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단체 중에서도 서울 클럽의 구슬땀 빛나

[조은뉴스=임두왕 기자]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안중근 의사는 옥중에서 미완성 논책 ‘동양평화론’을 집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조선과 일본, 청나라 세 나라가 동양평화회의를 창설해 국민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회원 1명당 회비로 1원을 모금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공동으로 은행을 설립하고 공통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금융과 경제면에서 동아시아 공동 성장 도모를 주장했다. 비록 당시의 시대상황에 미루어 볼 때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진 주장이었지만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유럽은 경제공동체를 설립하였고, 90년대에 들어 EU라는 이름 아래 연합하며 2000년대에는 단일 화폐 ‘유로’를 세계 시장에 유통시켰다. 안 의사의 선견지명이 타 지역에서 빛이 난 것이다.

오랜 정체에서 벗어나야 할 아시아

경제발전을 필두로 정치․경제 통합을 실현으로 이어진 유럽의 통합 발걸음은 전 세계에 큰 자극을 주었다. 특히 서양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식민, 전쟁, 내란 등을 겪으며 불행한 근․현대를 보낸 아시아의 연합 필요성은 소속 국가들 모두 느끼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오갔다. 하지만 이념, 경제력, 문화 등의 차이로 인해 논의는 짐이 가득 찬 수레처럼 의견만 가득 채운 채 쉽사리 나아가질 못했다.

견인을 위한 작은 움직임은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2000년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규택(원아시아클럽 서울 이사장)외교관과 사토 회장이 “아시아는 왜 EU처럼 될 수 없는가. 우리가 20~30년 뒤 아시아 공동체가 탄생하는 데 초석이 되자” 라는 의견 아래 아시아 지역 국가 통합의 밑거름이 되기로 뜻을 모았다.

그로부터 3년 후 사토 회장이 도쿄에서 비정부기구 ‘원아시아클럽(OAC)도쿄’를 발족했다.

하나의 아시아를 꿈꾸는 ‘원아시아클럽’

원아시아클럽은 2003년 도쿄에서 발족 이후 7개 국가에 14개 단체가 결성되어 긴밀하게 협력하며 활동하고 있다. 47개국 38억의 아시아가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되는 것을 비전으로 두고 있으며 좀 더 효율적인 방안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아시아에는 OAC 이전에도 동남아시아연합(ASEAN), 남아시아협력연합(SAARC) 등 EU를 본뜬 연합이 창설되며 회원국 간 협력을 통한 상호 발전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국소 지역에 한정돼있다는 점과 경제 발전만을 목적으로 하였기에 뚜렷한 성과를 보이진 못했다.

OAC는 기존과 같은 방법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일반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타 연합에서 시도했던 국가 대 국가, 혹은 시장 대 시장의 틀을 벗어나 국가 간 시민의 교류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경제에 앞서 문화, 언어와 같은 국가 구성원인 시민들의 삶에 밀접한 부분들의 교류가 선행되어야 경제교류도 자연스럽게 따라 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OAC의 선봉 ‘원아시아클럽 서울’

OAC의 활동에 국내에서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지금의 OAC를 있게끔 만든 장본인인 김 이사장을 필두로 한 원아시아클럽 서울은 아시아 지역 시민들이 민간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친분을 돈독히 함으로써 비즈니스 찬스도 만들고 장래 유럽의 EU와 같은 아시아 지역 국가 통합을 이루는데 밑거름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2006년 11월 17일 발족했다. 이와 관련하여 김 이사장은 “우선 한국 회원들 간의 친목과 유대 강화를 공고히 해 나가면서 한국에 진출해 있는 아시아 유학생, 근로자, 국제 결혼자 등을 지원하고, 나아가 여타 국가의 자매단체와의 교류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 이라며 아시아 통합의 밑거름이 될 뜻을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일본․중국․몽골 등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 함께 국내 총회를 비롯한 다양한 교류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특히 ‘시민 간 교류’를 중요시 하는 OAC의 취지에 따라 ‘문화 교류’를 첨병에 두고 2010년에 성균관 대학교에서 한․일 문화 교류 행사, 2011년 한․중 청소년 국제 문화예술축제를 부천에서 공동 주최 등 소통과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 및 국내 유학생들의 지원을 위한 자선행사, 아시아 유학생과 새터민 학생, 해외동포 학생에게 장학금 수여 등의 활동을 통해 아시아 통합의 밑바탕을 다지고 있다.

많은 활동만큼 구성 인원도 화려하다. 고건 前총리, 김기형 前과학기술처 장관,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전 주일대사)등을 비롯한 수많은 국내 유력 인사들이 이념과 취지에 찬동하며 회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래의 주역과 함께하는 ‘아시아 공동체론’

OAC의 활동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국내․외 대학에 아시아 공동체론 관련 강좌를 개설이다. 이 강좌는 아시아가 문화, 언어, 종교 등 다방면에서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는 동시에 이질적인 면 또한 어렵지 않게 나타나므로 이에 대한 상호이해와 공통된 문화의 원류를 찾는 연구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일본 14개, 중국 10개, 인도네시아 2개 대학을 포함해 10개국 48개 대학에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클럽에서 많은 힘을 쏟아 건국대, 고려대, 우석대, 인천대, 외국어대, 호남대, 한양대 등 13개 대학에 강좌가 개설되어있다. 특히 호남대에서는 2011년 1학기 교양 교과과정으로 개설 직후 219명의 학생들이 신청을 쇄도하여 조기 마감되었다. 게다가 한 발 늦은 학생들은 청강생을 자처하는 등 개설 시작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고, 종강 후 수강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강좌의 지속적 유지는 물론이고 차츰 개설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김 이사장은 “한국․중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대학에 아시아공동체론 강좌를 확대해 나갈 계획” 이라며 공동체 인식 확산에 앞장 설 것을 밝혔다.

아시아 공동체를 넘어 아시아의 평화에 도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을 달리다 보면 ‘아시안 하이웨이 AH1’ 이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1959년 출범한 ‘아시안 하이웨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워진 이 낯선 표지판은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가 아시아 내륙국가의 수도 및 중요 도시를 이어 ‘하나의 아시아’로 묶으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게 지난 지금도 천문학적 금액과 국가 간 협정 등 여러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OAC 역시 민간단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그간 어려움을 겪었고 풀지 못한 채 둔 숙제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아시아 전 국가에 자매단체 신설을 추진을 비롯한 국제교류, 장학사업, 교육활동 등 다방면에서 깊은 족적을 남기며 희망의 길을 만들고 있다.

전 세계의 60%를 차지하는 면적에 1/2이 넘는 인구가 사는, EU의 9배에 해당하는 아시아가 경제, 문화, 시민의 교류가 활발해져 기회와 즐거움이 넘치며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날을 꿈꾸며, OAC는 오늘도 아시아 공동체를 넘어 아시아의 평화에 도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