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한글이 최근 조형미로 주목받고 있어요. 영화 제목 글꼴에선 영화의 내용이나 주제를, 술 같은 상품명 글꼴에선 제품의 재료나 특징을 눈치챌 수 있죠. 한글을 소재로 한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의 작품이 늘고 있는 추세랍니다. 산업계에서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인 디자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10월 8일, ‘한글 글꼴전’이 열린 경복궁 수정전에서 글꼴전 소개를 한 전시 기획위원 이동연 교수(한국기술교육대)는 “한글 디자인 제품이 인기를 끈다”며 관람객들에게 최근 달라진 한글의 위상을 전했다.


경복궁 옛 집현전 터에서 열리는 '한글 글꼴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경복궁 수정전에서 10월 8일부터 열흘 동안 ‘한글 글꼴전’을 마련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어민족문화과 황용주 학예연구사는 “한글날을 맞이해 ‘글꼴’을 중심으로 한 한글의 문자로서의 가치를 알리고 한글의 무궁무진한 창조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기획했다”며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 당시 집현전 터인 경복궁 수정전에서 전시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준비와 진행을 맡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디자인진흥부 장인기 과장은 “한글의 전통 글꼴에서부터 정보화에 부응한 응용 글꼴에 이르기까지 한글 글꼴의 역사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며 “경복궁을 찾은 내외국인들이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한글의 무한한 창조 잠재력을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선 한글 디자이너, 뉴미디어 작가 등 16명의 작품과 올해로 18회째인 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한글 글꼴 디자인 공모전’ 역대 수상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소개했다.


미디어, 영상, 캘리그래피 등 개성 넘치는 16명의 작가들
수정전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최정유 작가의 하얀 의자와 비행기 작품이 있다. ‘한글은 어울림이다’라는 주제로 일상생활 속 다양하고 독창적인 글꼴의 쓰임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강철선으로 만든 구조물에 3mm두께 종이를 오려 만든 자음과 모음을 이어붙인 조형물이다.

작가 최씨는 “한글로 나누는 의식과 의미의 소통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로 표현했다”며 “의자는 한글이 우리에게 주는 편안함, 안락함을 상징하는데, 나 자신에 의미가 있었던 글을 한글로 만들어 붙였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사물의 본질이 무엇인지 의심해보고 의식 속에서 답을 찾아보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어 이 같은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수정전 안으로 들어가면 한글 글꼴 조형에서 영감을 얻어 독특한 상상력을 펼친 뉴미디어 디자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윤태 작가의 ‘소리한글얼굴’은 흔히 사용하는 이모티콘과 훈민정음의 한글 모아쓰기 원리를 융합한 작품이다. 관객이 북을 두드리면 북소리의 고저, 리듬에 따라 천장 스크린에 눈, 코, 입을 표현한 한글 자음과 모음이 마치 얼굴 표정처럼 나타났다.

자음과 모음을 이모티콘으로 활용한 것은 일반인들이 한글 이모티콘의 다양함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안으로 좀 더 들어가면 눈에 익숙한 손글씨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엄마가 뿔났다’, ‘대왕세종’, ‘의형제’ 같은 인기 드라마, 영화의 타이틀, ‘참이슬’, ‘산사춘’, ‘아침햇살’ 같은 상품, 수백 권의 단행본 제목으로 익숙한 캘리그래퍼 강병인 작가의 작품이다. 서예와 디자인이 만나 탄생한 강 작가의 손글씨를 보면 한글이 얼마나 아름다운 글꼴인지를 느낄 수 있다.

한글만의 조형미에서 느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
네덜란드에서 온 건축 디자이너 사미라씨는 “한글의 독특한 조형미에서 상품화 가능성이 보인다”며 “패션, 장신구, 산업 디자인 등등 세계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겠다”고 감상을 전했다.

국내 대학의 특강 때문에 잠시 한국에 왔다는 영국 에딘버러대 갈리 교수(법학)는 우연히 ‘한글 글꼴전‘에 왔다가 반해 아예 작품을 구입하려고 했다. 판매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사람들이 한글을 존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자어나 일본어와는 달리 한글에선 생동감, 활발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여행으로 왔다가 다양한 작품을 재미있게 봤다는 오유진양(청주 서원초 5)은 “이제부터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다”며 “나도 한글 글꼴 작가라는 마음가짐으로 한글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글 글꼴을 담은 셔츠나 의류가 패션쇼에 등장해 사람들의 인기를 얻었다. 인테리어 용품가게엔 한글을 담은 도자기컵이나 그릇, 이불까지 있다. 이렇듯 한글이 글꼴의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정책포털 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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