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인상 주범 국립대 기성회비 수술 불가피

국공립대의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어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27일 법원 판결은 국공립대 기성회비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할 필요성을 또다시 제기한다.  

기성회비는 1963년 `대학, 고·중학교 기성회 준칙'(옛 문교부 훈령)에 따라 학교 시설 확충에 사용하도록 마련됐다. 기성회비는 관련 규정에 따라 시설·설비비, 교직원 연구비, 기타 학교운영 경비 등에 써야 한다.
 

 
입학금과 수업료, 기성회비로 이뤄진 국공립대 등록금 가운데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기준 86.9%에 달했다.
 
기성회비가 이처럼 등록금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관리는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다.
 
현행 규정으로는 고등교육법에 수업료와 기타 납부금의 징수 관련 사항을 교과부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으나 `기성회비 징수'를 직접 규정한 별도의 항목은 없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이 대학 내규인 기성회 규약을 근거로 자의적으로 기성회비를 징수해 왔으나 이의 강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런 자율성을 악용해 대학들이 기성회비를 등록금 인상의 도구로 삼는다는 지적은 해마다 되풀이됐다.
 
실제로 2010년까지 7년간 입학금 및 수업료 연평균 인상률은 4.9% 였지만 기성회비 인상률은 9.5% 수준으로 전체 등록금 인상을 주도했다.
 
기성회비 인상률 뿐만 아니라 기성회비를 목적과 다르게 직원 급여를 지급하는데 사용한다는 불만도 많았다.
 
지난해 교과부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 40개 국립대는 2002∼2010년 기성회 회계에서 급여 보조성 인건비로 2조8천172억원을 교직원들에게 추가로 지급했다.
 
학교별 규모는 서울대 4천308억원, 부산대 2천65억원, 경북대 2천1억원, 전남대 1천644억원, 강원대 1천469억원 등이었다.
 
이렇게 나간 돈이 기성회 회계의 세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서울대 27%, 충북대 24.8%, 경북대 23%, 부산대 22.7%, 강원대 22.5% 등으로 전체 평균은 21.3%였다.
 
교과부는 지난해 6월 기성회비를 교직원 인건비를 올리는데 부당하게 사용한 14개 국립대학의 2012년 예산을 1~3.5% 삭감했다. 교과부는 이들 대학에 대한 예산삭감총액 60억원을 상대적으로 급여보조성 경비를 적게 쓴 다른 대학에 인센티브로 주기로 했다.
 
교과부는 기성회 회계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해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6일 발표한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교과부는 단기적으로 국립대 기성회 회계 제도를 개선해 기성회비의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고 투명한 운용을 위해 기존 단식부기 대신 복식부기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교직원에게 지급해온 급여 보조성 경비는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폐지 시기와 방법 등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장기적으로 `국립대학 재정ㆍ회계법'을 제정해 국립대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은 기성회비를 폐지해 수업료로 일원화하고 국립대에 적용되는 국고 일반회계와 기성회 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국립대 회계는 크게 국고 회계와 비국고 회계로 구성되며 기성회 회계는 비국고 회계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기성회 회계는 국가가 부담하지 못하는 `긴급 분야'를 지원할 용도로 대학이 징수해 쓰는 국고회계의 `보조적 역할'을 해왔지만 제 기능을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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