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에 시내의 한 한식집에서 <경제풍월>이라는 월간지의 창간 9주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모임이 있었습니다. 초대 받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내 짐작에 한 50명쯤 되는 것 같았는데, 지나간 10년 동안 정권 교체를 열렬하게 부르짖던 논객-변사들의 얼굴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 모임의 사회는 이 잡지의 창업주인 배병휴 씨가 맡아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한 마디씩 했는데 올해 87세인 <샘표식품>의 박승복 회장만이 건강에 관하여 몇 마디 했을 뿐, 일어서서 마이크를 잡는 사람마다 이명박 대통령을 “성토”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 사람인데”라고 말문을 연 뒤에는 오늘의 대통령을 여지없이 까는 겁니다. 어떤 이는 입에 거품을 물고 상기된 얼굴로 “우리를 이렇게 배신해도 되는 겁니까”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한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이명박은 의리가 없는 사나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심하세요. 그 저녁 그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의 한결같은 결론은 “이명박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밀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팔자가 아닌가”하는 것이었으니, 임기를 채우는 일은 어렵지 않겠다고 믿어집니다. 그러나 “의리가 없는 사나이”가 된다면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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