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578개교서 3320개교로 늘려…지도자 교육도 병행키로

또래상담제가 학교폭력 근절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정부는 또래상담자를 늘려 모두 3천3백20개교에서 또래상담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래상담자들을 선발·양성하는 전문상담교사 등 지도자 교육도 늘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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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또래상담제 확대가 시행될 예정이다. 또래상담제란 왕따·싸움·괴롭힘 등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또래 친구가 동참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51퍼센트가 고민을 말하는 상대로 친구를 꼽았다.

또래는 교사나 부모보다 먼저 보고 자세히 듣는 최선의 고민 상담사다. 피해 학생은 교사나 부모가 미처 모르는 고민들을 가까운 친구들과 얘기함으로써 보다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조은경(47) 팀장은 “또래가 힘들어하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이는 교사나 부모가 아닌 바로 옆에 있는 친구다”며 “비슷한 정서와 경험을 가진 또래끼리는 훨씬 쉽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51퍼센트 고민 말하는 상대로 친구 꼽아

지난 2007년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학교폭력 문제를 조기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청소년 또래상담’ 제도를 도입했다. 청소년들이 적극 동참해 다 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또래상담자는 전문상담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원을 통해 전문교육을 받는다. 실제 상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실습과정도 포함돼 있다. 또래상담자는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학교폭력 피해 소지가 있는 학생과 고민을 나눈다. 주변 아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이메일이나 채팅 등 온라인 이용도 가능하다.

경기교육청도 지난해 학교 10곳을 대상으로 ‘또래 조정인’을 도입했다. 학교폭력 등 고민 많은 친구에게 다가가 참된 벗이 되는 청소년을 키운다는 취지다. 이에 따르면 갈등 조정법과 상담 기법을 익힌 또래가 중재자로 나선다. 경기도 고양시 행신고는 교칙을 위반한 학생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학생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자치 법정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활동 중인 또래상담자는 5백78개교 5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전국 학생 수 5백58만여 명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조 팀장은 “학급에 또래 상담자가 4명 이상일 때 탁월한 효과를 거둔다”며 “정부·지자체·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또래상담반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선도 사례로 꼽히는 학교들이 있다. 서울 강동구 한영고는 상설동아리 형태로 13년째 또래상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3월 초 신입회원을 받고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정식 이수하면 수료증을 준다. 또래상담자들은 이 교육을 통해 상담 기본자세를 배운다.

또래상담자도 친구 도우며 자가치유 효과

또래상담자들은 먼저 상담요청을 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학급 내에서 고통받는 학우들에게 자발적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유부열(46) 상담교사는 “또래상담은 학교폭력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며 “또래상담제의 전국 조직화가 이뤄지면 상담문화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 안양여고도 2000년부터 또래상담을 실천해 오고 있다. 학급별로 2~3명의 또래상담자를 고루 배치해 다양한 학생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래상담자는 교사와 피해 학생 사이를 잇는 교두보 역할도 한다. 교실을 비운 사이 일어날 수 있는 폭력과 따돌림을 교사가 즉각 알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들끼리 풀기 힘든 문제는 전문상담기관 등 외부에 도움도 구한다. 안양여고 이정진(51) 상담교사는 “교사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상담자 역할을 잘한다”며 “피해 소지가 있는 학생들을 도우면서 또래상담자 아이들 역시 자가치유를 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은 이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 62퍼센트는 “모른 척했다”고 답했다.

조 팀장은 “또래상담자의 가장 큰 역할은 거창한 문제가 아닌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일”이라면서 “옆에서 힘들어하는 친구의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심리적 지지가 학교폭력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또래상담자를 늘려 모두 3천3백20개교에서 또래상담자를 활동시킬 계획이다. 또래상담자들을 선발하고 양성하기 위해 전문상담교사 등 지도자 교육도 늘릴 예정이다.

강영진(50)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갈등해결학 교수는 “상담 훈련을 받은 학생은 갈등을 조정하는 문제해결력이 뛰어나다”며 “가해 학생에게 중조인을 맡기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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