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 해금강 바람의 언덕, 거제학동 몽돌해안, 통영 미륵산, 동피랑 벽화마을

[조은뉴스=임윤식 객원기자]  바람이 분다. 바람들어 바람골 따라 또 떠난다.
전날 밤 11시에 서울 출발, 다음날 새벽 4시 반에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산85-2 소재 가거대교 전망대 도착, 주위는 아직 캄캄하다. 바다도 잠들어 있다. 거가대교 불빛 만 새벽을 깨운다.


카메라 장비를 풀고 거가대교의 불빛을 담는다.
다리 위에는 아직 지나가는 차량도 별로 보이지않는다. 삼각대를 세우고 장노출 모드로 들어간다. 잠시후 소형차 한대가 일직선을 그으며 지나간다. 다리 위 불빛이 계속 명멸한다. 물 속 반영이 렌즈 속으로 파고든다.

거가대교(巨加大橋)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천가동에서 가덕도를 거쳐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 다리이다.

2010년 12월 13일에 개통되었다. 총길이 3.5km의 2개의 사장교와 3.7km의 침매터널, 1km의 육상터널로 이루어져 총 길이는 8.2km에 달한다. 거가대교를 포함한 거가대로 개통으로 부산~거제(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거제 고현터미널) 간 통행거리는 기존 140㎞에서 60㎞로, 통행시간은 기존 13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되었다.


날씨가 약간 흐려 일출은 잡히지않는다.
장소를 옮겨 다리 아래 해안 풍경을 담아본다. 조그만 어촌마을 골목길로 접어든다. 마을어귀에 표지석이 보인다. 하유마을이라고 적혀 있다. 바다가 아침햇빛을 받아 붉게 물들어 있다. 멀리 새벽을 낚는 고깃배 하나가 보인다. 처얼썩, 처얼썩... 들리는 건 파도소리 뿐. 다시 장노출로 파도를 잠재운다. 솜털같이 부드러운 파도. 뛰어들고싶다. 파도의 품 속에 포근하게 안겨보고싶다.

당초 계획은 와현선착장에서 외도를 갈 예정이었는데 바람이 강해 배가 뜰 수 없단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외도는 2003년인가 한번 다녀온 적이 있다. 벌써 10년이 넘은 셈. 오랫만에 외도(外島)를 다시 가볼려고 외도(外道)를 나왔는데 대신 남녘 내도(內道)를 돌아볼 수 밖에...일단 당초일정 속에 들어 있는 해금강 '바람의 언덕'으로 방향을 틀었다.


도장포항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 비탈길을 오르니 과연 바람의 언덕 답다. 해안가에서는 파도가 심한 줄 잘 몰랐는데 이곳에 올라와 보니 보통이 아니다. 바람이 너무 심해 삼각대를 세우기가 힘들 정도다. 이곳 역시 10여년 전 와 본 적이 있는데 변한 건 언덕 위에 네델란드 풍의 풍차 하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다 보니 바람을 상징하는 풍차를 세운 모양인데 너무 인공적인 냄새가 나서 오히려 어색하다.


언덕 아래 테라스 모양의 마당바위가 보인다. 파도 모양을 가까이에서 담기 위해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비탈길 좌측은 낭떠러지. 잘못하면 바람에 휩쓸려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기도 하다.

카메라 줌을 당겨 장노출로 파도를 담아본다. ND필터를 낀다. 무섭게 부서지는 포말이 렌즈 속에서 잠잠해진다. 파도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도장포항에는 고기잡이를 떠나지못한 배들이 졸고 있다. 항구 마당은 멸치말리기가 한창이다. 멸치 찌는 모습도 보인다.


다음일정은 학동 흑진주몽돌해안. 해안 자갈밭에 몸을 낮추고 몽돌들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수백,수천만 년 동안 파도에 씻기고 매만져진 몽돌들이 보석같이 아름답다. 파도가 밀려오면 물 속에 잠기고 물이 빠지면 다시 모습을 내민다. 포말 속에서 살짝 보이는 모습이 돌고래들이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나 오래 파도에 씻겼으면 저토록 매끄럽고 곱게 다듬어졌을까? 검은 돌들이 정말 흑진주같다. 자연의 위대함과 오묘함에 새삼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망원렌즈를 당겨 몽돌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몽돌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공 모양의 둥근 원형, 타원형, 염소 얼굴모양의 몽돌, 아직 덜 다듬어진 사각형 모양 등. 타조알 모양의 몽돌모듬도 보인다. 알 속에서 곧 타조새끼가 터져나올 것 만 같다.장승포항 앞 '예이제'라는 게장백박 전문점(055-681-1445)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통영으로 향했다.


통영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을 오른 후 벽화마을로 유명한 동피랑을 들를 예정이다.

미륵산 케이블카는 선로길이 1,975m, 8인승 곤돌라 47대가 운행된다. 2008년 3월에 설치됐으며 국내에서 제일 긴 케이블카이다. 상부정류장에 내리면 정상까지 약 400m 길이의 목제데크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정상까지는 걸어서 10-15분 정도 소요된다.

