 가지씩 살펴본다. 폴X 라고 하는 가게에 들러가 보니 대체적으로 40% 일반 할인에다가 3개 사면 20%를 추가 할인해 준단다. 붙어 있는 가격 태그에 열심히 40%를 빼보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그래도 싼 가격이 아니다. 평범하게 보이는 티셔츠 원래 가격이 10여만원이니 40% 해보아야 7-8만원,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원 가격을 높이 먹여놓고 할인율만 크게 해 놓으니 싸질 수가 있겠는가? 브랜드 상품의 교묘한 상술이니 안 사면 그만이지 그 자체를 탓할 수야 없을 것이다. 그런데 3개 사면 추가 할인이 있다니 식구들 것까지 몇 가지를 고르고 싸이즈 찾아 입어보고 하여간 살 것을 선정하였다.

쇼핑을 다녀 본 남자들은 대부분 알지만 이러한 시간들은 좀이 쑤시고 살까 말까 마인드 보글링을 한 참해야 하는 별로 달갑지 않은 시간인 것이다. 여자들은 이런 면에서 남자들과 전혀 다른 동물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몇 개 집어들고 자 이것으로 쇼핑 끝, 쾌재를 부르고 계산대에 줄을 선다.


3개의 계산대가 돌아가는데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대한민국 진짜 대단한 나라 되었다. 이런 고급(?)상품들을 줄을 서서 사야 하다니. 나도 과거에 열심히 일하여 선진대국 건설에 이바지 하였으니 나의 공도 일부 들어가 있지 않나?…..

계산대에서 계산기 찍던 여직원 왈 이 상품은 40% 할인이 안 되는데요…. 왜요?...., 이건 여기 가격이 할인된 가격에요…아니, 그런 할인 된 표시가 없던데…..어떤 것은 할인 가격 태그가 추가로 붙어 있는 것도 있지만 이것들은 이 가격만 있던데 여기에서 40% 해주는 것 아닌가요?.....아니에요…그럼 매대에 그런 말을 써놓아야 하잖아요..…어디, 붙어 있을텐데요… 이것 빼고 계산해드릴까요? 바쁘니까 빨리 결정하란다…..


우욱,.이 걸 사야돼 말아야돼, 화가 올라 오는 것을 참으면서… 아니 이걸 고르려고 얼마나 시간보내고 신경쓰고 가족들과 상의하고 했는데 빼고 계산하라니…그럼 추가 20% 할인도 안되니 낭패잖아…이런 이바구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아주 한심해 보였다. 여직원은 기계적으로 일을 할 뿐이고, 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는지 손님 기분은 어떨지 전혀 관심이 없고 다만 할인없이 포함해서 계산할 것인가 뺄 것인가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이 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 외국이라면 어떻게 될 것 인가. 소비자가 강력하게 항의한다면 요구사항이 관철될 것인가? 하여간 바쁜 여직원 붙잡고 진상을 부릴 수도 없어서 다 포기하고 계산대를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매대에 가보았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 가격이 이미 할인된 가격이라는 표시는 아무데에도 없었다. 식구들이 좀 위로를 해주어 마음이 갈아 앉았지만 이런 매장에서는 구입 후에 가격 명세서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단다. 할인도 제대로 안되어 찍히는 수도 있다니…

소득이 좀 높아졌다고 외관만 그럴 듯하게 꾸며 놓고 선진국이라고 하면서, 몰려드는 손님들은 그냥 돈으로 보이고 정신 문화는 아직도 후진국인 상태를 절감하면서 우리나라도 갈 길이 아직 멀구나..

오늘 같은 입장의 나는 수천 명중의 하나일터이니 그 매장에서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겠지만 필자가 명색이 기자 신분이라 굼시렁 굼시렁 이렇게 끄적대 본다. 

대한민국, 아직 더 깨우쳐야 한다. 기본 정신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절대 자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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