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6,000명 시대, ‘에이즈예방법’ 시행 진료비 지원 및 일자리 창출 등 추진


국내 에이즈 감염자 6,000명 넘어… 위험수위 도달
국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자가 해마다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85년 국내에서 최초로 HIV감염자가 발견된 이래 지난해 12월 말 기준 누적 감염자 수가 6,120명에 이른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6,000명을 넘어섰다. 지역에서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2월 말 현재 대구에 177명, 경북에 110명의 감염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의 2008년 한 해 동안 신규 HIV감염자는 797명으로 2007년 744명에 비해 7.1% 증가했다. 하루에 2.1명꼴로 HIV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 2001년 신규 감염자 증가율이 전년도에 비해 49.5%를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신규 감염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확산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규 감염자 가운데 남성은 743명(93.2%)으로 여성 54명보다 14배 이상 많았다. 감염자 가운데 감염경로가 밝혀진 459명 모두 성접촉에 의한 것이었다. 연령대로는 경제활동이 왕성한 20~40대가 584명으로 전체의 73.3%를 차지했으며 50대, 60대, 10대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문화 변화로 10년 전 1,2명에 불과했던 10대 감염인 수가 지난해 2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HIV감염자 수가 실제론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HIV에 감염되고도 본인이 모르거나 보건당국에서 확인하지 못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감염자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김지영 사무국장은 “WHO(세계보건기구)나 UNAIDS(UN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에서는 잠재적 HIV 감염자 수가 공식 집계보다 5~10배 정도 많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첫 에이즈 환자가 보고된 1985년 이후 사망자가 지금까지 모두 1,084명이 에이즈로 목숨을 잃은 것도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에이즈의 경우 일반적으로 실제 감염자는 공식 집계의 10배 이상이라는 전문가들 견해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위험 수위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성접촉 감염 늘어, 에이즈에 대한 인식 부재 해결이 중요
해마다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에이즈에 대한 안일한 생각과 무분별한 성접촉에서 비롯된다.
에이즈는 HIV의 감염에 의해 발병하며 감염원으로서 중요한 것은 혈액, 정액, 질분비액으로 HIV는 주로 성행위 및 혈액을 매개로 감염된다. 이성간과 동성간의 성접촉으로 감염될 수도 있고 HIV에 감염된 혈액을 수혈 받거나 약물중독자들이 감염된 주사기를 공동으로 사용하여 감염되기도 한다. 또한 태반을 통해 태아를 감염시킬 수도 있으며, 모유를 통해 신생아와 유아가 감염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성접촉을 통한 에이즈가 급속히 전파되고 있으며, 그 증가율이 2004년 이성간 성접촉이 16%임에 비해 동성간의 성접촉이 25%로서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에이즈는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제가 없으며 단 한 번의 성행위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예방만이 최선이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에이즈 검사활성화를 위해 전국 11개 지역에 에이즈 상담소를 설치해 종합적인 상담과 익명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실질적인 에이즈 예방수단인 콘돔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무료로 콘돔 800만 개를 전국 시·군·구 보건소의 성병검진실과 민원실 등에 콘돔을 비치하여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게이바 등에 콘돔을 배포했다. 이를 위해 TV 등 매스미디어를 통한 콘돔사용 홍보와 보건소에서의 콘돔홍보 및 콘돔 비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는 2004년 10월부터 TV를 통한 콘돔 사용촉진 공익광고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하철, 버스의 전광판, 옥외광고를 통해 콘돔 사용 홍보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감염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홍보도 병행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이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출산된 아이의 에이즈 감염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그 부모가 감염자임을 거꾸로 확인하는가 하면, 남편과 함께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남편이 에이즈 환자임을 확인하고는 본인이 감염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 그리고 마약 사용으로 인한 감염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스스로 에이즈 환자임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에이즈에 대한 인식 부재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수년간 증상 보이지 않을 수도… 어떤 증상이 있나
대부분의 감염자들이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란 사실을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에이즈 증상은 4단계로 1단계는 급성감염기로 감염자의 30~50%에서 감염 3~6주 후 감기나 심한 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붉은 발진이 얼굴이나 몸에 나타나기도 하고 구토, 설사, 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보통 2~3주 후 저절로 좋아진다. 이 시기는 항체 검사를 해도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2단계 때는 면역기능이 떨어지며 3단계에 접어들면 에이즈관련 증후군기로 면역체계가 파괴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열, 오한, 설사, 체중감소, 불면증, 발한 등의 증상을 경험한다. 또한 전신의 임파선이 붓고 입안이 헐거나 백반증이 생기는 초기증상이 나타난다. 감염말기인 4단계 때는 면역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면서 정상인은 잘 걸리지 않는 각종 바이러스, 곰팡이, 원충, 세균 등에 의한 기회감염이 나타나며, 이런 기회감염은 대개 사망할 정도로 심각하다. 또한 환자의 반수가 운동기능 장애, 기억력 감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에이즈치매 등의 신경계 이상을 나타내며 이외 카포시 육종 등 악성종양이 발생한다.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는 “급성증상은 모든 감염자에게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고 전하며 급성기는 저절로 낫는데 이 시기엔 피검사를 해도 감염 사실이 안 나타날 수 있다며 의심되는 성관계 후엔 3개월째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HIV 감염된 사람들은 수년간 증상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급격히 급성 바이러스 감염과 기회감염의 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 감염 후 에이즈 발병까지의 기간은 CD4양성임파구수, 환자의 상태, 치료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평균 8~10년 만에 에이즈가 발병한다고 한다.