데크산책숲길 중간에 삼거리를 만나는데 우측으로 오르면 신선대전망대, 한산대첩전망대, 통영상륙작전전망대를 거쳐 정상으로 이어지고, 좌측으로 오르면 당포해전전망대, 박경리묘소전망쉼터 등을 만난다. 정상까지는 어느 길로 가도 된다.

우측으로 오르면 제일 먼저 신선대전망대에 이르는 데 이곳 전망대 중앙에는 특히 정지용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8.15해방 이후 시인 정지용(1902-?)은 부산에서 통영을 거쳐 진주를 여행하면서 18편의 기행문을 써 이를 '남해오월점철'에 묶어 남겼다고 한다. 그 중 통영에서는 청마 유치환 시인의 안내를 받아 제승당, 충렬사, 미륵산 등을 둘러보며 6편의 기행문을 썼다. 이중 특히 '통영5'라는 글은 미륵산에서 한산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시인으로서 느낀 점을 너무나 진솔하고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선생의 고향 충북 옥천에서 보내온 생가터 흙을 시비 속에 함께 묻었다고 한다.


필자는 통영 앞바다에 위치한 사량도, 욕지도, 연화도, 소매물도 등 섬여행을 위해 통영을 자주 들른 편이지만 미륵산 케이블카는 처음이다. 남산 케이블카 정도로 생각하고 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케이블카로 미륵산에 올라보니 필자의 생각이 부족했음을 알았다.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통영 앞바다 경관은 한마디로 놀라웠다.

한려수도의 중심인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울 정도로 다도해 조망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태리의 나폴리를 가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그렇게 아름답다는 느낌은 들지않았다. 이태리의 주요관광지가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노래 등으로 이름에 익숙하다보니 유명할 뿐이다.

필자는 직장관계로 영국에서 4년간 산 적이 있어 유럽 등 해외여행을 비교적 많이 해본 편인데, 필자가 보고 느낀 바로는 우리나라 한강도 런던의 테임즈강이나 파리의 쎄느강에 결코 뒤지지않는 아름다운 강이다. 전세계 수십개국을 돌아다녀봤지만 수도권에 한강은 물론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청계산, 관악산 등 1시간 이내 거리에 생활등산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을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관광지들이 지구촌에 잘 홍보 만 된다면 거꾸로 나폴리를 '유럽의 통영'이라고 불리워진다해도 이상할 건 없다. 결코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

미륵산(461m)은 통영 남쪽 미륵도 중앙에 위치한 산으로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이다.

미륵산은 1억2천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에 분출된 화산으로서, 그 명칭은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이곳을 방문하여 미륵존불이 장차 강림하실 곳이라 하여 미륵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미륵산 자락에는 천년고찰 용화사와 미래사 등 유서깊은 사찰 및 암자가 산재해 있다.

미륵산은 케이블카로 쉽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지만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산행코스는 봉평동 용화사 광장을 기점으로 하는 코스와 산양읍 미래사 입구에서 올라가는 코스, 세포고개, 범바우골, 산양음사무소에서 현성산을 경유해서 올라가는 코스, 마리나리조트 뒷편의 수륙고개에서 올라가는 코스 등이 있다. 왕복 3-4시간 정도 걸린다.

미륵산에 오르면 발 아래 한산대첩이 있었던 뱃길인 방화도, 화도, 한산도 등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거제도, 청명한 날에는 일본 대마도, 지리산 천왕봉, 여수 돌산도가 보일 정도로 전망이 탁월하다. 또한 울창한 수림 사이로 통영 병꽃 군락지와 진달래, 동백꽃, 팔손이나무, 단풍 등도 아름답다.


통영은 걸출한 문학예술인들을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라고도 불리우는 박경리 소설가, 김춘수 시인과 김상옥 시인 등이 이곳 출신이며, 음악가 윤이상도 통영이 고향이다.

미륵산 정상 좌측 산양읍 쪽을 내려다보면 박경리기념관이 위치한 숲이 보이고, 아름다운 다랭이논도 시야에 들어온다. 중국 운남성 웬양의 다랭이논처럼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물 찬 계단식 논 풍경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미륵산을 내려와 마지막 코스인 동피랑 벽화마을로 들어선다.

요즘 도시의 미개발지역이나 섬마을 등에 벽화마을 만들기가 유행인데 그 중 통영의 동피랑마을은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동피랑이란 말은 동쪽 벼랑이라는 순수 통영말이다. 예전에는 가파른 비탈에 들어선 달동네였다. 오래된 가옥과 불안한 치안으로 한 때는 골치거리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6년 지방의제 추진기구인 '푸른통영 21'에서 의제로 선정, 주거지 전원 이주 및 공원화사업에서 벽화마을로 사업전환을 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1차 벽화전 '그 언덕의 재발견'을 시작으로 현재와 같은 아름다운 마을로 바뀌게 되었다. 당시 1차 벽화전에서는 19개 미술팀이 참가하였고, 2010년 2차 벽화전 '동피랑 부르스'에 51개팀 참가, 2012년 3차 벽화전 '땡큐 동피랑'에는 71개팀이 참가했다.

