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차선책으로 출연한 많은 연기자 흥행 대박 터트려


[조은뉴스=류철현기자]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 한명이 캐스팅되기 위해서는 작가가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염두에 둔 배우, 제작 초기 작품에 어울려 물망에 올려놓는 연기자, 국내, 외 투자를 받기 위해 선택해야만 하는 톱스타, 본격적인 캐스팅이 이루어지며 스케줄과 출연료 조율이 이루어진 연기자, 실제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 등 몇 번의 인연이 맞아야 한다.

그래서 당초 시나리오 작가가 염두에 뒀던 배우가 그 배역에 캐스팅 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현실이다. 여기에 드라마의 외주제작이 일반화되고 연기자를 보유하고 있는 매니지먼트사들이 영화에 직접 투자를 하며 영화 드라마 출연진의 캐스팅 번복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러다보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맡게 된 배역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는 말이 연예계 정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들은 배역을 맡았으면 했던 연기자나 캐스팅이 확정적이었던 연기자 대신 차선책으로 선택받은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장안에 화제가 됐던 <해를 품은 달>을 통해 톱스타가 된 김수현의 경우 ‘이훤’이라는 배역에 박유천과 송중기, 박시후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다양한 이유로 출연이 무산돼 결국 김수현 품에 안기게 됐다.
<시크릿가든>의 길라임과 환상적인 사랑을 나눈 ‘김주원’역 역시 장혁을 대신해 현빈이 맡아 초대박을 터트렸다.
‘만약’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을 당초 계획했던 대로 장혁이 했더라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을 것이라고 쉽게 장담하지 못한다.

예정돼있던 캐스팅이 취소돼 차선책으로 출연하는 연기자들을 종종 대타라고 불렀다. 갑작스러운 출연진 교체로 어절 수 없는 대타로 나선 경우도 있고 드라마를 기획하며 물망에 올려놓았던 연기자들이 출연을 고사해 ‘너 아니면 안 돼’ 라는 식의 마지막 보루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많지 않은 연기자 그 중 드라마를 책임 질 수 있는 스타급 연기자들이 손가락을 꼽을 만큼 한정돼 있는 우리 영화 방송계 현실상 대타출연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첫 번째 꼽은 캐스팅이 무산돼 차선책으로 출연했지만 ‘이사람 아니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나’라는 호평을 들으려 마치 맞춤옷을 입듯 배역과 일치된 모습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 흥행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운명이라고 해도 될 만큼 꼭 어울리는 배역과의 만남은 연기자에게는 스타탄생의 계기가 되도 제작자에게는 빅 히트라는 훈장을 받는 모두에게 성공인 ‘윈-윈’이 되고 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캐스팅 된 연기자에게 누구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다는 의미의 ‘대타’보다는 어려움에 처한 팀을 구하기 위해 홀연히 나서는 ‘구원투수’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

■ 대타(代打) 인생역전 만루홈런
영화나 드라마에서 캐스팅 됐던 연예인이 갑자기 출연을 번복하면 그 역할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 이때 대타로 캐스팅 되는 연기자는 부담감을 느끼지만 오히려 첫 캐스팅보다 낫다는 평을 받으며 천운 같은 배역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먼저 캐스팅 됐던 연기자가 번복 없이 그 역을 해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봐도 대타보다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될 만큼 배역과 연기자가 맞춤인 경우가 있다.
특히 톱스타가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출연을 고사해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대타로 기용한 연기자가 기대이상의 진가를 발휘, 인생역전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 장혁-현빈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인기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은 장혁을 캐스팅하려던 것이 소속사와 제작사 등의 마찰로 불발되면서 현빈이 교체 투입 됐다.
몇몇 관계자들은 주연배우의 갑작스런 교체가 알려진 것에 대해 우려를 하기도 했지만 현빈이 그려낸 ‘김주원’은 시청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 돼 버렸다.
하지원과도 환상적인 호흡을 보이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현빈앓이’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 김명민-이범수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많은 관심을 받은 <자이언트>의 주인공인 ‘이강모’역은 김명민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김명민은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캐스팅 제의를 거절했고 이범수가 최종 낙점됐다. 이범수는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드라마를 주도하며 큰 성공을 이끌어 드라마-연기자 모두 윈윈하는 좋은 사례를 남겼다.

