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울리는 전화벨…“봇물 터진 듯하네요”

최근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사회적 관심이 모이며 지난 1월 11일 기존의 학교폭력 신고전화들을 통합한 ‘117학교폭력 신고센터’가 출범했다. 출범하자마자 117센터에는 신고전화가 몰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가 얼마나 크고 심각한 것인지 엿보게 하고 있다.

문자로 신고하면 경찰청 내부 신고망에 접수되어 상담원이 즉각 확인하게 된다.
문자로 신고하면 경찰청 내부 신고망에 접수되어 상담원이 즉각 확인하게 된다.
“서울의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가 정신지체장애아인데, 전학 온 지 몇 달 만에 동급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고 온 얼굴이 부었다.”

“딸이 인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데 1학년 때부터 왕따를 당했다. 가해학생들이 딸의 교과서를 물에 적시기도 하는 등 조직적인 왕따와 학교폭력을 가해 2010년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동급생 5명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신체포기각서까지 써주었다. 담임교사가 알려줘 경찰에 신고까지 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오히려 피해가족을 욕하고 적반하장이다.”

“부산의 중학교 2학년생이 친구들로부터 돈을 빼앗고 약한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특히 자기가 싫어하는 아이는 왕따를 시키고, 여자 후배들 앞에서 때리는 등 행패를 부리고 있다. 학교에 알려도 징계가 너무 약해 여전히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경북 포항에 사는 중학교 2학년 자녀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데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낫 등으로 위협을 받으며 심한 폭행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 문자, 전화, 이메일 등으로 온갖 욕설과 폭언을 당해 아이가 밤에 잠을 못 자고 있다.”

마치 봇물이 터진 듯했다. 1월 11일 학교폭력신고센터가 ‘117’이란 단일 번호로 통합된 후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가 전국에서 줄을 잇고 있다. 단일 통합 일주일째인 1월 17일 찾아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의 ‘117학교폭력 신고센터’는 연방 울리는 전화벨소리와 전화상담 소리에 조용할 틈이 없었다. 어디선가 ‘딩동’ 벨소리가 울리면 117센터가 운영하는 ‘안전 Dream’ 인터넷 홈페이지의 ‘1대1 채팅방’에 누군가 들어온 것이다.

폭행·갈취·협박이 대부분 중복해서 발생

“곳곳에 쌓여 있던 학교폭력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아요. 지금 진행 중인 학교폭력부터 자신이나 혹은 자녀가 경험한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연일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어요.”
이곳 117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신영숙(52) 경감의 말이다.

최근 학교폭력에 시달려온 학생들이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가운데 출범한 117센터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Wee센터(1588-7179),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CYS-Net(1388), 경찰청이 운영하는 One-Stop 지원센터(117)로 분산돼 있던 학교폭력 신고전화를 통합한 것이다.

새해 들어 1월 15일까지 117센터에 신고된 학교폭력 전화는 하루 평균 18.7건, 전년 같은 기간의 0.8건과 비교해 24배가 증가했다. 신고유형을 보면 ▲폭행·협박이 1백58건(56.4퍼센트) ▲갈취 29건(10.4퍼센트) ▲왕따 35건(12.5퍼센트) ▲기타 58건(문의, 항의 등 20.7퍼센트) 순이었다. 특히 통합 이후 신고 건수는 매일 30~60건.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폭행과 갈취, 협박이 대부분 중복해서 발생합니다. 때리고 돈 빼앗고,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협박을 하는 게 한꺼번에 발생하죠.”

신 경감을 포함해 모두 20명의 직원이 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가동되는 117신고센터는 모든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한 후 경미한 사안은 ‘학교폭력 One–top 지원센터’로 이송하고, 중대한 사안은 경찰이 즉시 개입해 조치한다. 올 들어 보름간 117센터에 접수된 2백90건의 신고 가운데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사례는 93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고학년 장애아동의 바지를 벗기고 자위행위를 시키고 있다.” “중학교 1학년생인 딸의 학교 선배가 휴대폰 문자와 전화로 폭언을 하고 여럿이 어울려 위협한다.” “서울 시내 모 중학교 1학년생 중 불량스러운 애들과 일진회 아이들이 한 아이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등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사례다.

유치원서 싹터… “폭력은 범죄” 인식시켜야

신 경감은 “117센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신고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1대1 채팅을 할 때에도 로그인을 하지 않고 익명으로 들어올 수 있게 했다. 또 전화뿐 아니라 인터넷, 1대1 채팅, 문자, 스마트폰 앱까지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접하는 모든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신고가 무료입니다. 117 전화는 전국 어디서든 요금이 무료이고, ‘#117’로 보내는 문자도 통신사들과 협의해 무료로 운영 중입니다.”

117학교폭력신고센터장인 신영숙 경감은 117전화와 문자 외에도 익명을 보장하는 사이버 신고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117학교폭력신고센터장인 신영숙 경감은 117전화와 문자 외에도 익명을 보장하는 사이버 신고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 경감은 주변 목격자들의 신고가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신고를 당부했다.

“피해 당사자는 겁에 질려 신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주변에 알려도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보복당할까 걱정을 하죠.”

또 상담을 하다 보면 피해를 입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내성적이거나 비만하거나 하여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 경감은 “특히 지체장애나 정신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왕따나 폭력 등 학교폭력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정말 약자에 대해 도저히 하면 안 되는 짓”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07년부터 117신고센터에서 일하며 여성청소년 관련 상담을 전문적으로 해온 신 경감은 이제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은 유치원 때부터 싹이 틉니다. 그때부터 어떤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리기 시작하고, 그것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받지 못하고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면서 초등학교로 이어져요. 그리고 초등학교 때 폭력을 행사한 아이들은 다시 중고등학교까지 크게 바뀌지 않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질서와 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육이 필요하고, 모든 폭력은 범죄란 사실을 인식해야 학교폭력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신 경감은 말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학교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심각성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117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내용을 경찰, Wee센터 등이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후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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