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직장에서 일이 밀려서 조금만 늦게까지 근무를 해도 혼자 있을 아이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는데, 이제는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 덕분에 안심하고 야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있는 ‘성분도 빛둘레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한 학부모의 이야기다.

“밤에 아이를 무료로 돌봐드립니다”
부산시에선 올해 1월 1일부터 서구를 제외한 15개 자치구·군에서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 16곳을 운영하고 있다.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는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의 자녀를 무료로 돌봐주는 곳이다. 수급자, 차상위 계층, 조손가정 등 사회취약계층 자녀들만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지역아동센터에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만 운영했지만, 이곳에선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문을 연다. 


부산시에선 이곳에 야간전담 아동복지교사 16명을 배치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학습강좌, 학교숙제지도, 생활지도, 영화관람과 같은 외부 체험학습 등 다양한 야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귀가 시간이 되면 집까지 직접 데려다준다. 이를 위해 시에선 간식비·유류비 등 야간운영 소요예산 1억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청 아동청소년담당관실 원세연 담당자는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김길태 사건 직후 빈집에 홀로 방치된 아이들이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늦은 시간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은 범죄자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최근 부산시민 중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늘고 있지만,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보호해줄 기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산시에선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수급자, 저소득층과 같은 사회취약계층의 가정은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이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수혜자의 범위에 선정했습니다.”

숙제 봐주고 밥도 챙겨줘요
성분도 빛둘레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에는 12명의 초등학생과 11명의 중학생이 다니고 있다. 이곳의 박묘숙 센터장은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가 생겨 아이들이 한층 더 보호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센터가 있는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일대는 행정구역 상 부산시이긴 하지만 사실상 외곽지역입니다. 집값이 부산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 많이 살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맞벌이를 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으며 늦은 시간 혼자 지내는 학생도 굉장히 많았어요. 센터 측에서도 그런 학생들을 수용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되지 않아서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부산시의 지원으로 밤늦게 혼자 지내는 학생 중 일부분이라도 수용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는 야간전담 아동복지교사가 매일 저녁 9시까지 숙제를 봐주고 준비물을 챙겨주는 등 생활지도를 해준다. 센터 후원기관에서 제공한 영양식단표에 따라 밥도 해준다 .또 이곳에서는 자원봉사자와 함께 아이들을 직접 집에 데려다준다. 부모님이 있는지 확인한 뒤 집에 들여보내는데, 집에 아무도 없으면 보호자를 함께 기다리거나 보호자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센터에서 아이를 봐주니 안심할 수 있네요”
현재 이곳을 이용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편하고 안전해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초등학생(11·여)은 “센터에서 친구들과 늦은 시간까지 함께 공부하고 놀 수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했다.“저는 부모님이 모두 밤늦게 퇴근을 하셔서 제 스스로 항상 숙제도 하고 일기도 썼습니다. 특히 숙제를 하다가 모르는 점이 있어도 부모님이 도와줄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도 잘 해주시고 많이 도와줍니다. 또 부모님이 늦게 퇴근해 집에 혼자 있으면 너무 무서웠는데 지금은 센터에서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항상 부모님에 계셔서 무섭지 않습니다.”

이곳에 아들과 딸을 맡기고 있다는 김모씨(여·직장인)는 “센터가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줘서 훨씬 일하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저는 오후반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밤늦게 퇴근합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아이들 밥도 제대로 못 챙겨줬고, 아이들이 직접 직장으로 찾아와 함께 저녁밥을 먹고 제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퇴근을 하기도 했습니다. 피곤해서 아이들 공부도 제대로 봐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센터에서 밤늦게까지 아이를 맡아주니 안심도 되고 또 학습지도와 숙제, 준비물 점검까지 신경써주니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센터에서 만난 다자녀가정 이모씨(여·주부)는 아이 3명을 이곳에 보내고 있었다.

“아이가 5명입니다. 첫째가 초등학교 5학년이고 막내가 이제 막 5개월 된 아기입니다. 집에서는 아기 울음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첫째가 공부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다섯 명을 키우다보니 한 명 한 명 신경써주지 못했어요. 센터에 매일 보내고 있는데요, 참 좋네요. 편식도 고쳤어요. 숙제나 일기도 꼼꼼하게 해오고요. 굉장히 대견해요.”


대상 늘려 다른 학생들도 보호받았으면
센터의 박묘숙 센터장은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의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 센터에 오고 싶어도 조건이 되지 않아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급자나 차상위층만 이용할 수 있거든요. 부산시에서 범위를 확대해서 다른 학생들도 보호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앞으로 지원금을 어느 정도 더 확보하면 전체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 개개인의 요구에 맞게끔 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부산시청 아동청소년담당관실 원세연 담당자는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가 생긴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아직까지 보완해야할 점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운영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떤 점을 더 보완해야 하며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모니터링 하는 단계입니다. 앞으로 지원금을 더 늘리고 더 많은 기관을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로 지정해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많은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다니면서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사정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다. 이들은 주로 거리를 배회하거나 빈집에서 홀로 지내곤 한다. 하지만 야간보호전담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아이들은 홀로 있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모든 아이들이 범죄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책기자 최주현(대학생) juhyeoncho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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