■ 역사 깊은 대타 캐스팅
방송계에서는 ‘주인공으로 내정됐던 연기자가 출연을 번복하면 그 드라마는 반드시 뜬다’는 속설까지 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대타 캐스팅한 연기자 덕에 빅히트를 기록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

배역 선택으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 연기자들이 많다. 이 같은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좋은 작품을 보는 안목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빨리 변하는 주류 사회의 흐름을 읽지 못했기 때문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 박신양 & 이성재 & 정준호 & 장동건
영화계 톱스타 박신양.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남모를 눈물도 많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배역 선택으로 인해 두 번이나 실패의 쓴잔을 마셨기 때문.
박신양은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에 캐스팅 되었지만 <화이트 발렌타인>을 선택했다. <화이트 발렌타인>이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에서 실패를 맛본 반면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 면에서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작품성은 인정을 받았다. 박신양 대신 캐스팅 된 이성재의 입지를 굳혀준 작품이 됐다.

<아나키스트>의 빛나는 조연 정준호 또한 박신양의 대타로 캐스팅 되어 주연인 장동건 못지않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정준호는 그 여세를 몰아 <두사부일체>에 주인공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코믹 액션 영화를 통해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한 정준호는 훨씬 앞서 티켓 파워를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8백만 관객을 동원한 <친구> ‘동수’역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절친 신현준의 강력한 반대로 캐스팅을 거절했다. 결국 ‘동수’역은 장동건이 맡아 외모만이 아닌 연기도 잘하는 배우로 거듭 태어났다.

△ 차인표 & 이정재 & 송강호
차인표도 두 번이나 대작을 놓치고 눈물을 흘렸다. 그가 놓친 작품은 S-TV <모래시계>와 영화 <쉬리>.
<모래시계>의 ‘재희’역은 원래 차인표로 예정되었다가 갑작스럽게 이정재로 교체, 이정재는 말없는 눈빛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 당시 <모래시계>의 신드롬을 생각하면 이정재가 얼마나 차인표에게 감사해 할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또 <쉬리>에서는 특수요원 ‘이장길’역에 차인표가 캐스팅 됐으나 본인이 영화 <짱>에 출연하기 위해 배역을 포기, 송강호가 대타로 캐스팅 됐다. 덕분에 송강호는 이 역할로 인해 개성파 배우에서 흥행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 심은하 & 고소영 & 전도연
심은하는 흥행작도 많지만 출연을 고사했던 작품도 많은 배우다. 덕분에 전도연과 고소영은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 지금은 심은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 <비트>는 97년 상반기 흥행 1위에 오른 작품이다. ‘비트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정우성의 오토바이와 고소영의 긴 생머리 등이 청춘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고소영은 <비트>로 인해 인기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사실 심은하의 대타였다. 대타로 출연해 장외 홈런을 날린 것.

<접속>은 <비트>의 아성을 깨고 97년 하반기 서울에서만 75만 명의 관객을 달성하는가 하면 영화 OST도 불티나게 팔려 영화의 흥행 수입 못지않은 수익을 올린 작품. 지금은 여주인공 전도연을 빼고 <접속>을 생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전도연 또한 심은하의 대타로 캐스팅 되어 영화배우로서 화려한 데뷔식을 치렀다. 그 뒤 전도연은 <약속>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흥행 배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 이정진 & 이서진 & 김민준
‘다모 폐인’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인기리에 막을 내린 M-TV <다모>는 제작 초기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애초 주인공 ‘황보윤’역에 이정진이 캐스팅 되었으나 그가 건강상의 이유로 출연을 번복, MBC측으로부터 무기한 출연 정지 조치와 억대의 손해배상소송에까지 휩싸이는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제작진은 ‘장성백’역에 캐스팅 하려던 이서진을 주인공 ‘황보윤’으로 결정했다. 이서진은 ‘채옥’을 사랑하는 다정다감한 황보윤을 완벽하게 소화,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이서진이 맡을 예정이었던 ‘장성백’역에는 모델 출신인 신인 김민준을 과감히 캐스팅, 또 한명의 예비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반면 물의를 일으키면서까지 S-TV <백수탈출>에 출연했던 이정진은 시청률 부진이라는 이유로 드라마가 조기 종영되는 쓴맛을 봐야만 했다.

