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 동호리 멸치후리기마을

강원 양양군 동호리의 최대 어메니티는 ‘멸리후리기’다.

해수욕장과 TV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도 있지만 멸치후리기가 소득도 많고, 상징성도 높다. 70가구 190여명이 사는 이 마을은 양양국제공항 뒤편에 위치한 해변의 작은 농어촌 마을이다. 멸치후리기란 U자형으로 바다에 던진 그물을 육지에서 사람들이 당겨 멸치를 잡는 것을 뜻한다. 바다에 떠있는 배에서 물고기를 잡는 통상적인 어로작업과는 다르다. 이런 전통적인 멸치잡이 방식 때문에 동호리는 ‘멸치마을’이란 별칭도 얻었다.

멸치후리기를 통해 동호리 각 가구는 연평균 3천5백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전국 농촌가구 연평균 소득 2천9백20만원보다 6백원이 많다.

하지만 동호리가 이렇게 되기까지 곡절도 많았다. 1970년대 중반까지는 멸치후리기가 쉬웠다. 한 번 던진 그물에 1t 트럭 15대 분량의 멸치가 잡히기도 했다. 멸치 잡을 때 부르는 노래인 ‘멸치소리’의 명인 김근배씨(68)는 “그물에 갇힌 명치 가운데 3분의 1가량만 잡고 나머지는 놓아준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멸치가 많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십척의 대형 어선이 선단을 형성해 멸치를 싹쓸이해 갔다. 점차 멸치가 사라지고 주민들의 한숨만 그물에 그득했다. 자연히 마을도 쇠퇴해 갔다. 83년 가을의 멸치후리기 후 동호리에선 아무도 멸치후리기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됐다.

서울에 살던 김남규 이장(55)이 귀향한 뒤부터 마을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잘 살려면 동호리만의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에 따라 18년 만인 2000년 멸치후리기가 재등장했다. 2003년엔 강원도 새농어촌우수마을로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우수마을 포상금 5억원을 받아 명치후리기 장비도 새로 마련했다. 길이 500m, 높이 2m짜리 대형 어망과 60마련 동력어선 1천을 새로 구입한 것. 덕분에 멸치 외에도 고등어, 날치, 황어 등 어획량은 더욱 늘어났다.

멸치마을은 동호해수욕장이 개장하는 7월 중순~8우러 중순에는 체험객들을 대상으로 매일 며칠후리기를 선보이고 싱싱한 물고기도 1인당 2~3마리씩 나눠준다.

그리고 5~11월에는 단체당 30만원을 받는 유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0~40명의 단체를 상대로 멸치 그물을 당기고 잡은 멸치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즉석에서 멸치회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그물 한 번에 2백만원어치의 고기가 잡힌다. 언뜻 동호리가 손해보는 것 같지만 체험 참여 관광객들을 통해 마을 어메니티를 홍보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지 않다는 게 동호리 주민들의 생각이다.

주 2~3회가량 운영한다. 동호리는 지난해부터 해변가에 펜션을 짓고 있다. 관광객이 늘어 숙박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40명가량이 묵을 수 있는 펜션은 오는 6월게 완공돼 7월부터 영업이 가능해진다.

◇멸치후리기는 어떻게?=멸치후리기는 해변에 언덕이 있어야 하고 바다는 깊되 암초가 없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먼저 망지기가 언덕에서 바다를 지켜보다가 멸치 떼가 원하는 위치까지 들어오면 “아구떨구라”(그물내려라)고 소리치며 연기를 피워 신호를 보낸다. 주민들은 즉시 일손을 멈추고 뛰쳐나온다. 주민들이 육지에서 그물 한쪽 끝을 잡는 동안 배가 바다에 그물을 내리고 되돌아와 다른 한쪽 그물 끝을 넘겨줘 U자형 그물을 당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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