국내 전문 시설 턱없이 부족, 적극적인 대책 마련 시급
현재 에이즈의 원인인 HIV를 죽이는 약은 없으며 HIV의 증식을 막고, 에이즈로 발병되는 것을 늦추기 위해 지도부딘(zidovudine, AZT), 라미부딘(lamivudine, 3TC), 디다노신(didanosine, ddI) 등의 항바이러스제제를 병합하여 투여한다. 항바이러스제제의 병합요법은 HIV를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약물내성의 위험을 줄임으로써 질병진전 속도를 늦추어 평균 생존기간을 효과적으로 연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치료는 꾸준히 받아야 하고 약에 의한 부작용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자 수가 매년 큰 폭으로 급증하고 있는 반면 감염자들을 위한 쉼터 등 수용·격리시설과 전문병원이 턱 없이 부족한 데다 정부 차원의 생활안정 및 취업알선 지원책이 사실상 전무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에이즈 전문병원도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지난해 9월 개정된 ‘에이즈예방법’이 시행되면서 대구에서는 각 구 보건소와 레드리본정보센터(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운영)에서 무료 익명검사가 가능하다. 에이즈 검사에서 1차 양성반응이 나타나면 보건환경연구원을 통해 2차 확진검사를 받는다. 이를 통해 HIV감염을 확실히 판단하는 것. HIV감염이 확정된 사람은 실명전환 선택을 하게 되고 전환할 경우 관할 보건소에 등록, 매달 100만 원 정도의 치료비를 받으면서 보건소 관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사후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보건소의 에이즈 담당자가 전문직이 아닌 행정직인데다 자주 교체되다보니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HIV감염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에이즈에 대한 지식·태도·신념 및 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41.5%가 ‘HIV감염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감염자들을 위한 복지 및 의료시설이 확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감염자들을 위한 생활안정과 취업알선 등 정부 차원의 생계 대책도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감염자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은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 전액 면제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편, 지난 2005년 2월13일 영국 BBC 인터넷판은 美 캘리포니아대학(UCLA) 연구팀이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된 바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에이즈 감염자들이 대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HIV 감염자는 4,000여만 명으로, 환자 증가에 따른 치료제 기술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 에이즈 감염자가 6,000명이 넘어선 지금 남의 일로만 간주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인식 형성과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다.



에이즈 바로 알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이즈 하면 죽음, 두려움, 혐오감, 매춘부, 동성애자, 무분별한 성행위, 그리고 나와는 무관한 것 등을 떠올린다. 이런 이유는 그동안 에이즈 문제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함 속에서 다루어져 왔고 그로인해 사람들에게 전단된 인식 자체도 뿌리 깊게 아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인식은 결국 모든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주위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동안 에이즈로 인한 자살, 복수, 가정파탄, 사회혼란 등의 사건들이 바로 개개인들의 인식부족으로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에이즈라는 병으로 죽은 사람보다 비관해서 죽은 사람들이 더 많다.
에이즈는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므로 일상의 우연한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포옹, 터치, 마사지, 심지어는 카벼운 키스와 같은 행동들에 의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또한 타액에 의해 HIV가 전염되 경우는 없었으며 이론적으로는 타액을 통한 HIV의 전염이 가능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이와 같은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감염인의 배설물은 혈액이 섞여 나오지 않는 이상 전염원이 될 수 없으며 곤충에 의해 HIV가 감염되었다는 사례도 보고된바 없다. 특히 과학자들이 HIV 감염인의 친구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펜, 종이, 물컵, 침실, 교실, 수영장을 감염인과 함께 사용한다고 해서 감염되는 일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에이즈에 대한 인식과 실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를 이해한다면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나 에이즈 환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며, 에이즈라는 실체에 맞서 자신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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