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글 "해명과 방어 필요"…권양숙 여사 11일 소환조사, 민주당 "참담"

[대자보-취재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자신이 직접 돈을 요구했다는 검찰 발 언론보도와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이 12일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이미 기정사실로 보도가 되고 있으니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며 박 회장으로 부터의 직접 수수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앞서 검찰 수사에 대한 노림수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내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박 회장이 진술한 내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정면돌파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발 언론보도로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언론들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 놓아서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며 "소재는 주로 검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 7일 대국민 사과형식의 첫번째 글을 거론,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하다"며 "그래서 내가 그냥 지고 가자고 사람들과 의논도 해 보았다. 결국 사실대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도덕적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며 "참 구차하고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검찰이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문제의 10억 원을 직접 요구했다는 진술을 박연차 회장이 했다"는 언론보도를 전면 일축함과 동시, 향후 검찰에 소환될 경우, 자신을 둘러싼 수사과정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니 말이 돼'라는 의문을 가지는 것은 상식에 맞는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증거"라며 "그래서 저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보도를 보니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나아가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저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며 "참 쉽지 않은 일일 것이지만, 저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는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그 동안 계속 부끄럽고 민망스럽고 구차스러울 것"이라며 "그래도 저는 성실히 방어하고 해명을 할 것이다.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제가 당당해질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일단 사실이라도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양숙 여사, 11일 11시간 동안 검찰 조사 받아…건호 씨도 귀국후 소환

한편 11일 저녁 입국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12일 검찰에 소환되기 앞서, 권양숙 여사가 11일 부산지검에 소환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2일 정례브리핑에서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소환 조사했다"며 "중수부 검사 2명이 전날 부산지검에 직접 내려가 권 여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에 따르면, 검찰은 권 여사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부터 1백만 달러를 받게 된 경위 등을 물었으며, 11시간 가까이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상문 전 비서관이 2006년 8월 받은 3억원이 권여사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도 함께 조사했다. 검찰은 다만 노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에 대해선 시기나 방법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통해 권 여사가 이 돈으로 실제 빚을 갚았는지, 갚았다면 누구에게 얼마나 갚았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설명했다.

홍 기획관은 "권 여사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1백만 달러에 대한)차용증이나 그 외 일체의 영수증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사과문에 나와 있는 내용 정도만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박 회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5)씨에게 넘어간 문제의 5백만 달러에 대해 권 여사를 상대로 이 돈이 노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권양숙 여사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범죄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포괄적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 "참담한 심정"…한나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비겁한 행위"

이와 관련,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건호 씨와 권양숙 여사가 사상초유의 검찰 수사를 받은 것에 대해 착찹한 심정을 드러냈다.

반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거듭 촉구, "사법책임을 피해가려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은 비겁하고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논평했다.

특히 조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가 빌린 돈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비겁한 행위"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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