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군수사, 10여개 품목 기술 개발 연간 55억 원 절감

공군군수사령부는 지난해 미국의 항공전자장비 제작사로부터 F-4E 팬텀 전투기에 사용되는 항법장비 전원공급기를 더 이상 정비해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통상 18개월이면 새로운 기술로 업그레이드되는 항공전자분야 부품들의 수명 주기를 고려해 볼 때, 생산된 지 30년가량된 항공기의 항전부품을 원제작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원받기는 사실상 어렵다.

물론 오랫동안 사용하는 항공기 기체나 엔진의 경우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지속적인 정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항공전자장비의 경우 빠른 업그레이드 주기와 부품제작사의 합병·도산 등의 이유로 해외 업체에 정비지원을 전적으로 의존할 수만은 없다.

이 같은 경우, 항공전자계통 부품 확보는 운영 국가별로 부품 자체개발이나 동일 기종을 운영하는 국가 간의 부품 교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통상 공군의 품목관리관(아이템 메니저 : Item Manager)들의 활약이 관건이 된다.

그러나 이들의 부품확보 노력이 100% 성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부품이 없는 경우도 빈번하고 비싼 가격은 물론, 부품 조달이나 정비에 소요되는 기간이 장기화되는 경우도 많다.

항공기 운용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공군군수사령부 86항공전자정비창은 부품 단종이나 제작사의 에프터서비스 중단으로 정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F-4 전투기의 항법장비 전원 공급기와 F-5 전투기 레이더 조준기 점검장비 등 10여 개 품목들의 정비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86항전창은 최근 제출한 ‘군수분야 발전과제에 대한 추수평가 보고서’에서 “지난 1년간 전투기 주요 장비·부품에 대한 자체 정비능력 개발을 통해 항공기 운영률을 높이고 약 55억 원의 예산 절감효과도 얻게 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86항전창은 KF-16 레이더 신호처리장치 전원 공급기에 대한 자체 정비능력 개발을 통해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던 기존의 수리기간을 1개월로 단축시켰고, 경제성 분석 결과 연간 14만 달러 이상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둬 2020년까지 약 150만 달러 이상의 해외 수리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F-16전투기의 비행임무자료 적재장비, F-4전투기 주파수 송신관, F-5 전투기 미사일 발사장치 전원부 정비를 비롯해 C-130 수송기 항법장치와 AIM-9 미사일의 부품 정비 등 여러 부문에서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86항공전자정비창장 박희수(공사 26기) 대령은 “항공전자장비를 공군이 자체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대외 의존적인 정비체계를 개선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예산 절감은 물론 항공기 운영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특히 도입된 지 오래된 항공기의 경우, 항전계통에 대한 자체적인 정비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고가의 항공기를 수명 연한에 이를 때까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86항전창은 오는 12월까지 자동검사장비(ATE)를 도입, 지속적인 예산 절감과 전투기 운영률 향상을 위해 정비능력 확대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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