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평소 책에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직장 다니면서 시간이 없어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재미를 붙여보려고요. 일하기 때문에 책을 못 읽는다는 건 핑계인 것 같아요. 출퇴근하는 시간을 이용해서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좀 더 삶에 즐거움이 생길 것 같아요.”

덕수궁 근처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 최윤정씨(27·여)는 점심시간에 잠시 시간을 내어 ‘2010 서울 북 페스티벌’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책과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덕수궁에서 열린 ‘2010 서울 북 페스티벌’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서울 북 페스티벌’은 서울시가 주최하는 대표적인 책 축제다. 올해 행사는 10월 8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덕수궁에서 열렸다.

서울특별시 문화예술과 엄연숙 과장은 “당신의 꿈을 이뤄줄 한권의 책을 만나는 시간이라는 타이틀로, 시민들에게 책이 주는 희망과 행복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동화구연, 다문화동화이야기, 가족독서토론회, 세계문화전, 도서관 체험프로그램, 책의 역사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가장 인기를 받은 프로그램은 전문직업인들이 책에 얽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북돋음 라이브러리’였다.

‘광고인 박웅현’이 말하는 책의 가치
이날 강연에선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등 말만 들어도 알만한 광고를 탄생시킨 광고인 박웅현씨가 ‘책읽기와 풍요로운 인생’이라는 주제로 시민들 앞에 나섰다.


박웅현씨는 “광고인에게 가장 필요한 상상력과 신선한 감각들은 모두 책을 통해 얻었다”면서 “책은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해주는 ‘정서적 풍요로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질적 풍요로움 대신 느끼고 생각하는 정서적 풍요로움이 삶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책을 통해 우리가 가장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심히 봤던 것들을 풍요롭게 볼 수 있는 시선과 감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에서 정서적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을까. 그는 책을 읽은 뒤 책에서 말하는 작가의 시각과 생각을 따라 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가 고은의 작품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는 작품을 예로 들었다.


“산을 올라갈 때는 정상이라는 목표만 보기 때문에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는 올라올 때에는 볼 수 있죠. 만약 여러분이 이 책을 읽었다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여러분의 등산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유심히 봐야 합니다.”

새로운 시선을 가지는 훈련 필요
박씨는 “환경은 똑같지만 보는 시각이 다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며 “책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안목과 생각을 키우면 정서적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목련을 바라보는 것과 목련을 잘 묘사하고 문학작품으로 승화한 책을 읽고 목련을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면서 “새로운 시각과 사고로 목련을 본다면, 분명 새로운 모습,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결국 책을 통해 우리는 새롭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작가의 시각과 사고를 모방하는 훈련을 하되, 자신만의 가치와 생각을 내야 진정한 정서적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보는 책 싸게 사서 봐요
북돋움 라이브러리 건너편에서는 한 번만 읽고 보관하고 있던 책을 가지고 나와 교환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책 벼룩시장이 열렸다. 책 벼룩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평소 집에 묵혀뒀던 책들을 가져와 필요한 사람들에게 싸게 팔았다.


여자친구와 함께 책 벼룩시장에 참여한 김선한씨(28)는 “많이 읽어서 질린 책이나 잘 안 읽는 책을 모아서 가지고 왔다”면서 “보지 않는 책들을 처리할 수 있어 좋고 저렴한 가격에 보고 싶은 책을 살 수 있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고 도서부 교사 문소영씨는 학교 자원봉사의 날을 맞아 도서부 학생 10명과 벼룩시장에 참여했다. 그녀는 “학생들 집에 있던 동화책부터 소설책, 위인전 등 다양한 책을 가지고 나와1000원에 팔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만족해하며 책을 사가는 모습을 보니 판매하는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도서관으로 변한 덕수궁
덕수궁 중화문에서는 지혜나눔 도서관이라는 특별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고 있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인문, 사회, 경제, 예술 등 400여종의 책을 빌려, 덕수궁에서 책을 읽었다.

덕수궁에 앉아 책을 읽으니 여행을 온 것 같다는 우현지씨(24·여)는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책 읽는 것을 소홀히 했는데 북 페스티벌에 오니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관심 있던 책을 직접 이곳에서 읽으니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고 앞으로도 책 읽는 습관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설책 몽실언니를 진지하게 읽고 있던 이은주씨(30·여)는 “책에 관심이 많아 일부러 북 페스티벌을 찾았다”면서 “이렇게 나라의 역사가 담긴 장소에서 책을 읽으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고, 북 페스티벌 때 만 아니라 유적지나 관광지의 쉼터에 책을 진열해 놓으면 새로운 문화공간이 되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였다.

책 읽으며 질적인 풍요로움 느끼길
서울시 문화예술과 엄연숙 과장은 “시민들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매년 꾸준히 북 페스티벌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단순히 책 관련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즐기는 행사를 넘어 많은 사람들이 북 페스티벌을 통해 일상생활에서도 책을 읽으면서 삶의 질적인 풍요로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읽기는 즐거움뿐 만아니라 인생의 지침서와 나침반, 때로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선물하기도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책에 숨겨진 다양한 선물들을 찾아 물질적 풍요로움이 아닌 정서적 풍요로움으로 삶이 윤택해지길 바란다. [정책포털 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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