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불거지는 사회적 잡음,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조은뉴스-정대윤 기자] 2014년 말 서울에 112층 건축물이 선보인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10위권 이내의 초고층 건축물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롯데월드 관련, 롯데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내년 초 대망의 제2롯데월드 공사 착공에 들어가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를 두고 공군과 롯데와의 이견은 15년 동안 지속돼 왔다. 공군 작전지인 서울공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국방부 측은 제2롯데월드 신축을 거부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 둘 사이의 갈등은 롯데 측이 안전 비행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서면서 해결됐다는 것이 국방부와 공군의 입장이다. 국방부는 레이더와 통제장비, 시계비행장비 등이 보강될 경우 활주로를 3도 변경하면 555m(112층) 높이의 제2롯데월드가 신축돼도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도 신축공사를 허용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건축심의와 허가절차가 끝나면 내년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제2롯데월드 건축사업에 외자 10억 달러를 포함해 모두 1조7,000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으며 롯데 측은 2만3,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정부의 이번 허용방침을 크게 환영하면서 제2롯데월드 건설과정에서 그동안 문제가 돼온 부분들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시행자인 롯데물산 측은 “공군과 비행안전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협의하면서 서울시와의 남은 행정절차도 충실하게 진행해 나가겠다”며 “제2롯데월드를 파리의 에펠탑이나 영국의 런던아이처럼 관광수입과 고용창출을 넘어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사회적인 논란,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재벌특혜’라는 점을 부각하며 나섰고,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도 “비행안전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용역의뢰를 받은 한국항공운항학회은 초고층 건물건축에 따른 ‘와류 난류’(Wake Turbulence) 가능성, 조종사의 심리적 불안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직접적인 위협요인은 아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허용 결정의 최종 근거였던 이 한국항공운항학회의 안전 검증용역보고서가 15일 만에 졸속으로 작성된 것으로 미뤄볼 때, 정부가 허가를 전제로 안전검증 과정을 꿰맞췄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중간보고서에서 제2롯데월드 건립 시 군용 수송기의 비행안전 문제를 지적한 항목이 최종보고서에는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또한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키로 확정한 가운데 성남시의 고도제한 완화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현재 40여년 동안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에 묶인 성남시는 당장 재개발을 해도 10만 가구가 이주민 신세를 면치 못해 한시바삐 규제완화를 해야 하는 상황. 김문수 경기지사는 “성남지역의 고도제한 완화 조치 없이 서울공항의 보조 활주로를 변경하려는 정부의 결정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성남시의 고도제한 완화 문제를 즉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성남 구시가지는 노후가 심각하고 인구밀도도 초과밀이어서 재개발이 불가피함에도 고도제한으로 10만 가구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할 실정이라는 김 지사는 “40여년 간 고통을 감내해 온 성남시민의 정서를 외면하고 특정기업을 먼저 고려한 처사로 시민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 재건축·재개발연합회 고도제한 완화 대책위원회 이춘섭 위원장은 “같은 서울공항 주변인데도 비행기 이착륙 지역에는 555m 초고층 제2롯데월드를 허용하면서 193m 영장산이 있는 성남지역에는 45m 고도제한 족쇄를 채워놓고 있는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고도제한 완화는 성남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디딤돌”이라면서 “정부는 제2롯데월드만 허가해 주지 말고 성남시 고도제한 완화 해법을 빠른 시일 안에 확정하라”고 촉구했다.

교통혼잡 문제, 일조권 및 조망권 등도 만만치 않은 과제
더불어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제2롯데월드 건축으로 빚어질 교통혼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냐는 것이다.

롯데 측은 지난 2005년 교통영향평가에서 650억 원의 교통부담금을 내놓고 1,000억여 원을 들여 잠실사거리 지하광장을 개조하는 등의 교통소통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동남권유통단지(오는 2010년 완공), 거여·마천 뉴타운(2015년), 문정동 법조단지(2015년) 등 주변 일대 개발사업이 모두 끝나면 송파구 일대 교통량이 평균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가 들어선 뒤 잠실사거리 출퇴근 시간대 교통속도가 시속 21~27km에서 21km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주변 아파트 단지 일조권 및 조망권 침해 관련 소송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서면 반경 700m 이내 단지들이 일조권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법적 보상 여부를 따지려는 소송이 잇따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는 서울시의 행정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시는 건축위 심의 전 환경영향평가 및 지속가능성 평가를 실시해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 교통, 소음, 지역 주민들에 미치는 영향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더 이상 대기업 특혜논란이 일지 않도록 시의 명확한 실사가 요구된다.

