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황화진]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점심 먹는데 앞에 앉은 보안계 임 부장이 나한테 묻는다. “목사님, 성경을 얼마나 읽어야 기도가 술술 나오고 목사님들은 설교가 그렇게 나오는 거죠?” “하하하. 그게 뭐 몇 번 읽으면 된다는 법은 없구요. 하여튼 많이 읽으세요. 읽다보면 어느 땐가는 도통할 때가 있겠죠?” 그의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져 있었다. 웬일이냐고 물으니 이따가 시간이 좀 나기 때문에 맘먹고 성경을 좀 읽을 참이란다. 그렇지만 성경이란 책은 한번 읽어 치울 책도 아니고 한 번 마스터 했다고 끝나는 그런 책이 아니다. 읽고 또 읽고 묵상하고 또 묵상하면서 죽을 때까지 깨달아도 다 깨닫지 못하고 날마다 조금씩 주시는 은혜대로 사는 것이다. 목회자들한테 설교라는 것은 사실 평생의 숙제이다. 한 주에도 기본적으로 10편 이상의 설교를 하는데 그냥 떠들 수 없지 않는가. 그게 맘이 편안해야 설교가 작성이 되지 산만한 가운데서는 프레임 형성 자체가 안 된다. 그래서 목회자들은 맘 상하지 않도록 그리고 정신 딴 데 빠지지 않도록 항상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지혜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영적 권세를 주셔야 한다. 그러면 내용이 조금 부실해도 한마디 한마디에 영력이 붙으니 언어에 은혜로 역사하게 된다. 그게 중요하다. 내용도 없고 은혜도 없고 그렇다고 스피치가 좋은 것도 아니고 그러면 소위 죽 쑤는 거다. 다 완벽할 수야 없겠지만 어느 면에선 강한 것이 그래도 있어야 감당이 될 것이다. 나는 후배들한테 성경을 많이 읽도록 강조 한다. 의외로 성경을 잘 안 읽는 사역자들이 참으로 많다. 나는 이들을 양심불량이라고 한다. 그리고 새벽기도도 안 하는 사역자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실력으로 한다는 얘긴데 그럴 경우 잘해도 은혜가 안 된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우린 실력이란 게 일반적인 실력만 가지고는 안 된다. 영적인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는 죽어라 하고 성경 읽고 연구하고 기도하고 자기 절제 하고 묵상하고 글로 정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강단에 서면 다 하나님께서 전할 말씀을 주시는데 뭔 목회를 그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말하는 무식이 용감한(?) 사람들도 있다. 연세가 드신 분들한테는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적어도 후배들한테는 그따위 소리 하지 못하게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고학력시대요 인터넷 시대요 지식정보화 시대이다. 지금은 ‘무당 식 목회’를 버려야 한다. 선교 2세기의 한국교회는 질적으로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목회자들은 입술의 설교도 중요하겠지만 삶으로 설교하는 게 더 중요하다. 최근 큰 교회가 정치 집단화 되고 큰 목사들이 돈에 걸리든지, 이성에 걸리든지, 명예에 걸리든지 하여튼 요새 보니까 펑펑 걸려 넘어지는 뉴스를 보며 물론 일부지만 너무 커도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보면 크지 못한 것도 일면 은혜라고 자위해 본다. 그래도 목사로서 교회 커지고 싶고 설교 더 잘해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뜻대로 안 된다. 정말 교회 부흥 엿장수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뜻이 있어야 하고 본인의 노력도 있어야 하고 입지적 조건도 좋아야 하고 재정력도 있어야 하고 이것저것 다 잘 맞아 떨어지면 홈런 때리는 건데 아무리 커도 중요한 건 하나님 앞에 가봐야 안다. 누가 상 받을 자인지는 우리의 판단 가지고는 맹인이 코끼리 만지고 하는 얘기 수준이다. 기도나 설교 잘한다는 표현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정말 하나님이 받으시는 기도,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그런 설교 그런 기도를 하고 싶다. 간단치 않은 이 짐은 죽어야 벗는 것이지만 오늘도 나는 기쁨으로 이 짐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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