△ 김희선 & 장나라 최지우 송혜교
한동안 온라인상에 김희선이 출연을 고사했던 드라마 모음이 네티즌들 사이에 유포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SBS <명랑소녀 성공기> <올인> KBS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 MBC <불새> 등이 그것.
김희선과 인연을 맺지 못해 새로운 연기자를 만난 이 드라마들을 통해 가수 장나라는 연기자로서도 인정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최지우는 ‘지우히메’로 불리며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시아 스타로 성장했으다. 송혜교는 <올인>을 통해 연기자로서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을 받으며 세계무대에 진출 맹활약하고 있다.
손예진과 고 이은주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드라마 주인공으로 나서 제몫을 톡톡히 해내 여기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 작품 살리고 인기 얻은 진정한 대타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연기자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갑작스럽게 배역이 교체돼 부랴부랴 대타로 나서는 경우가 있다. 어떤 작품은 이미 많은 촬영이 진행된 상황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었다.
<슬픈 연가>의 연정훈, <해신>의 송일국이 연예계 병역비리 파동으로 인해 군입대를 하게 된 송승헌과 한재석의 대타로 출연하게 되며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KBS 2TV <강력반>은 김승우가 촬영 도중 중도 하차를 결정했다. 김승우는 <아이리스>촬영 당시 입은 어깨 부상이 재발해 드라마 출연이 무리라고 판단, 중도 하차를 했다. 김승우의 자리를 메운 이종혁은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반장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김명민은 송일국의 출연이 확정적이었지만 송일국이 <해신>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김명민으로 전격 교체됐다.

장혁은 원래 <왕의 남자>에서 감우성이 연기한 장생 역에 캐스팅됐었다. 장혁의 갑작스러운 군 입대로 제작이 무산될 위기까지 처했던 <왕의 남자>는 감우성에게 ‘장생’역을 맡겼고 ‘공길’역에는 신인인 이준기를 과감히 기용했다.
그 결과 1200만 관객을 기록했고 감우성은 생애 처음으로 대종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공길’역의 이준기 역시 묘한 매력을 풍기며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로 떠올랐다.
이들은 기존 캐스팅 연기자와 비교하려는 대중들의 심리가 적지 않은 심적 부담이 됐지만 훌륭히 자신의 역을 소화해내며 드라마도 살리고 인기를 얻은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렸다. 대타 출연을 계기로 주인공 반열에 당당히 올라섰다.

■ 맞춤옷을 입은 듯 한 대타
대타 캐스팅이 성공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남의 자리에 대신 섰지만 기존 캐스팅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전해주는 것. 마치 자기 옷을 입은 듯 한 맞춤 연기를 해낸 것을 꼽고 있다.
밝고 경쾌한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은 KBS2 <쾌걸 춘향>의 한채영은 한가인이 출연을 고사해 주인공을 맡게 됐는데 기대이상의 활약으로 '21세기 춘향'에 맞춤인 연기를 선보이며 데뷔 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MBC <옥탑방 고양이>에서 정다빈은 당초 김현주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에 출연해 귀엽고 깜찍하며 알뜰하기도 한 '정은'역에 더 이상은 없다고 할 만큼 뛰어난 연기를 보여줘 인기스타로 떠올랐다.

<아들과 딸> 문성근을 대신해 출연한 한석규, <허준> '예진아씨' 황수정은 홍리나가 정중하게 사양 하는 바람에 청순가련형의 비슷한 이미지로 배역을 맡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MBC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전도연-윤손하 <세친구> 신동엽-윤다훈 <마지막승부> 이상아-심은하 SBS <홍길동> 배용준-김석훈 <청춘의 덫> 김민종-이종원 이승연-유호정 <초대> 이승연-이영애 등이 배역과 엇갈린 인연의 주인공들이다.

영화에서는 <바람난 가족> 김혜수-문소리 <투캅스> 최민수-박중훈 <박하사탕> 한석규- 설경구 <봄날> 심은하-이영애 <말죽거리 잔혹사> 김재원-권상우 유진-한가인 <색즉시공> 김희선-하지원 <신라의 달밤> 박중훈-차승원 고소영-김혜수 <스캔들> 이나영-전도연 등도 영화 속 배역을 놓고 운명이 바뀐 경우다.

