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면 두동 편백 숲, 낭산면 심곡사 오솔길

[조은뉴스=채덕수 객원기자]  장마가 주춤한 사이 달군 양철처럼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피서지로 계곡과 바다, 물가만 떠올리고 있다면 여름의 참 얼굴을 만나보는 숲 나들이는 어떨까. 하늘을 떠받치고 선 가지와 절정에 이른 초록빛, 두 팔을 뻗으면 폐부 깊숙한 곳, 검게 그을린 마음까지 나무향이 스민다. 그늘에 감사하고 바람에 위로받을 수 있는 숲 두 곳을 찾아가본다.


# 향긋한 편백 숲에서 맨발 도장 꾹꾹...
- 성당면 두동 편백 숲

익산에는 배산과 함께 성당면 두동마을에 편백 숲이 조성돼 있다. 도심 속 배산과 달리 두동 편백나무 숲으로 향하는 길은 한가롭고 넉넉한 시골 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담장을 휘감은 소박한 벽화와 논과 밭에는 고추, 벼 등 농부의 땀방울이 때글때글 여물어간다.



마을 안쪽에는 1929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두동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기역(ㄱ)자 모양의 강단을 중심으로 남자, 여자석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남녀유별의 전통과 기독교의 평등사상이 절묘하게 절충돼 있다. 나무 살이 보이는 천장과 낡은 풍금, 벽마다 걸린 흑백사진이 옛 시절을 말해준다.

마을부터 팻말을 따라 산자락으로 오르는 길은 넓지 않기 때문에 차 대신 두발로 뚜벅뚜벅 걸어 올라야 한다. 이곳 편백 숲은 주민들이 마을 뒷산 3만여 평 부지에 조성한 것으로 수령 30년 이상 된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다. 웅포부터 성당포구를 잇는 익산둘레길이 열리고 편백나무의 효능이 입소문을 타며 알음알음 방문객이 늘고 있다.



면적은 넓지 않지만 빽빽한 편백 사이로 평상과 의자, 나무침대가 마련돼 넉넉한 그늘을 내어준다. 성긴 비가 내린 뒤 폭신해진 흙길 산책로를 따라 맨발로 발도장을 찍듯 걸어보니 향긋한 편백 향이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스민다.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항균, 면역 기능까지 강화시켜주는 피톤치드의 효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벌레와 해충도 없어 모기걱정 없이 낮잠을 청할 수도 있다.

군산에서 온 한 탐방객은 “숭림사부터 등산을 하고 마지막에 한숨 편안히 쉬었다 가곤 해요. 조용하고 한적해 여름날 땀을 식히기에 참 좋다”고 말한다.



# 아름드리 고목 숲... 은은한 차 향기 번져
- 낭산면 심곡사 오솔길

익산시 낭산면 장암마을에서 심곡사(深谷寺)에 이르는 오솔길도 호젓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심곡사는 신라 때 무염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세 칸, 측면 두 칸의 단아함이 돋보이는 단아한 대웅전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에는 대웅전 앞마당 칠층석탑 해체 보수 작업 중에 백자소호와 금동 및 청동여래입상을 품은 사리장엄구가 발견되며 깜짝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소박한 돌담길을 따라 절집으로 구불구불 느릿느릿 이어지는 오솔길은 이따금씩 풀벌레와 매미 소리만 들릴 뿐 물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 부드러운 흙냄새와 얼굴을 간질이는 산바람만이 손을 반긴다.



나무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심곡사에 이르니 한복판에 떡목공연장이라는 제법 큰 원형의 공연장이 들어서 있다. 떡목공연장은 익산시가 근세 5명창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정정렬 명창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곳으로 현재는 9월말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8시마다 영화가 상영된다.



공연장이 내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무인 찻집 ‘구달나’는 꼭 들러봐야 할 곳.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박목월의 시 ‘나그네’의 한 구절을 따온 듯한 찻집은 심곡사를 찾는 이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명소이다.

찻집 안에는 자리마다 커피포트와 다기세트가 정갈하게 놓여있고 전통차부터 커피까지 다양한 차가 구비돼 있어 누구나 마음 편히 차를 골라 한 잔 할 수 있다. 책도 수십 권 마련돼 있어 싱그러운 풍경과 함께 고즈넉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찻값은 성의껏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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