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사례 신고 접수만 1만 6,030건, 피해액만도 1,621억 원에 달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지능화되는 추세를 보이며, 초기에는 자녀가 납치된 것처럼 꾸며 돈을 뜯어내는 수법에서 이젠 법원, 경찰서, 국세청, 우체국 등 관공서를 사칭하거나 조작된 번호로 전화를 걸도록 유도해 금품을 갈취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나 기억력과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가 주된 피해 대상이 되고 있어 하루빨리 뿌리 뽑아야 할 악질 범죄로 자리잡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 국가적·사회적 대책 시급
국민 중에 국내·외에서 걸려오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2006년 6월 보이스피싱이란 신종 범죄가 처음 확인된 이래 지금까지 모두 1만 6,030건의 피해 사례가 드러났고, 피해액만 1,621억 원에 이른다. 특히 법원장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거액을 송금한 사례에서 보듯이 학력이 높은 전문 직업인도 아차 하는 순간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얼마 전에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어렵게 모은 등록금을 날린 여대생이 자살하는 사건은 보이스피싱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통신사들은 해외에서 걸려오는 전화번호 앞에 001, 002, 006 등 국내 통신업체 고유의 식별번호를 붙이고 있지만 범죄의 타깃이 되는 노인과 빈곤층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식별번호로 보이스피싱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들은 애당초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효과도 그리 높지 않아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와 통신사, 금융기관이 공조해 다중 차단장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 정부차원의 대국민 교육과 홍보도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특히 주요 대상인 노인의 특성을 감안해 노인정이나 노인복지관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또 금융기관은 의심스러운 상대에겐 송금을 원천봉쇄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모자나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면 은행 현금인출기 작동이 중단되도록 하거나 일본처럼 현금인출기 주변에서는 휴대전화 통화를 자동차단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일본은 이런 방식으로 3, 4년 전 극성을 부리던 보이스피싱 범죄를 크게 줄이고 있다.
이러한 자구책 외에도 보이스피싱 범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인터폴이나 주재관을 통한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혐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정부 당국과 외교적으로 협력해 전화 추적 및 범인 검거 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보이스피싱’ 알면 피해갈 수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사기사건의 사례를 살펴보면 유괴범인척 전화해 우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몸값을 요구하거나, 공기업의 직원을 사칭해 환급금이나 미납요금, 개인정보 유출을 미끼로 통장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

이렇듯 날로 보이스피싱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는데, 우체국택배·카드 반송은 이미 고전적인 수법처럼 느껴지며, 보험료나 기기설치 납입금 환급,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불출석 과태료, 경찰·검찰·세무서 등의 국가기관 사칭 등으로 사기 수법이 점차 다양하면서도 대범해지고 있다.

대처방안으로는 납치빙자 협박전화의 경우에는 평상시 자녀와 가까운 친구가 누구인지, 자주 가는 곳이 어디인지, 전화번호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경찰에 신고한 후 평상시 확인해 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거나 자녀가 있을만한 곳에 직접 가서 확인 하는 것이 좋다. 또 범인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은행에 가서 돈을 입금할 때까지 휴대전화를 끄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메모지에 상황을 기록해 주위사람들에게 전달해 대신 신고하게 해야 한다.

