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의 초석인 기술인

[(부산)조은뉴스=조원진 기자]  지난 10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은 제41회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를 포함해 기술-기능인 250여명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학력보다는 기술의 길을 선택한 젊은이들에게 보다 나은 내일이 펼쳐질 수 있도록 숙련 기술인이 대우받는 사회, 학력보다는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 구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우대 분위기를 높여 일류선진국가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호주 이민을 생각하고 있는 A씨는 “대학에서 자동차학을 전공하여 자동차 정비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루 11시간 근무하고, 주일 2번 쉬며 열심히 일하는 데 월급이 갓 대학을 졸업한 사무직 신입사원과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이민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월급이 적은 것보다 8년 경력의 기술자에게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기술직 노동자들을 천시, 무시하는 풍토와 열악한 근무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한다.

이 땅에는 오래전 백성을 나누던 네 가지 계급 사농공상 (士農工商)이 있었다. 전근대사회에서 신분의 귀천이 직업의 귀천을 결정하며 직업의 귀천이 곧 신분의 귀천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여 ‘사민’에도 사·농·공·상의 순서로 차별을 두었다. 이 사회의식은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쳐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현재 남아있다.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농공상의 지배윤리에서 비롯한 사고방식과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기술자에 대한 편견이 없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 정책은 국가의 직업교육과 취업 후 사내 교육을 통해 기능직의 최고봉인 '마이스터(명장/名匠)'를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독일의 고등학생들은 60~70%(학년 당 150만 명)가량이 직업기술교육을 받은 후 취업한다. 현장에서 3년 동안 일하고 나면 마이스터가 될 자격을 얻게 되고 독일상공회의소(IHK) 등 관련 기관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자신의 전공과 경제, 법률, 교육 등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마이스터 중에는 대학을 나온 전문직 종사자와 같이 기술 전문가로서 사회적인 존경도 받게 된다.

기술자들에 대한 사회의 성숙도가 높은 나라는 호주이다. 호주에서는 어디에서나 기술자들과 인부들이 전형적인 작업복인 짙은 청색이나 형광색이 들어간 짙은 청색의 작업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대부분 기름때와 흙먼지가 묻은 채 어느 곳에나 출입한다. 그 누구도 그들을 향해 거부감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얼굴을 찡거리지 않는다. 호주에서는 단순작업 노동자들은 별 기술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직에 비해 임금이 낮은 편이지만 대졸자와는 큰 차이가 없다. 용접공, 배관공, 타일기술자들은 전문 기술자로 존경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과 비슷한 호주의 전기회사 대졸입사자들은 기술자에 대해 ‘나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니까 나보다 더 많이 받을 자격이 있고 그만한 사회적 대우도 받아야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사회도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기능직 내지 기술직이 다른 직종에 비하여 열등하게 차별대우 받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술자들이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것이 국가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며 올바름을 지향하는 공정사회(公正社會)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바로 지금이 경제성장의 초석인 숙련기술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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