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무감독 고사’ 전통 이어온 인천 최고 명문고 '제물포고등학교'

[조은뉴스=어순덕 기자]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
50년 넘게 ‘무감독 고사’ 전통 이어온 인천 최고 명문고


학창시절 시험을 보면서 성적을 높이기 위해 부정행위를 해보고픈 기억들은 누구나 한번 쯤 갖고 있을 것이다. 종종 시험 감독 선생님 몰래 공부 잘하는 친구 답안지를 어깨 너머 힐끔거리고 싶었던 마음. 하지만 세월이 지나 당시를 생각하면 부끄러운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양심선언’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인천 제물포고등학교는 남달랐다. 보통 일반학교에서 보는 시험과는 사뭇 다른 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시험감독이 없는, ‘무감독 고사(Honour System)’인 것이다.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는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는 인천 최고 명문고인 ‘제물포고등학교(www.jego.or.kr 교장 박종조)’를 소개해본다.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 교훈 실천

인천시 중구 전동에 위치한 제물포고등학교(이하 제고)는 1954년 8월 13일 웃터골 보금자리에서 개교하여 올해로 52주년을 맞이한다. 은행나무(교목)와 개나리(교화)가 상징인 이 학교는 길영희 초대 교장의 건학이념인 유한흥국(流汗興國)의 기치 아래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라는 교훈을 실천하며 교육백년대계(敎育百年大計)에 힘쓰고 있다.

현재 인천 지역 최고의 명문고로 인정받고 있는 이 학교는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명문고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의 교육 도량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무감독 고사(Honour System)’가 있었다. 무감독 고사는 단순히 시험감독 없는 시험이 아니라 50년 이상을 이어온 이 학교의 전통이자 자부심이고, 미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글로벌 인재육성’을 위한 위대한 정신이기도 하다.

학교 측에 따르면, 개교 2년 뒤인 1956년 길영희 초대 교장은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해 온 교육 계획의 하나를 실천에 옮기게 된다. 바로 감독교사 없이 학생들 스스로 시험을 보는 무감독 고사(Honour System)였다.
이때부터 제고의 뿌리 깊은, 명문고의 전통은 시작됐다. 이 제도는 1956년 1학기 중간고사부터 시행됐다. 시행을 앞두고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판을 칠 것”이라는 반대 주장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이어졌지만 주창자인 길 초대 교장은“학생들을 믿는다”며 이를 관철시켰다. 이러한 우려 속에 치러진 시험 결과, 길 초대 교장이 옳았음을 증명해주었다. 전교생 총 569명 중 60점 이하 낙제생이 53명이나 생겨난 것.

이 제도는 50년이라는 오랜 전통을 거치면서 중도에 내신 성적제 입시제도와 관련하여 형평성과 공평성의 문제가 제기돼 존폐 기로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학부모·교사·동문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제도의 우월성을 인정받으며 지금까지 계승 발전되어 왔다. 제고인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학생들 역시 ‘제고인 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시험대’라는 의식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제도에 대해 강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학습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었고, 자주적인 학습태도도 확립되었다. 또 학생들은“양심적인 생활습관을 기르게 되고, 자율과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고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 분야에서 제고인 중추적 역할
제물포고등학교가 인천은 물론 전국적인 명문고로 명성이 자자한 이유는 무감독 고사(Honour System)라는 오랜 전통과 함께 이 학교만의 차별화된 교육정책도 한 몫 하고 있다.  지식탐구를 통해 지혜로운 삶을 사는 지성인, 혁신적인 마인드와 창의력을 가진 창의인, 양심을 바탕으로 자신과 이웃을 존중할 줄 아는 양심인,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협동하는 건강인 등을 지향하는 이 학교의 교육목표는 단연 돋보인다. 학교는 존경과 신뢰, 학생은 학식과 양심, 교사는 열정과 사랑 등을 추구하며 참된 교육을 위해 학교, 학생, 교사가 삼위일체 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와 함께 첨단 교육시설은 물론 학생들의 심성을 맑게 해주는 자연환경, 인천의 자랑인 전자도서관, 인중·제고 동창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장학금 제도와 매년 교사들에게 부여하는 해외연수제도, 자식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이끌고 계시는 선생님 등도 주목할 만하다. 또 국내외 우수한 대학입학성적, 고대총장배, 전국농구대회에서의 우승 등은 명문고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고 차별화된 이 학교만의 준비된 교육 방침은 4만 여명의 제고인들이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값진 땀을 흘리며 이 사회 구석구석을 밝히기 위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양심을 가지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희망’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박종조 교장은 “존재의 본질을 성찰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인간, 깊이 알고 이해하며 옳고 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양심적 참 인간의 육성이야말로 이 시대 교육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며 “‘무감독 고사(Honour System)’를 거친 제고인 이야말로 필시 사회의 올바른 지도층이 될 것이라며 이들의 양심이 사회정의를 이룩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참된 교육과 글로벌 인재육성을 위해 학생·교사·학부모 등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교문을 들어서며 매일 보는 ‘대망(大望)’을 품고 펼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명실상부 인천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 세계로 뻗어 나갈 인재를 키워내는 웃터골 교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