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유상석 기자]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일대는 행정구역상 포천시에 속해있긴 하지만,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군부대와 논밭만이 끝없이 널려있을 뿐, 학습이나 문화생활을 도와줄만한 문화 공간이 전무한 지역이다. 이처럼 체계적인 교육과 생활지도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선생님들이 똘똘 뭉쳐 각종 전국대회와 동계체전에서 국가대표와 상비군을 다수 배출한 학교가 바로 포천 일동중학교(교장 어성만 / 이하 일동중)다.

일동중이 손꼽는 자랑거리는 바이애슬론(‘둘’을 뜻하는 ‘바이(bi)’와 ‘운동경기’를 뜻하는 ‘애슬론(athlon)’의 합성어로서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경기)부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음악 반주에 맞추어 일정한 형식으로 헤엄치는 수중운동)부다.


1996년 3월 3일 바이애슬론부를 창단한 이 학교는 각종 전국대회와 동계체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2008년 11월에 제19회 문화관광부장관기 바이애슬론대회에서 계주 1위의 성적을 거뒀고, 2011년 2월에는 전국 동계체전에서 2위를 차지해 경기도가 제92회 동계체전에서 종합 우승하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 학교 어성만 교장은 “바이애슬론 꿈나무를 키우는 학교는 경기도에서 일동중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꿈나무로 촉망받는 이 학교 김부영 선수는 지난 2012년 3월 16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7회 한라배 전국 수영대회’에서 솔로 경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되기도 한 김 선수의 지도를 맡고 있는 양성호 교사는 “대회 출전을 앞둔 시기에는 서울체육고등학교 시설을 빌려서 훈련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애쓴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학교들이 학력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하위권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힘든데, 일동중은 ‘진보상(進步償)’ 제도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만 상을 주던 기존 관행을 과감히 바꿔, 비록 하위권 학생이라도 지난 시험보다 성적이 오르면 상을 주는 것이다.

어 교장은 “항상 20점 받던 학생이 30점을 받았을 때, 상을 주며 격려하면 자신감을 얻어 커다란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하며, “이 경우 10점이 상승했는데, 50%나 향상된 것이다. 상 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위권이라도 성적 향상의 폭이 높은 학생들 중 상위 5%에게는 어 교장이 직접 표창장을 수여한다. 안타깝게 5%에 들지 못했지만, 단 1점이라도 오른 학생에게는 문화상품권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품을 수여해, 사기와 의욕을 높이고 있다.

단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딛은 모든 아이들에게 상을 주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데, 학교 예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 ‘진보상’을 위해 쓸 돈이 나오는 화수분은 다름 아닌 이 학교 교직원 44인이 십시일반 사비를 모아 만든 ‘일동중 교사 장학회’였다. 이 장학회는 ‘진보상’ 사업 외에도, 경제 사정이 어려운 학생에게 교보재를 지원하거나 수학여행 비용을 대신 내 주는 등 소외되기 쉬운 학생들에게 사랑을 듬뿍 퍼 주고 있다.

어성만 교장은 “좋은 학교란 학생·교사·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며 자신의 학교 경영관을 소개했다. 그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있고 기초가 튼튼한 학생, 실력·열정과 사랑이 있는 교사, 자녀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고 긍정적인 사고로 적극 연대하며 참여하는 학부모, 관심과 사랑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지역사회가 힘을 합치면 머물고 싶고, 보내고 싶고, 근무하고 싶은 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 교장은 “체계적인 교육과 생활지도가 어려운 환경 탓에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는데, 우선 이 아이들에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나는 배가 고프다’라는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까지 ‘자리에 앉히는 일’을 했다면, 이제는 ‘앉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일’에 집중할 때”라는 목표를 밝혔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사비를 털어 장학금을 마련하고, 사택이 부족해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가면서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열정 가득한 선생님들이 있는 한, 이 목표는 꼭 이루어질 것이다”는 말을 덧붙여, 일동중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과 믿음을 나타냈다.

인터뷰를 마치며 어 교장은 ‘우리 학교 밥을 꼭 한 번 먹어보라’고 권했다. 그는 수업시간이 끝나면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기 바쁜 학생들을 책상 앞에 앉힌 비결이 바로 학교 급식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과 어울려 함께 만둣국을 먹는 일동중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학생을 향한 진심과 열정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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