최첨단 친환경 빌딩 잠실 제2롯데월드, 주변 아파트 수혜
제2롯데월드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 맞은편의 8만7,182㎡(2만6,372평) 부지에 연면적 60만7,849㎡(18만3,900평) 규모로 들어선다. 112층 높이(555m)의 슈퍼타워와 8개동의 저층부(3~11층)로 이뤄진다.

저층동에는 명품관(에비뉴엘)을 비롯한 다양한 쇼핑·문화·레저시설이 들어선다. 슈퍼타워에는 250개 객실을 갖춘 6성급 호텔 등이 입주한다. 상상만으로도 규모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오는 2014년 말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탄생하는 100층 이상 건축물이다. 세계적으로도 10위권 이내의 초고층 건축물로 이름을 올릴 명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완공되면 외국 관광객만 연간 150만여 명, 연간 외화 수입은 2억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조 원의 사업비 가운데 10억 달러 가량은 외자유치로 조달할 방침이다. 신격호 회장도 사재를 털어 적지 않은 금액을 사업비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2롯데월드는 유례없는 최첨단 공법이 동원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 푸츠마이스터가 개발한 장비에 자체 콘크리트를 배합, 신기술을 동원해 550m까지 콘크리트를 쏘아 올린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인공위성 자동위치측정 시스템(GPS) 측량기법도 도입할 계획이며,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빌딩으로 지어진다.

잠실 제2롯데월드가 건립되면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아파트는 잠실주공단지다. 잠실주공5단지는 제2롯데월드 부지와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잠실주공5단지는 30개동 3,930가구로 구성된 대단지 아파트이고, 지난 1978년 12월에 입주해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최근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발표와 함께 주공5단지 112㎡는 일주일 동안 무려 5,000만 원이 올라 현재 10억8,000만~11억2,00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지난해 입주한 잠실리센츠 역시 수혜 대상이다. 리센츠는 한강변에 위치해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지하철 2호선 신천역과 맞붙어 있어 생활 환경이 편리하다. 65개 동 5,563가구로 대단지 아파트이다.

신격호 회장의 꿈 잠실벌에 펼쳐지다

정부가 지난 3월31일 민관합동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제2롯데월드 건축을 최종적으로 허용한 가운데 서울 잠실 공사부지에 터파기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15년 롯데의 집요함이 결국 잠실벌에 우리나라를 대표할 랜드마크를 세우게 된 셈이다. 1988년 송파구 부지를 구입한 이래 계속되어 온 롯데의 야심찬 꿈인 제2롯데월드. 이는 신격호 회장의 오랜 숙원이자 황태자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능력 증명이 걸린 중차대한 매머드급 프로젝트였는데 결국 MB정부의 ‘기업프렌들리’ 정책이 롯데의 명예를 살려준 것이다.

이 빌딩이 잠실에 들어서게 되면 롯데그룹은 동양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잠실에 갖게 되는 셈. 신격호 회장은 “외국에서 벌어온 돈으로 서울에 좋은 작품 하나 만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롯데측은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제위기에 막대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핵심으로 강조했다. “공사 중에 약 250만 명, 건물 완공 후에도 2만3천 명의 상시고용이 이뤄질 수 있어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간 15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4억 불을 벌어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 경제성이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우리 정부가 제2롯데월드를 허용한 데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다면 공사가 언제 들어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늦어도 올 하반기에 공사가 들어가야 경제 살리기란 명분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정식 허가가 나는 대로 이르면 올 상반기 1조7,000억 원을 투입, 즉시 공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설계도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공군과의 협의 과정이 남아 있는 데다 성남시와의 갈등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계절적인 요소도 감안해야 한다. 한겨울에 공사를 시작할 수 없는 노릇이다. 빨라도 하반기가 될 전망인데 이 또한 협의 과정이 원만하게 이뤄졌다는 가정하의 얘기다. 만약 공사가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경제효과를 예측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 개발의 허용은 롯데에게 있어서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격호 회장은 상상할 것이다. 112층에 롯데의 이름이 걸리는 날을…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의 명예가 드높이 휘날리는 것을. 하지만 수많은 사회적인 무리를 딛고 그 위에 지어지는 빌딩이니 만큼 더욱 진중하게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 기사제공 시사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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