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울고 구박에 울고 인력난에 울고

1905년부터 한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는 중국 음식의 대명사 자장면이 한국의 고유 음식으로 자리 잡은지가 백년이 넘었다.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한 자장면은 한때 최고 외식 메뉴로 사랑 받았고 지금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 음식으로 국민의 음식으로 사랑 받고 있다. 특히, 먹음직스런 고기와 야채가 듬뿍 들어가고 콩과 밀가루로 발효 시킨 두반장의 고소한 맛을 아는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자장면의 맛은 한국의 현존하는 세대가 다 알고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 이런 자장면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가고 있다.

워낙 한국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기에 자장면은 새 정부에서 물가 관리 주요 품목에 오를 정도로 음식 값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이었다. 골목 상권의 대표주자로서 자장면이 물가 관리 품목에 오른다는건 어찌 보면 이해를 할 수 있으나 그 제조 배합물을 보면 어찌 보면 자장면 업자들이 볼멘 소리를 하는게 이해가 간다. 식용유나 밀가루는 이미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납품하고 있어 자기네들 손익에 따라 가격을 올리고 야채와 고기는 매일같이 산지 사정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데 최종 판매 가격으로서 자장면 값을 묶어 놓고 관리 하겠다는 것이 우리 보고 죽으란 소리나 같다고 아우성이다.

정말로 지금 중국 음식점이 망하고 있다. 국민의 음식인 자장면이 지금 울고 있는 것이다. 아마 우리 다음 세대들은 손으로 뽑거나 직접 주방장이 볶은 자장의 맛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기술이 있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 지금 선배 가게에서 배달로 월 2백 벌이를 합니다.” 중화요리 집 경력 20년차의 김성환(45세)씨의 이야기다.

동네 배달집은 이미 상권이 붕괴 중이다. 자장면 값 3,500원을 받아서 집세, 전기세 등을 빼면 5백원 남기기도 어려운데 부부가 함께 힘들게 해도 월 3백 벌이가 안되는 실정에서 어쩌다 불량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가는 중국 음식이 연일 메스컴에 조미료네 비 위생적이 네하는 소리만 들리면 월 3백 벌이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실정이라 이젠 앞이 캄캄하다고 한다.

고향에서 무작정 상경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맛있는 자장면과 세끼 밥 먹여주고 재워주는게 고마워 일하다 배운 기술인 중화 요리 기술이 한때는 배움에 비해 돈 잘버는 직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 있는 배달부로 전락한 현실이 서글프다고 한다.

자장면 맛을 제데로 내려면 경력 10년 이상은 되어야한다. 또한 어려운 기술을 배우려면 나름 엄격한 제도하에서 도제식 수업을 받을 정도로 자장면을 만드는 중국 요리집의 주방 내에서의 위계 질서는 엄격하다. 제일 아래 막내에서부터 조리장을 일컫는 실장까지 나름 계급 서열을 갖추고 식재료를 다듬는 칼 잡이의 칼판, 면을 뽑는 라면에 설거지에 사완까지 듣기에 생소한 계급이지만 나름의 룰로 위험한 불과 칼과의 싸움을 하면서 맛있는 요리 만드는 비법과 레시피를 배운다고 한다.

이러한 질서 속에서 기술을 익히고 조리장이 되기도 하고 업소의 주인이 되기도 하는데 지금은 조리장이 설거지도하고 때론 배달도 하는 실정이 되고 있을 정도로 아예 배울 사람이 없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동네 배달집의 경우 중국 교포가 중식당의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고는 있지만 짧은 숙련기간 동안 급속으로 배우다 보니 기능이 떨어지고 맛을 제데로 못내 입 맛 까다로운 소비자는 불만이고 이렇다 보니 중식당에 자장면 배달을 시키는 소비자는 점점 더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동네 중국 집을 운영 중인 업주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겨우 채용한 중국 교포는 실력 미달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가르쳐 써야할 형편이고 그렇다고 월급이 싼것도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인력난에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억지 인력을 끼워 맞추듯 활용하고 있다보니 음식 맛도 못맞추고 매장의 수지도 못맞추는 진퇴 양난의 상황이라는게 지금 동네 중국집의 현실이다.

배달 음식의 대표 주자로서 자장면은 이미 치킨과 피자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있어 머지 않아 사라질 음식의 하나로 손 꼽는 음식이라고 중식당 주인들은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07년 말 대비 2008년 말 중식당은 20~30%이상 감소하고 있고 또 2009년 올 들어서 추가로 감소한 것까지 포함하면 거의 30% 이상 폐업을 하였는데 추가 설립은 아예 없다고 한다. 11년 전 IMF보다 더 심한 불황에 울고 있는 중식당은 종사자의 이직과 구인난으로 더욱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여기에 급하게 오른 원 부재료로 인해 손해만 더 커지고 있고 간혹 방송에서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니, 지방이 많이 들어가니 어쩌니 하면서 자장면을 나쁜 음식으로 성토하는 분위기이고, 참 자장면이 힘든 상황이다.

어쩌다 우리의 근 현대사를 대표하는 음식이 이렇게 아픔을 겪고 있을까? 달라진 식생활도 주요한 영향을 미쳤겠지만 풀뿌리 음식으로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다 보니 겪게되는 어려움을 버텨 줄만한 버팀이 없이 팽게쳐진 음식이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한 가장 이국 적인 음식이 귀하하여 가장 한국 적인 음식이 되었음에도 아직 이국 음식 취급을 받는 자장면의 또 다른 아픔이기도 하겠다.

한때는 든든한 한끼 식사로 각광 받고 고급 외식 메뉴에 속하는 음식이 이렇게 전락하는데는 중식에 종사하는 종사자의 잘못도 있겠지만 편하고 쉽게 먹도록 한 그들의 배달 방법 개선과 음식 값의 경제성 추구에 대해서는 칭찬해야한다.

나라마다 고유한 음식이 있듯 우리에겐 비빔밥과 같은 전통의 음식이 있다. 자장면 또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음식이다. 그런데 이 자장면이 지금 한국에서 울고 있다. 제도에 울고 사회 분위기에 울고 경제 한파에 울고 있다.

우리가 오랬 동안 먹어 왔고 가꾸어 온 우리의 전통 음식으로서 이제는 자장면도 대접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가장 싸고 불량 스런 음식으로서 자장면이 아니라 제데로 돈 주고 사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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