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 맞고소 검토 "강희락 고소하라"…이종걸도 '역공' "검찰 소환에 불응"

[대자보-이석주 기자]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 <조선일보>가 '실명 거론'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을 지난 10일 고소한 이후, <조선>을 향한 이들 의원 측의 대응 수위가 사실상의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미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이종걸 의원의 경우, 14일 토론회를 통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가 하면, 민노당은 <조선>의 공개해명 등을 촉구하며 경우에 따라선 '무고죄'로 맞고소할 수도 있음을 선포하고 나섰다.

"<조선>, '실명 공개' 강희락 경찰청장은 왜 고소 않나"

민노당은 이날 오후 이수호 최고위원과 박승흡 대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스트에 올랐던, 오르지 않았던 조선일보는 사고를 통해 공식 입장을 천명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이들은 전날 강희락 경찰청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선일보의 고위 임원 이름이 (리스트에) 들어있다'고 말한 점에 주목, "조선일보의 대응이 궁금하다"며 "강희락 경찰청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라"고 성토했다.

'면책특권'이 보장된 이종걸 의원과 이정희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면, 피의사실을 국회에서 공개한 강 청장이야 말로 명백히 고소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민노당은 "조선일보가 강 청장을 고소하지 않는다면 논리적 정당성과 법률적 형평성을 잃는 것"이라며 "만일 강 청장에 대한 고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은 무고죄로 조선일보를 고소할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촉구했다.

이수호 최고위원은 "조선일보는 무릎 꿇고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국회의원들을 고소하는 것은 의원의 직무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이정희 의원에 대한 고소 철회를 촉구했다.

<조선> 김대중 맹공, "상황논리에 따라 입장 바뀌어서는 안돼"

민노당은 또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을 겨냥, "강호순 사건의 얼굴을 공개했을 때의 그 기민함은 어디 갔느냐"며 "혹시 (실명을 거론해선 안되는) 이유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위치에 있는 인사이기 때문이냐. 근거 없는 모함과 모략이기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앞서 김 고문은 지난 13일 '조선일보의 명예와 도덕성의 문제'란 제목의 칼럼에서 "그것(장자연 사건)이 명백히 규명될 때까지 우리 모두는 실명보도를 자제하는 언론풍토를 만들어 가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종걸-이정희 의원에 대해선 "야당의원들이 하나 둘씩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확인도 안 된, 근거 없는 말들을 뱉어내고 매체들은 이들의 발언을 기다렸다는 듯이 옮기는 짜고 치는 듯한 게임이 연출되기 시작했다"고 폄훼했다.


이와 관련, 민노당은 "박연차 리스트가 퍼질 무렵, 조선일보는 김무성, 허태열, 김학송 등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름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며 "이 때는 왜 김대중 고문이 행간에서 밝힌 무죄추정의 원칙이 작동하지 않았느냐"고 맹비난했다.

또 "그 때 공개한 원칙과 지금 실명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원칙과의 차이를 어떻게 해명할 것이냐"며 "조선일보의 보도원칙이 자가당착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황논리에 따라 입장이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민노당은 "(이 사건은) 박연차 리스트에 묻혀 어물쩍 넘어갈 성질이 아니다.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국민여론은 가장 막강한 면책특권을 갖고 있다"며 "국민이 리스트 공개를 요구한다면 '살아있는 권력' 조선일보도 예외일 수 없다"고 공개해명을 촉구했다.

이종걸 의원 측도 토론회 등 '역공', 검찰 소환요구 시 "응하지 않겠다" 밝혀

이종걸 의원 측도 <조선>을 향한 '역공'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지난 13일 라디오 방송에서 "침묵의 카르텔을 깰 수 있는 도구가 면책특권"이라고 밝힌 이 의원은 이날 토론회 까지 개최, 자신의 발언이 '알 권리' 차원이었음을 강조했다.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와 박경신 고려대 교수,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등 학계와 언론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이 의원은 이자리에서 "이번 사건은 국민의 알 권리가 구체적으로 형성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한달 동안 오락가락하는 수사의 왜곡 과정을 목도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예감을 하게 됐다"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거대언론사의 특정 임원이었다는 사실에 직면, 명예훼손과 국민의 알아야 될 권리가 쟁점 사항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밖에도 검찰의 소환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검찰에서 출두 요구가 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절대로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조선일보 측 논리를 강요하기 위한 방법이라든지, 사회적 압박 수단으로 저희들을 몰아세우는 분위기에서 요구가 돌아온다면, 그 수사에 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검찰 요구가 이뤄질 경우 적잖은 파장을 예고했다.

그는 특히 김대중 고문에 대해서도 "특정임원과 전체 기자 등 직원 하이어라키(hierarchy-수직형 위계 조직)가 일원화돼서 충성관계가 잘 정리된 조직 같다"며 "정말 소름이 끼치는 일"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형사1부(이창재 부장검사)에 배당했다"고 1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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