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취업조건 1순위가 경력이나 능력이 아니라 나이라는 현실이 너무 힘들어요. 나이가 많아도 그 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해 일할 수 있는데, 일단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벌써 10개월 째 채용시장 문만 두드리며 다녀요.”

김순자씨(55·여)는 지난해 12월까지 총 28년간 서비스업에 종사해왔다. 퇴직 이후 올해 재취업을 고려했으나 두드리는 기업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김씨를 채용하지 않았다.


김씨는 “생활 정보지나 인터넷을 통해 면접을 보러 가도 막상 가서 실망을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 하실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사장은 40대인데 50대에게 대우하다보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어렵겠네요’라는 식으로 말하더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어울려 일하기엔 나이 때문에 팀워크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이유를 들며 거부하는 곳도 많았다”며 재취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씨와 같은 40~50대 중장년의 재취업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마포구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중견전문인력 채용 박람회’를 개최했다.

중장년 재취업 고민을 도와드립니다
9월 30일 마포구청 청사1층 로비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선 ▲전기제품 ▲반도체 장비 ▲프로그램 개발 ▲문구 유통업 ▲제품 디자인 등의 업종 20업체가 직원을 모집했다.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동일 또는 유사직무 10년 이상 재직한 중견전문인력이 대상이었다.


마포구청 일자리종합대책추진단 최은영 주무관은 “60대 이상은 노인일자리사업을, 20~30대의 경우 청년일자리사업을 활성화시키고 있지만, 정작 40~50대의 경우 경제적 활동이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도 취업 지원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중장년의 재취업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박람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최 주무관은 “이런 부분에 있어 지원 대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동 주관을 제안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며 “지자체에서 중견인력 일자리 알선 박람회를 추진한 것은 마포구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구직자도 채용 기업도 모두 만족하는 박람회
이날 현장에는 1200명이 넘는 중견전문인력이 모였다. 이들은 로비 중앙에 있던 이력서 작성 공간에서 이력서를 쓰고 채용 게시판에서 원하는 업종과 직무를 확인한 후 각 기업 채용 부스를 찾아갔다.


재취업을 원하는 박상일씨(57)는 “IMF 이후 계속 단순 노동업을 전전하고 있는 실정인데, 전문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급 인력이 아니라 단순 인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데 회의를 느낀다”며 “중견전문인력 일자리 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람회를 찾은 강모씨(48)는 “예전에 내가 했던 일과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나를 받아주는 곳은 주차관리나 가사도우미 등 단순 직종밖에 없더라”며 “대학도 졸업하고 컴퓨터, 영어도 능숙한데 이런 능력을 활용한 일을 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여기엔 내가 일할 수 있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며 “오랜만에 이런 기회가 생겨 무척 기쁘다”고 덧붙였다.

강씨뿐만 아니라 현장 곳곳에는 ‘열심히 일하고 싶다’며 채용 기업과 면접을 보는 중견전문인력들이 많았다. 박람회를 바라보는 참가 중소기업에서는 대부분 이번 행사를 환영했다.

“중견전문인력은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신우공업주식회사 홍순근 총무부 차장은 “중견전문인력은 업무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중소기업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대기업이나 규모 있는 회사에서 오랜 근무 경력을 가진 분들이 많이 지원해 무척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홍 차장은 “중견전문인력 채용 박람회가 중소기업과 중견전문인력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식회사 크린벤 배희자 대표이사는 “사실 기업에서는 중견인력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기업 자체적으로 공개채용을 진행하기에는 인력 및 시간상 여유가 없어 고민이 많았다”며 “이렇게 중소기업중앙회와 지자체에서 중력인력 채용박람회를 만들어주니 기업에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배 대표이사는 “다만 오늘 면접을 보시는 분들 중 대부분은 본인이 나이가 많다는 것에 대해 위축된 모습을 보이던데, 이런 부분이 안타까웠다”며 “중력인력이라는 데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 동안의 노하우를 발휘하겠다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중장년 재취업 활성화 계획
중소기업중앙회 중견전문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 전현호 부장은 “중견전문인력은 풍부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 경제력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공공성을 지닌 기관으로서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중견전문인력의 재취업을 도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 부장은 “앞으로 중견전문인력 일자리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여러 지자체와 협력해 채용 박람회를 정례화할 계획”이라며 “특히 내년에는 마포구, 영등포구, 구로구 등 3개 지자체와 함께 대규모 중견전문인력 채용박람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선 이번 박람회를 시작으로 하반기 중견전문인력 채용 박람회를 계속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11월 2일에는 영등포구청과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11월 26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마련한다.

앞으로 중견전문인력 일자리 시장이 활성화되어 40-50대 중장년의 재취업 고민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더 이상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재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이 없길 바란다. [정책포털 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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