대부분의 범인들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납치했다’ ‘카드대금이 연체됐다’ ‘개인정보가 노출돼 지금 당장 예금보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어 피해자가 전화 사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전화사기가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화사기범들은 매번 새로운 방법을 동원해 피해자들을 속이므로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전화는 바로 끊고 직접 해당기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하고, 상대방이 알려주는 전화번호로 절대 확인전화를 해서도 안되며, 114나 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 해당기관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통화해 봐야 한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어눌한 연변 사투리에 국세청 등을 사칭하는 수법에서 탈피, 또렷한 표준어를 구사하며 우체국이나 은행 등 생활과 밀접한 기관을 사칭하는 방향으로 지능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전화로 현금 입·출금기(ATM) 조작을 지시하는 경우나 개인정보나 계좌번호를 물을 경우에는 전화금융사기라고 확신하고 전화를 끊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지난 2007년만 해도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이용한 수법이 전형적이었다. 택배나 소포가 반송됐다며 자세한 안내를 원할 경우 9번을 누르라고 말한 뒤, 연결되면 인적사항과 카드번호 등을 묻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00우체국 집배원 000입니다”라며 실명을 내세우는 수법이 등장했고, 집배원의 실명으로 마음을 놓게 하는 이 수법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털어놓게 만들었다. 이 수법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인터넷에서 입수한 개인정보를 먼저 불러줘 공공기관인 것처럼 행세하는 수법이 등장했다. 이러한 전화를 받은 피해자들은 “내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으니 공공기관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들의 요구에 따라 계좌의 돈을 송금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휴대전화에 표시되는 발신번호를 우체국 번호로 해서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보이스피싱의 5가지 유형을 가려, 이러한 전화를 받을 경우 반드시 확인을 당부했다. ‘우편물이 도착 또는 반송되었다며 개인정보를 묻는 경우’, ‘전화를 이용해 계좌, 카드, 주민번호 등을 묻는 경우’, ‘현금지급기를 이용해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경우’, ‘현금지급기를 이용해 세금이나 보험료를 환급해주겠다는 경우’, ‘자녀를 구실로 삼아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전화 ‘생활밀착형’으로 진화
▲사례1. 주부 박모 씨는 최근에 시청 수도과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곧 단수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물을 받아놓으라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전화번호를 일러주며 정확한 시간 등을 알아보라는 말도 했다. 박 씨는 일러준 곳으로 전화를 했더니 개인정보를 물으며 돈을 빼가려고 했다. ▲사례2. 얼마 전 해외에 다녀온 직장인 정모 씨는 보건복지가족부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최근 멕시코 등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신종플루와 관련해 항바이러스제제(타미플루) 구입 및 예방접종을 해야한다는 메시지였다. 정 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상대편에서 알려준 곳으로 전화를 했다가 자신의 금융정보 등을 묻는 것을 알아채고 전화를 끊었다. ▲사례3. 대학생 이 모군은 최근 소포가 반송됐다는 우체국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를 받았다. “수취인 부재로 우편물 반송 예정입니다. 00우체국 집배원 000”는 소리가 들렸다. 박 씨는 집배원 실명이 나오는 것을 듣고 정말 우체국에서 걸려온 전화로 알았다. 하지만 이후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선 자신이 그 집배원이라며 박 씨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물었다. 박 씨는 별 의심 없이 묻는 대로 답했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의 신종 보이스피싱은 이전의 국가기관을 사칭하는 것에서부터 우리 생활 가까운 곳으로 진화하며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주로 공공기관을 활용해 사람들을 일단 안심시키고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빼가는 수법으로 검찰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국세청, 카드회사, 은행 등 온갖 공인된 기관을 사칭하는 것과 함께 생활밀착형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수법 또한 발신번호를 우체국으로 조작하거나 유창한 한국말에 우체국 집배원 실명까지 대는 등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불황과 경제위기라는 사회분위기를 이용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주겠다며 접근하는 방식 등 시대 상황을 이용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서민들에게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대책을 시행 중이니 혜택을 받으려면 개인정보를 알려 달라는 식이다. 그들의 수법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인터넷을 통해 개인정보를 입수한 뒤 자녀 이름을 대고 우는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납치를 했으니 돈을 송금하라고 요구하는 수법이 있다. 또 공공기관을 사칭해 다양한 방법으로 속인 뒤 카드와 휴대전화를 갖고 현금인출기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기 전화를 한 번도 안받아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성행하다보니, 수법도 피해자들에 맞게끔 더욱 그럴듯 해지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가 밝힌 신종 전화사기 수법은 △고객 이름으로 발급된 카드가 명의 도용됐다며 경찰에 신고해주겠다고 한 뒤 경찰 사칭. 전화로 안전한 계좌로 이체 요구 △우체국 직원의 이름을 밝힌 뒤 신용카드가 발급됐지만 반송됐다며 개인정보 요구 △우체국에서 발급된 카드가 연체됐다며 개인정보 요구 △국제 우편물, 법원 우편물을 받을 게 있다며 본인 확인을 위한 개인정보 요구 등으로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요즘엔 우체국 직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진짜처럼 사람들을 속이는 전화사기가 많다”며 “이처럼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보이스 피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화 받는 사람들의 주의가 절실하다”고 전하고, 덧붙여 “전화상으로 금전관계를 요구하는 등의 전화는 일단 사기전화로 보고 의심을 해 보는게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50세 이상·전업주부, 보이스피싱 더욱 조심해야
한 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이거나 전업 주부들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50~64세 은행거래자 가운데 57.1%만이 보이스피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고 ‘들어본 적 있으나 구체적 내용을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29.8%, ‘모른다’고 답한 비율도 13.1%에 달했다.

