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오보' 관련자 해임, '후폭풍' 거셀 듯… 박찬종 "정중히 사과하라"

<동아일보>가 지난 4개월 간 미네르바 진위 논란을 일으킨 '신동아' 보도와 관련, 18일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를 지면에 게재하고 관련 기사 일체가 오보였음을 공식 시인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사는 이번 파문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출판편집인과 출판국장, 신동아 편집장에 대해 해임과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한편, 기사 검증 체계와 내부 교육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수습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과정에서도 <동아일보>와 <신동아>는 가짜 '미네르바'로 밝혀진 K씨의 신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동시, 관련 기사 게재 당시 취재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신뢰도에 결정적 타격을 입은 이들은 '미네르바 오보' 파문과 관련해 향후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게될 전망이다.

■ 관련자 해임 및 정직, 재발방지책 수립…"반면교사 삼을 것"

<동아일보>는 이날 자 지면에 '신동아 미네르바 오보 거듭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사과문과 <신동아> 4월호를 요약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게재하고, 1달 간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 자신들이 게재한 '미네르바' K씨는 가짜로 드러났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오보' 관련 사과문을 게재한 동아일보사는 지난달 16일 부터 3월 16일 까지 출판국장과 신동아 편집장 등 사내 조사 대상자들로부터 경위서와 취재 자료 일체를 제출받아 진상조사를 실시해왔다.

<동아일보>는 "조사 결과 신동아는 저널리즘의 기본인 사실 검증과 확인을 소홀히 했다"며 "'게이트키핑(단계별 기사 검증)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취재 윤리에 어긋난 부분도 있었다"고 취재 과정에서 자신들이 범한 실수를 공식 인정했다.

이어 "동아일보사는 신동아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한 것에 대해 깊이 자성하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아울러 이번 오보에 대한 책임을 따져 출판편집인, 출판국장, 신동아 편집장을 해임, 정직하는 등 엄중 문책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동아일보사는 독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명심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사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구체적 기준 정립과 내부 교육 △게이트키핑과 관련한 내부 검증 체계 확립 △신문 중심의 심의 대상을 잡지, 온라인 뉴스로의 확대 등을 약속했다.

<동아일보>는 "기존의 독자인권위원회를 '독자위원회'(가칭)로 확대 개편해 독자인권 보호뿐만 아니라 독자로부터 기사에 대한 평가와 검증을 받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더욱 책임있는 언론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 신동아 2008년 12월호 K 씨 기고문 게재 경위는?

한편 동아일보사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신동아팀 송문홍 편집장과 윤영호 편집위원, 해당 기자 등을 면담한 뒤 전화와 e메일 등을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작업을 거쳤다. 특히 K씨와는 두 차례 만나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송 편집장은 지난해 11월 8일께 대북사업가 권모씨로 부터 "미네르바 기사를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뒤, K씨와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이후 송 편집장은 11월 12일 권 씨와의 통화에서 "미네르바가 인터뷰를 꺼린다"는 말을 듣고 13일 K씨의 기고문을 싣기로 결정했으며, K씨는 미네르바 박대성 씨의 글과 자신의 이전 글을 섞어 기고문을 작성한 뒤, 신동아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2009년 1월8일, 당시 진짜 '미네르바'로 추정됐던 박대성 씨가 구속됐고, 이에 송 편집장은 진위여부를 확인키 위해 K씨에게 인터뷰를 요청, 지난 1월 14일 오후 8시께 K씨와 아현역 인근 카페에서 만나 1시간 반동안 대화를 나눴다.

특히 이 시점 부터 <신동아> 간부회의에서는 "K씨가 진짜 미네르바 인지의 진위를 가릴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므로 아이피와 아이디 문제를 규명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 K씨 자백경위…박찬종 변호사 "정중한 사과 촉구"

이때문에 지난달 12일 송 편집장과 신동아 기자들은 권씨와 K씨 등이 S호텔에 모인 자리에서 "(K씨가) 미네르바가 맞다면 그동안 글을 올린 아이디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K씨는 "글은 내가 직접 올리지 않아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신동아의 한 기자가 "당신 미네르바 아니지"라고 묻자, K씨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네"라고 답했고, 심지어 "박모씨가 구속됐을 때는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는 것. 이때부터 사실상 '오보'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다음날 새벽 권씨가 K씨와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해 신동아팀은 S호텔 로비에 내려왔고, 동아일보사 조사위는 "권씨가 K씨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했다"는 진술을 양측(권씨와 K씨) 으로부터 확인했다.

신동아팀은 그러나 2월13일 K씨를 다시 만나 "왜 미네르바를 사칭했느냐"고 물었고 K씨는 "독서클럽 멤버중에 50대 K씨가 있다. 그가 진짜 미네르바다. 이름은 모르지만 50대 K씨를 찾을 수 있다. 만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동아팀은 통상의 원고 마감일을 하루 앞둔 2월 14일 오후 출판국에서 전체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신동아 기자들은 K 씨가 가짜 미네르바라고 최종 결론을 냈다.

이후 동아일보사는 사흘 뒤인 2월17일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첫번째 사과문을 싣고,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했던 K씨가 결국 가짜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네르바 오보 파문의 전말이 밝혀짐과 동시, 취재과정에서 <신동아>와 <동아>의 결정적 실수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날 조사위는 K씨와 권 씨의 '관계' 만을 제시했을 뿐, 파문을 불러온 K씨의 신원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 구속된 미네르바 박대성 씨 측 박찬종 변호사는 "신동아가 K의 실체를 완전히 밝히고 정중한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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