■ 최후의 보루 선택이 만루홈런
최근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들은 투자, 방송 편성 등의 이유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톱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 후 캐스팅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스케줄과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캐스팅에 번번이 실패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많은 연기자들을 놓친 후 마지막 보루로 생각한 연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어렵사리 작품에 돌입한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내세운 캐스팅이 만루홈런을 날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박지윤 대신 투입한 채정안, <미녀는 괴로워> 김아중 <환상의 커플> 한예슬 등이 그예다.
스타들의 잇단 출연 거부로 좌초 위기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미녀는 괴로워>는 기획 당시 고소영에 이어 이나영, 수애에 이르기까지 많은 여배우들이 출연을 고사했다. 그 덕에 신인이나 다름없던 김아중이 마지막 보루로 나서 비수기 500만 관객 동원이라는 대박을 기록했다. 또 김아중은 첫 영화로 대종상 여우 주연상을 받는 겹경사를 누렸다.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역시 한예슬이라는 대타 스타를 낳았다. 당초 기획 단계에서 엄정화를 염두에 뒀다 하지만 엄정화의 캐스팅이 무산됐고 결국 한예슬이 조안나역으로 출연, 최고의 별로 떠올랐다.

■ 대타 캐스팅 최고의 스타
대타 캐스팅으로 성공한 최고의 스타에는 ‘친구’의 장동건이 가장 먼저 꼽힌다.
최근 MBC '섹션TV 연예통신'이 MBC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선발한 '대타 캐스팅으로 성공한 행운의 스타 베스트 20' 투표에서도 장동건이 1위를 차지했다,
설문조사 결과 2위는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이 차지했다. 캐스팅 0순위였던 박신양이 '에덴의 동쪽' 출연을 고사하고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선택, 기회를 잡은 송승헌은 ‘에덴의 동쪽’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2008 MBC 연기대상까지 받으며 연기자로서 탄탄한 입지를 세웠다.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 구준표 역할로 최고의 주가를 올린 이민호도 대타로 나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연기자. 출연 제의를 받은 장근석이 ‘구준표’보다는 ‘윤지후’ 역할을 탐냈지만 윤지후 역에는 이미 김현중이 캐스팅된 상태였기 때문에 출연이 고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 영화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 ‘환상의 커플’의 한예슬,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 ‘대장금’의 이영애.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등도 대타 캐스팅이 인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연기자로 꼽힌다.


방송 영화에서는 이처럼 배역과 인연이 엇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대타라는 개념보다는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지 않았을 뿐으로 여기며 차선 캐스팅을 기분 나빠 하지 않는다.
신인들은 기존 스타들의 대타 출연으로 나설 경우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고 인기 연기자들 역시 좋은 드라마에 자신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만나게 된 행운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대타로 맡은 배역이지만 자신이 그 배역을 맡게 된 것이 정말 특별한 인연이라 여기며 배역에 애정을 다해 질긴 집념과 집요한 노력을 기울이면 반드시 시청자나 관객들이 알아주는 연기자로, 그 배역에 더 이상의 연기자가 없다는 호평을 받게 된다.