20~29세의 젊은 응답자 가운데 80.7%, 30~39세 응답자 가운데 78%가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보이스피싱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직업별로는 전업 주부의 보이스피싱 인지도가 낮았다. 전업주부의 66.3%만이 보이스피싱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고, 나머지 33.7%는 구체적 내용을 모르거나 보이스피싱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반면 전문직에 종사하는 은행거래자 가운데 83.6%가 보이스피싱에 대해 알고 있었다. 또 전체 은행거래자 가운데 보이스피싱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비율은 73.5%였다. 17.6%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고, 8.9%는 보이스피싱을 모른다고 답했다.

50세 이상 및 전업주부 은행거래자의 보이스피싱 노출도도 높았다.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50~64세 은행거래자 가운데 69.9%가 ‘그렇다’라고 답했고 보이스피싱 경험비율이 78.4%에 달했던 40~49세 은행거래자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전업주부의 보이스피싱 경험비율 역시 76.8%에 달했다. 전체 은행거래자 가운데 보이스피싱 경험비율은 68.8%였다.

보이스피싱, 편의점 인출기도 타깃으로 삼아
중국발 보이스피싱 사기가 경찰의 검거망을 피하기 위해 변칙적인 ‘환치기‘ 송금과 편의점 현금지급기 사용 수법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국에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국가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들로부터 5억 원을 송금 받아 2억 원을 중국으로 빼돌린 조선족 전화사기단 일당 33명을 검거, 국내 총책자인 임모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중국 환치기 총책 송모 씨 등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 씨 등은 피해자 강모 씨의 집으로 중국 콜센터에서 전화를 걸어 우체국을 사칭하며 “신용카드 개인정보가 누설돼 보안설정을 해야 하니 가까운 현금지급기로 가서 기다려라”고 속여 1,200만 원을 이체받아 가로채는 등 최근까지 전국에 걸쳐 피해자 45명으로부터 비슷한 방법으로 5억 원 가량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경찰의 보이스피싱 수사가 강화되면서 대포통장을 이용한 은행 계좌 이체 방식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실제 돈거래를 피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내송금 총책이 중국송금 총책에 금액을 통보하면 그 즉시 중국 사기단 쪽에 일정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한화에 상당하는 위엔화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해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은 현금 인출 시 은행 대신 주로 편의점 현금지급기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경찰 관계자는 “편의점이 은행에 비해 경비가 허술하고 CCTV 화면이 흐려 얼굴 판독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청 전화번호가 휴대전화 발신번호로 뜨게 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을 이용, 거액을 챙긴 중국인 인당도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사기 혐의로 장모 씨 등 중국인 6명을 구속하고 2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 등은 우체국과 경찰청 직원을 사칭, 최모 씨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속여 2,390여만 원을 가로채는 등 최근 1년간 모두 14명으로부터 2억 9,000여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우체국 직원을 사칭해 “당신 명의로 신용카드가 발급됐는데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고 피해자 등에게 겁을 준 뒤 재차 경찰관을 사칭해 “통장에 있는 돈을 안전한 계좌로 이체시켜야 한다”고 속여 송금을 유도, 피해자들에게서 수억원의 돈을 빼앗았다.

