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감사원장 발언 이후 '인권위 정원 감축' 논란 새국면…野 의혹제기

김황식 감사원장이 20일 "국가 인권위원회의 정원을 30% 감축하라고 한 바가 없다"고 밝힌 이후, 인권시민단체와 인권위 내부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정원 감축'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당초 행정안전부가 '감사원의 요구'라는 이유를 대가며 '30% 감축 계획' 방침을 정했으나, 김 감사원장의 이같은 주장으로 '정부가 어떤 배경으로 인권위 정원을 감축키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야권은 21일 "행안부가 인권위 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는 인권위 규모를 사실상 축소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감사원, '인원 감축하라'는 결과 행안부에 보내지 않아"

김 감사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업무현황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감사원 처분요구서에 인권위 정원 축소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 감사원장은 이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인권위 정원이 미달 상태이기 때문에 조직과 국 사이에서 인원을 조정하라는 결과를 낸 것이지, 인원을 감축하라는 결과를 행안부에 보낸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같은 김 감사원장의 발언은 행정안전부가 '정원 감축'의 근거로 삼고 있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며, 이에 따라 정부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감사결과를 왜곡했다는 비판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달곤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19일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인권위 조직이 과다 운용돼 조직개편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조직을 줄이는 것은 인력을 줄이라는 것"이라며 정원 감축의 강행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감사원은 "행안부 장관은 인권위가 정부조직관리 지침 등에 맞게 과국 조직을 적절히 정비하여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속히 조직개편을 요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라고 행안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맹비난, "MB정부의 인권위 축소의도, 너무 뻔한 것 아니냐"

한편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현안브리핑을 갖고 "행안부가 명백한 허위사실까지 동원하여 정권입장에는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을 위축시키려 한 것"이라고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입법·사법·행정 등 3권으로 부터 분리하여 '국민의 인권과 평등권에 대한 침해 등을 방지·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라며 "이러한 정황 속에서 이루어진 이명박 정부의 '축소 의도'는 너무나 뻔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 대변인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것"이라며 "용산 참사와 같은 국가공권력의 인권침해 행위와 특정종교, 특정 정치적 견해, 특정 학교 출신, 특정 지역 출신에 특별한 우대를 한 것과 같은 평등권 침해에 대해 인권위원회는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이날 구두논평에서 "행안부는 왜 거짓말까지 하며 인원을 줄이기로 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인권위 인원축소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논의할 문제이지 감사결과를 왜곡해서 결정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

이런 가운데, 행안부가 '과다 운영'을 이유로 인권위 정원 축소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으나, 오히려 '인력 부족 상황'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독립성이 침해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가인권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 김칠준 사무총장은 20일 KBS <라디오 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에 출연, 인권위 축소방침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작년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행안부도 이에 대한 협의에서 20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인정을 했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만약 조직축소가 이루어지게 되면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위원회가 여러 가지로 독립성에 침해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게 될 것"이라고 우회적 비판을 가했다.

김 사무총장은 다만 "이달곤 장관이 청문회에서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겠다', '인권위 기능을 훼손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며 "앞으로 인권위가 여러가지 사정들을 충분히 설명하면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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