이와같은 과정을 거쳐 지금은 달동네가 아름답고 앙증맞은 벽화로 채워져 연중 여행객들이 넘쳐나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동피랑마을에는 40여 가구 6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데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작가촌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즉, 통영시에서는 동피랑의 빈 집 몇 채를 고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에게 작업실로 빌려주고 있다.

서호만 강구안 쪽 중앙전통시장 인근에서 동피랑 오르는 길은 네 곳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에 나왔던 나폴리 모텔 옆길이 하나이고 충무데파트 옆길이 또 하나. 이 둘은 사람과 자동차가 함께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진짜 동피랑 비탈길을 체험하려면 자동차는 강구안 공영주차장에 주차시켜 놓고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길로 올라야한다. 강구안 쪽에서 오르는 샛길은 두개다. 하나는 중앙활어시장 옆 길. 중앙활어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주로 갈치, 고등어, 삼치 등의 선어 만 파는 좌판이 있다.

그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몇 걸음 만 가면 왼편으로 좁은 골목이 시작된다. 안정횟집, 등대횟집이 나란히 있다. 등대횟집에는 모형등대가 있으니 찾기가 어렵지 않다. 그 길을 따라서 쭉 오르면 된다. 거기서부터 벽화를 그린 집들이 등장한다. 또 한 길은 강구안 쪽 건어물 골목, 이 길은 차도 다니는 길이라 제법 넓다. 건어물 뿐 만 아니라, 활어와 해산물을 도매로 파는 집들, 야채, 과일가게, 식당, 초장집 등 다양한 점포들이 있는 상가 골목이다.

골목 입구에서 50m쯤 가면 참기름 짜는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방앗간이 나온다. 수월참기름집이다. 그 옆은 토영수산. 토영수산과 수월참기름집 사이 샛길 계단을 오르면 동피랑에 이르게 된다. 동피랑벽화마을입구라고 쓰여진 큰 표지판이 걸려 있다. 외국인들을 위해 영문표기도 되어 있다. 중앙전통시장 간판 건너편 계단 골목이라 찾기가 아주 쉽다.

그 외 정량동쪽이나 태평동 쪽 골목길도 있지만 미로처럼 얽힌 골목이라 외지인들이 찾기는 어렵다. 그래도 벽화를 보고 내려갈 때는 조금 찾기 쉽다. 그쪽 골목을 더듬어 내려가면 시간이 멈춰진 듯 한 옛날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진짜 골목이 살아있다. 거기에는 간판도 없이 술과 담배, 과자 몇 봉지 쌓아놓고 파는 진짜 점방도 있다. 이 점방이야말로 살아 있는 문화재일 것 같다. 타임머신이 없어도 이미 시간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필자는 나폴리모텔 옆길로 올라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둥근 모양의 마을 외곽도로를 돌아 날개벽화를 지난 후 좌측 계단길로 마을 꼭대기 중심부로 올라 미로같은 골목골목을 누볐다. 그리고 내려올 때는 중앙전통시장 쪽을 택했다.


동피랑마을 벽화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쓸모없는 폐가 벽에도 아름다운 꽃이 그려져 있고, 많이 알려진 날개벽화를 비롯, 강구안이 내려다 보이는 2층 집에 자전거를 그려놓은 벽화도 보인다.


'동피랑에 바라이 불다' 등 그림과 글씨를 함께 그려놓은 곳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바닷가 마을답게 수족관 모양의 그림 등 물고기나 배 그림도 자주 보인다. 이곳에서는 낙서도 벽화의 일종이다. 난삽하게 써놓은 낙서들이 낙서가 아니라 멋진 그림으로 탈바꿈한다. 어린 왕자 그림 등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할 그림들도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그림들이 유머스럽고 앙증맞기 이를 데 없다.


마을 정상부근에는 구판장과 점방이 위치하고 있다. 동피랑쉼터라고 부르는 옥상전망대 및 동피랑 스카이라운지에 오르면 동피랑마을과 서호만 강구안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옥상전망대 벽에는 '여기가 통영의 몽마르다 언덕'이라는 재미있는 간판도 보인다. ‘목마르다’를 재미있게 바꾼 이름이다. 미로같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뭔가 마시고 싶기도 하다. 간판 그대로 '몽마르다' 언덕이다.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동피랑갤러리도 보인다. 제일 꼭대기에는 '동포루'라는 정자가 보인다. 최근 세운 듯한 건물이다.


철거촌에서 '통영의 몽마르뜨'로 재탄생한 동피랑. 2012년에 구성된 주민자치협의회에서는 2년 마다 새로운 벽화를 단장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지속적인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라 한다. 동피랑마을은 이제 '예향 통영'을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 장소 중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다.(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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