특이한 점은 이들은 수신자 휴대전화에 경찰청 전화번호가 뜨게 해 피해자들을 교묘히 속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전화를 되걸면 경찰청의 사이버민원 콜센터의 자동응답전화(ARS)로 연결되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전화번호가 휴대전화에 뜨자 피해자들은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처음에는 의심을 품었던 피해자들도 결국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설명했다.

가족 관계까지 훤히 꿰뚫는 강남 보이스피싱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보이스피싱으로 수백 명의 학부모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서초구에 중학교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이모 씨 부부는 올해 들어서만 4번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 역시 수화기 너머에서는 자녀들의 실명과 함께 실감나는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더욱 소름돋았던 것은 이들의 정보력이었다. 남매가 각각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에 다니고 있는 지, 심지어 가족관계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어 의심할 여지없이 납치사실을 믿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아이의 이름, 학교나 학년, 자택전화, 학부모들의 개인 휴대전화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치밀한 연극을 하고 있는데, 특히 납치를 빙자한 보이스피싱은 서초구 일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아직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 학생들은 대부분 특정 어학원에 다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학원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어학원측은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많다”면서도 “우리 학원이 이 일대에서 가장 크고 수강생이 1,000여 명이 넘다보니 피해 학생들과 우연히 겹친 것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사안이 이러다보니 집중 피해를 입은 학교에서는 해당 어학원에 공식적으로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고, 해당 어학원에서도 전문기관에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서초경찰서, 방배경찰서 등 관내 경찰서들 역시 수법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동일범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현재로서는 어디서, 어떻게 정보가 유출됐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습 협박전화에 시달리고 있는 강남 지역 수백 명의 학부모들은 “씻을 수 없는 공포를 경험하면서 금전 피해 뿐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 경위를 밝히고 사기단을 서둘러 검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화하는 낚시 기술, 메신저피싱도 기승
보이스피싱의 변종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도용해 메신저에 접속한 뒤 지인을 가장하며 송금을 요구하는 일명 ‘메신저피싱’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하루 종일 컴퓨터 메신저를 켜 두는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이 속기 쉬워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모 대학 교직원 이모 씨는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채팅을 하던 중 “교통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무마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 계좌로 500만 원을 급하게 송금하라”는 이모 씨의 형 명의의 메시지를 받았다. 놀란 이모 씨는 돈을 입금한 뒤 형에게 전화를 걸어 “일이 잘 해결됐느냐”고 물었지만 형은 “그게 무슨 말이냐. 난 메신저에 접속하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회사원 신모 씨의 경우는 대학 동창생이 “급한 사정이 생겨 그러는데 20만 원만 보내달라”는 인터넷 메신저가 들어와 송금해 주었지만 나중에 동창을 만난 뒤 사기를 당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경찰서 관계자는 “메신저피싱이 크게 늘어 최근에는 달마다 우리 경찰서에만 20건 넘게 접수될 정도”라고 말하며, “보통 중국인이 전화를 걸어오는 보이스피싱은 말투가 조금 어색한 면이 있지만 메신저 피싱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더 속기 쉽다. 우체국 직원이 아니라 지인을 사칭해 경계심도 풀어지기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범인들은 해킹을 통해 누군가의 메신저로 들어가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에게 금품을 갈취한다”며 “이들은 보통 중국에 서버를 두고 범행을 저질러 수사 진행에도 어려움이 크다.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메신저로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사자 전화를 걸어 확인할 것과 범인들이 해킹으로 ID와 비밀번호를 한번 알아내면 이후로도 수시로 접속할 수 있으므로 메신저의 비밀번호를 자주 바꿀 것,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할 것 등을 당부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기관
- 거래 은행에 지급 정지 신청 및 카드사에 신고
   금융감독원(국번없이)1332, http://minwon.fss.or.kr   
- 신고접수 받는 수사기관에 신고
   경찰청 : (국번없이)1379, http://www.police.go.kr  
   검찰청 : (국번없이)1301, http://www.spo.go.kr
-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 (국번없이)1336, www.1336.or.kr

[조은뉴스-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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