■ 대타 꼭 성공만은 아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대타 캐스팅이 반전의 계기가 돼 빅히트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영화 <잔혹한 출근>의 주인공에는 박중훈과 김수로가 함께 캐스팅됐었다. 박중훈이 여러 이유로 출연하지 못하자 원래 박중훈 역할을 김수로가 맡고 이선균을 새로 캐스팅해 영화를 완성했다. 두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잔혹한 출근’은 흥행에 참패했다.
드라마 <못된 사랑>은 2005년 초 비가 주인공을 맡기로 했었지만 출연이 무산됐고 드라마 제작 편성자체가 취소됐다. 하지만 권상우가 남자주인공을 맡아 부활했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 대신 양동근이 출연했던 <바람의 파이터>는 기대에 못 미친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고, 설경구 대신 차승원이 얼굴을 내밀었던 <박수칠 때 떠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라마에서도 안재욱 대신 박정철을 기용한 <리멤버>나 차승원 대신 김국진을 캐스팅한 <내 사랑 반달곰> 등 대타 기용에 실패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김태희 양동근 주연의 영화 <그랑프리>는 촬영 중간 갑작스러운 이준기의 군 입대로 주연 하차를 했다. 이어 군 제대한 양동근이 대타로 나섰지만 흥행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 대타 캐스팅 성공 조건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타를 기용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영화계나 방송가에서는 무엇보다도 대타가 얼마나 신선한 얼굴인가에 성공의 열쇠가 달려 있다고 본다. 유명세나 인지도만으로 캐스팅 할 경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신인인 경우엔 주가가 한창 높아지고 있어서 관심이 쏠리거나, 해당 배역과 대타의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 성공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나 '환상의 커플'의 한예슬이 대표적인 예다.
또 웃어넘길 수만 없는 속설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가 뜨기 전에 대타 기용이 화제가 되는 경우는 실패하고,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고 나서 화제가 되는 경우는 성공작이라는 것.
이는 기획 초기 단계 대타 기용이 알려지면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은 해당 영화나 드라마에 잡음이 많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고 나면 영화배우나 탤런트들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 캐스팅 제의 거절 사실을 슬쩍 흘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 연기자들 사이의 예의 문제까지 번져
연기자들이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이나 시작된 후 캐스팅 고사 사실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설령 다른 경로를 통해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가 있지만 캐스팅을 고사한 연기자가 사실을 먼저 발설하지 않는다.
이는 연기자들 끼리의 예의고 지켜야 할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불문율이 깨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SBS <나쁜 남자>의 여주인공 캐스팅을 둘러싸고 박주미의 대타 발언에 대해 그 역에 출연한 오연수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논란이 일었다. 박주미가 공개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캐스팅이 얼마나 민감한 일인지 새삼 알 수 있었다.



■ 대타 연기자만 아닌 드라마 자체가 대타
드라마 자체가 대타인 경우도 있다.
편성의 이유로 상대 방송가의 견제를 위해 종종 긴급 편성되는 드라마들이 바로 그것.
한 작품을 대신해 긴급 투입됐거나 별다른 기대 없이 편성했다가 많은 인기를 모은 작품이 있다.
SBS 드라마 <워킹맘>은 고현정, 권상우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은 <대물>이 편성에서 빠지고 방영된 작품이지만 바람이라는 소재를 코믹하게 재구성해 성공을 거뒀다.
KBS <살아가는 동안>은 단막극 폐지로 인하 공백을 메운 작품이지만 한 여인이 매회 다른 나이에 겪는 사랑 이야기라는 스토리가 알려져 예상외의 큰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 <늑대>의 제작 중단으로 긴급히 방영된 MBC <내 인생의 스페셜>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


■ 대타 피할 수 없는 방송 영화계 현실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는 주인공을 캐스팅하기 위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한다. 그러다보니 제작 초반 작품 구상에서 물망에 올려놓은 연기자, 중반 시나리오 작업과 함께 진행되는 캐스팅 과정, 탈고 후 최종적인 캐스팅 등 셀 수 없는 과정을 지나야 한다. 제작진이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도 스케줄이 맞아야 하고 출연료도 협의해야 하는 등 조율해 나가야 하는 것이 수두룩하다.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과 캐스팅 하고 싶은 생각만으로 출연이 성사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제작진은 주인공을 캐스팅 할 때 수많은 대안을 준비해 놓는다. 어렵사리 결정을 지어도 갑작스런 사태로 인해 주인공이 교체되는 등 작품과 연기자의 인연은 그야말로 남녀가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만드는 연인이 되는 확률과 비슷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작진은 연기자가 마음 상할지 모르는 상황이 안 되도록 노심초사해야 하고, 연기자 역시 자신의 캐스팅 소식이 확실해 지기 전까지는 이를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다.

사실상 출연자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대신 투입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영화와 드라마 캐스팅 대타는 없다. 대부분 드라마 제작사는 수많은 배우들을 물망에 올려놓고 섭외를 시도한다. 그 명단에는 내로라하는 배우의 이름이 즐비하다. 우선순위를 두는 배우는 있지만 섭외 '1순위'를 캐스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드라마 영화 제작 관계자는 ‘제작진이 원하는 연기자가 모든 작품에 출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연기자들을 동일선상에 두고 출연 의사를 타진한다’며 ‘캐스팅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누군가와 먼저 접촉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돌면 캐스팅하는데 애를 먹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선균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모든 드라마가 1순위가 아니었던 거 같다’며 ‘꼭 첫 번째일 필요는 없지 않나. 내가 한다는 게 중요하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겁내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연기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선균의 말처럼 어렵게 만난 인연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대타로 출연해 장외홈런을 날리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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