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소고기국 한 그릇을 먹고 눈이 번쩍 띈다는 동네 어르신의 말에 찡했습니다. 부모님 같은 분들이 밥 한 그릇에 고마워하시니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어려운 분들을 더 많이 대접하고 싶습니다.”

서울 중랑구 신내동 피울길 일명 ‘아름다운 이웃, 나눔의 거리’에서 음식점 태능가든을 운영하고 있는 조성현씨(51)의 말이다. 그는 매월 한 차례 어려운 동네 이웃 노인 2~3명에게 갈비탕을 대접하고 있다. 작지만, 이런 나눔을 베푼 지 벌써 몇 년째다.

이곳에선 조 대표 외에도 21개 가게 주인들이 아름다운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복지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름다운 이웃 서울디딤돌’ 사업에 참여한 이들이다.

중랑구 신내동 피울길, 대한민국 1호 나눔의 거리로
서울시와 서울복지재단에선 2년 전부터 ‘아름다운 이웃 서울디딤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학원, 음식점, 미용실, 병원, 약국 등 현금 기부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 자영업자들이 자기의 서비스나 물품을 활용해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기부업체가 3000곳으로 늘었다. 이에 서울시는 일선 자치구와 함께 기부참여 업체가 많은 곳을 특별히 ‘나눔의 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중랑구는 8월 23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조 대표가 있는 피울길을 ‘나눔의 거리’로 조성하고 기념식을 열었다. 길이가 200여m 가량인 이곳 상가에선 전체 39곳 중 유흥업소를 제외한 22곳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대부분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층이거나 사회취약계층이다. 이들은 복지관 등 소위 거점기관으로부터 이용쿠폰을 받아 사용한다.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중랑구 주민생활지원과 김남희 주무관은 “기부내용과 서비스가 다양해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베푸는 기쁨은 아무도 모릅니다”
피울길의 강쇠네 장작구이 음식점 주인 남궁영숙씨(47·여)는 현재 사정이 어려운 아이 3명의 식사를 매일 챙겨주고 있다. 그녀는 “기부라는 표현이 쑥스럽지만 베푸는 것을 생활화하면 그 기쁨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최동환씨(46)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 달에 한두 번 동네 어르신 10여분을 초대해 생일잔치를 베풀 때는 제가 흥분하고 들뜹니다. 별것 아니지만 감자탕 한 그릇에도 서로 나누는 기쁨이 있다는 게 정말 보람 있습니다.”


다양한 기부업체, 이용자들 정말 좋아합니다
음식점만 기부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머리를 손질해주는 미용실, PC방, 노래방, 인테리어 가게, 부동산중개소까지 다양하다. 중랑구청 김호걸 주민생활지원과장은 “예전에는 음식점 위주로 참여했지만 갈수록 오락, 수리, 수선, 자문 등 서비스 내용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장경숙씨(51·여)는 두 달에 한 번 도배지를 집수리 봉사단에게 전달하고 있다. 집수리 봉사단이 동네 어려운 이웃의 집을 수리할 때 필요한 도배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장씨는 도배가 필요한 집의 분위기를 감안해 도배지의 색과 디자인을 고른다. 어린 자녀들이 있는 집이라면 애들의 정서를 고려해 보다 밝은 벽지를 고르는 식이다.

그녀는 “예전에 자선단체에 현금기부를 한 적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기 힘들었다”면서 “물품과 서비스 기부는 기부자나 이용자 모두에게 부담 없어 좋다”고 말했다. 


가난한 동네 주민들의 월·전세 임대차 계약을 무료로 주선하는 공인중개사도 있다. 한영부동산의 김영훈씨(55)는 “매월 한번 무료 중개하는 수수료는 대수롭지 않지만 나눔의 거리 기부업체에 참여해 봉사를 할 수 있게 돼 반갑다”고 말했다.

중랑구, 관내 새로운 나눔의 거리 조성
현재 중랑구에는 418개 가게가 디딤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부를 받는 이들은 무려 5222명이다. 김호걸 주민생활지원과장은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업체가 나눔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며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업주들도 구청의 설명을 들은 뒤 사업의 진정성을 이해했고 몇몇 업체가 동참하기 시작하자 참여업체가 갑자기 늘었다”고 설명했다.


중랑구에선 벌써 또 다른 나눔 거리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과장은 “올해 말까지 면목동, 중화동 등에 나눔의 거리를 추가로 조성하고 수혜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눔의 거리는 지역 내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희망 창조사업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내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지역공동체 사업이다. 나눔의 거리가 어려운 이웃에게 확실한 디딤돌이 되고, 더 나아가 나눔 문화 확산에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정책포털 이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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