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강성태 기자] 우리사회에서 공직자들의 업무추진비(판공비)를 두고 흔히들 '눈먼 돈'이라고 표현한다. 이 '눈먼 돈'은 엄연한 국민의 혈세 이지만, 그 사용 내역을 제대로 밝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밝혀 진다해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만든 규제가 법의 울타리를 비켜가게 했다. 때문에 공직자들의 '눈먼 돈'은 항상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으면서도 이를 바로잡는데 는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도 박맹우 시장이 이 '눈먼 돈'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루고 있다. 지난 2년의 임기 동안 사용한 2억2600여 만 원의 업무추진비 가운데 절반가량이 부당하게 집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민주공무원노조와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어제 울산시청 프레스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박 시장의 '눈먼 돈' 사용을 규탄했다.

전공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자체 조사한 결과, 52건,1억3천8백여만 원을 축소, 은폐 공개하거나 부당하게 집행했다"면서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내역서를 공개했다.

이 내역서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전국 국민생활체육대회축전 종사자격려금 5백만 원을 대회지원단장과, 대중교통과장 등 5명에게 각각 백만 원씩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는 이 같은 격려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또 지난 2006년 12월 26일 방문 기념품 2건, 2백90개를 구입하면서 모두 9백50여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으나, 수령자는 1명만 기재해 전체수령자가 누구인지 모르도록 교묘하게 증빙서류를 만들었다.

일부 예산은 격려금이란 이름으로 지급하면서도 품의서조차 첨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게다가 시는 박 시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전체규모 파악을 방해할 목적으로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지출증빙서류 책만 열람하게 하는 등 업무추진비 열람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한다.

공무집행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업무추진비의 지출은 불가피하겠지만, 시민혈세를 아직까지 기관장의 쌈짓돈처럼 쓰면서 쉬쉬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오랜 불경기로 가뜩이나 죽을 맛인 시민들에게 더 이상의 인내를 시험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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