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조은뉴스=채덕수 객원기자]  ‘착한 기업’, ‘착한 소비’ 등, ‘착한 것’이 뜨는 시대. 공직계에도 ‘착한’ 열풍이 불고 있다. 환한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 민원처리 능력까지 시민을 사로잡은 공무원들의 미담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에도 따뜻한 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미용봉사로 사랑을 전한 공직자의 아내부터 민원인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손 편지를 전한 사연, 길에서 잃어버린 지갑과 휴대전화를 찾아주어 고맙다는 글도 눈에 띈다. 여름철 잡초 제거를 하기 위해 농약통을 짊어진 사무관이 있는가 하면, 취업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백방으로 알아봐준 공무원에게는 감사 인사가 이어진다. 마을 보안등이나 제설작업을 책임져온 우직한 마당쇠형 공무원도 있다.

익산시는 친절한 미소와 낮은 자세로 시민에게 감동을 선물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올해부터 ‘친절직원 칭찬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1월부터 4월초까지 선정된 20여명 공직자 중 두 명을 직접 만나봤다.


# 까다로운 업무도 ‘부드럽게’


작은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익산시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근무하는 고민호 주무관은 이 명제를 온 몸으로 증명하며 살아왔다. 올해 1월 차량등록사업소로 발령받기 전까지 그는 4년 동안 세무과 도세 창구에서 세무민원상담과 법인 취득세 신고 및 감면처리 업무를 맡아왔다.

세금 특히, 지방세를 까다로워하는 민원인이 많아 세무과의 업무는 안내로 시작해 설명으로 끝나곤 했다. 민원인을 적극적으로 돕는 일이었기에 몸은 고돼도 보람은 컸다. 칭찬 공무원으로 뽑힌 것도 이때 한 법무사가 감사의 사연을 올린 덕분이다.

그런 그가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며 선을 긋는다. 당시 세무과에서 맡은 업무와 달리 체납과태료 징수를 맡고 있는 지금은 더 이상 친절 공무원으로 비춰질 수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압류서류를 발부하거나 체납고지서가 발급될 때, 번호판을 영치할 때 등 체납금 징수업무는 시민과의 갈등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실랑이를 벌이는 아찔한 순간도 찾아온다. 하지만 정작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민원인의 볼멘소리가 아닌 생계형 체납자들과 마주할 때다.

고 주무관은 “돈이 있는 데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시민도 있지만 정말 돈을 마련하지 못해 세금을 못 내는 생계형 체납자들도 있다”며 “오죽하면 차량 검사도 받지 못하고, 또 보험도 들지 못하고 차를 운전할까란 생각이 들어 이런 시민을 만날 때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세금 징수는 시의 살림을 꾸리는 중요한 업무”라며 “시민이 이해하고, 또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차분하고 친절한 마음으로 업무에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친절’ 당연하고 당연한 일


“시장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제 하소연 좀 들어주세요.”

시민들의 민원과 하소연을 최 일선에서 마주하는 공무원이 있다. 익산시청 1층 직소민원실이 그곳. 직소민원실은 시민이 가장 빠르게 시에 자신의 바람을 전하는 곳으로 전화와 방문, 인터넷 등 하루에도 70~80여건의 민원이 매일 같이 쌓이고 또 쌓인다. 억지스런 요구도 있고, 다짜고짜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마구잡이식 요청도 있다. 까다로운 업무인 만큼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직소민원실에서 4년을 근무한 김순동 주무관은 접수된 민원의 소관 부서를 지정하고 담당자를 찾아 이를 전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담당자와 부서를 제대로 가름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래서 책상엔 익산시 사무안내 책자가 늘 펼쳐져 있다.

하지만, ‘시정에 바란다’에 올라온 민원 대부분이 한 부서 소관이 아닌 두 군데, 때로는 서너 군데 부서가 맞물려 있는 것이 많아 이를 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메인 부서를 지정하고, 각 부서에 답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늦어지는 경우엔 그녀가 직접 답을 하기도 한다. 부서에서 현장을 방문하기 어려울 때는 직접 현장을 찾기도 한다.

질문 하나에 답을 구하기 위해 자료를 뒤지고 노력하는 모습이 통했는지 한 시민은 이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민원인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면 ‘친절한 공무원’, 그렇지 않을 경우엔 ‘나쁜 공무원’이라 말하는데 실은 공무원 스스로 이러저러해서 이 문제가 왜 해결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지,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지를 끈기 있게 설명할 때 시민도 공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친절이 공무원이 갖춰야 하는 특별한 덕목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인데 이를 칭찬받는 것이 쑥스럽다”고 겸손해 했다.

# 익산시, 친절직원 이렇게 칭찬한다

익산시는 시청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등에서 시민 및 동료 직원이 추천한 친절직원을 칭찬하기 위해 매달 친절공무원을 선발,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고 12월 종무식에서 친절왕도 선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른 직원의 귀감이 될 만한 친절 사연은 전 직원이 공유하도록 게시판에 게재하는 한편, 우수 사연은 책자로도 발간할 예정이다.

박윤선 행정지원과장은 “친절이 본인의 업무에서 시작됨을 느낄 수 있도록 친절직원 칭찬제도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친절사연을 전 직원이 공유하여 시민이 감동할 수 있는 친절 행정을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