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빈소 찾아 "우리가 모든 책임 다했는가 성찰"

[조은뉴스=권경렬 기자]   7일로 취임 12일째를 맞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가 전임 시장들과 달라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박 시장은 일요일인 6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을 들러 곧바로 지난 4일 숨진 노숙인 홍모씨의 시신이 있는 안치실로 내려가 국화 한 송이를 헌화했다. 그는 이후 회의실로 이동해 의료원 관계자로부터 노숙인과 행려병자 치료 현황을 들었다.

박 시장은 “노숙인이 지하철 화장실에서 숨졌다는 당직 보고를 받고 연고도 없는 한 사람이 가는 길에 누군가 친구가 되어주는 일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찾아왔다”며 노숙인 재활시설 관계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여재훈 소장은 “2006년부터 서울역 진료소를 찾았는데 가난으로 공부하지 못하고 일용직으로 떠돌다 나이가 들어 거리로 내몰리자 술에 의존하게 된 노숙인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알코올 중독 노숙인들을 받아주는 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그 분(홍씨)이 외롭게 돌아가실 때까지 우리가 모든 책임 다했는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며 “개인적인 잘못도 있겠지만, 단계별로 본다면 이런 비극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종교기관, 비영리기관, 병원 등과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면 노숙인 문제 해결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12일… 연일 파격 행보

이뿐만이 아니다. 박 시장은 취임 첫날 서울지역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지원을 결재한 뒤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지원,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 등 거의 날마다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월계동 방사능 검출 현장을 방문해 직접 기계를 잡고 방사능 수치 검사를 하기도 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장을 맞은 서울시 공무원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새 시장의 시정 철학을 이해하려고 박 시장의 책 10권을 한꺼번에 구입해 사무실, 집에 두고 시간 나는 대로 읽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소탈한 모습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언론의 주목을 받은 무상급식 결재 땐 전임 시장들처럼 값비싼 외국산 만년필이 아닌 직장인들이 쓰는 파란색 플라스틱 볼펜으로 서명했다. 관용차로 전임 시장이 쓰던 대형 승용차 대신 승합차를 타고 있고, 간부회의 때도 부하 직원들의 발언을 경청한다고 한다.

또한, 박시장은 ‘시민단체 출신들이 중요 자리를 독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불식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박 시장은 인사 규모를 최소화하고 내년 인사로 미뤘다. 오세훈 전 시장이 취임 초기 측근 20여명을 요직에 배치해 뒷말이 나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2년8개월 남짓 남은 임기와 전임 시장들의 전시성 토건사업 등으로 인해 악화된 재정상태는 박 시장의 서울 시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에 시민들은 기대감과 걱정을 함께 품고 있다. 당분간 박 시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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